‘오페라의 유령’.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뮤지컬을 볼 수 있는 건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특히 해외 공연 실황 영상을 국내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특별했다. 영화관에서 보니 앞사람 머리가 커서 안 보일 염려도 없었다. ‘세상 참 좋아졌구나’ 하는 생각이 공연을 보기 전에 절로 들었다. 12월 15일 국내에 개봉되는 오페라의 유령 공연 영상은 영국의 클래식 공연장 로얄 알버트홀에서 펼쳐진 25주년 특별 무대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유령이 있다는 소문이 도는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프리마돈나 크리스틴과 그녀를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 하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팬텀이 서로 얽히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작품으로 1986년 초연됐다. ‘에비타’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을 탄생시킨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이다. 천재 작곡가로 크리스틴의 음악 세계에 있어 정신적 지주로 자리 잡고 있는 팬텀이지만 정작 그녀의 사랑을 받는 사람은 라울이다. 어렸을 때부터 흉측한 외모로 사람들에게 외면 받았던 팬텀은 크리스틴에게도 외면 받자 점점 삐뚤어진 욕망을 표출하며 살인까지 저지른다. 작곡자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직접 참여한 로얄 알버트홀에서의 25주년 기념 공연을 수십개의 카메라로 촬영해 영화로 스크린에 올려 애달픈 사랑을 그리지만 외모지상주의가 곁들여진 삐딱한 시각에 익숙해져 있어서일까? 팬텀이 사랑을 억지로 쟁취하려는 애정 결핍 스토커 같았다. 하지만 순수한 어린 아이로 보이기도 했다. 사탕이 먹고 싶은데 먹지 못해 울며 투정부리는 아이처럼 팬텀의 사랑은 서툴렀고, 질투에 눈이 멀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행동은 끔찍했다. 그런 그의 행동을 감싸안아주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20만개가 넘는 구슬과 보석으로 완성된 초대형 샹들리에와 화려한 의상, 쉴 새 없이 바뀌는 무대 등 볼거리가 가득하지만 무엇보다 귀가 풍성해지는 공연이다. ‘팬텀 오브 오페라’ ‘띵크 오브 미’ 등 귓가에 익숙한 멜로디가 오케스트라 단원 40명의 연주와 주인공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가슴을 울린다. 본 공연이 끝난 다음에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나와 간단한 멘트를 하고, 오페라의 유령에 팬텀과 크리스틴 역으로 출연했던 원년 멤버들이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이어진다. 공연이 끝나고 귓가에 노래가 맴돌 만큼 풍부한 배우들의 성량이 특히 주목된다. 공연장에 직접 가서 공연을 보는 것은 배우들과 직접 호흡하고 교감할 수 있는 생생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영화관에서 공연 실황을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 카메라가 한 자리에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무대를 둘러싼 수 십대의 카메라가 배우들의 모습을 담아 생동감 있는 느낌을 줬다. 여 주인공의 입가 주름이 보일만큼 클로즈업되기도 해 공연을 관람하는 데 있어 불편하지 않고 다양한 시각으로 즐길 수 있다. 직접 해외에 가서 공연을 볼 수 없는 경우 국내에 개봉되는 공연 실황 영상들을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