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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바보소년의 재능 찾기 ‘귀를 기울이면’

조남주 지음,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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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3호(송년) 박현준⁄ 2011.12.21 13:56:18

서번트 증후군에 걸려 바보로 불리는 소년 김일우. 실업자나 다름없는 아버지의 짜장면 배달을 따라다니다 우연히 자신의 청각 재능을 발견하고, 어머니의 등쌀에 떠밀려 ‘쓰리컵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쓰리컵대회’는 옛날부터 시장에서 하는 ‘야바위’로, 세 개의 컵 중에 돈을 걸고 구슬이 담긴 한 개의 컵을 알아맞히는 일종의 도박이다. 쓰러져가는 세오시장 상인회 총무 정기섭과 폐업 위기에 몰린 외주 제작사 네오프로덕션 피디 김상운. 정기섭은 ‘쓰리컵대회’를 통해 어떻게든 세오시장을 살려보려 필사적이고, 김상운 또한 자신의 재기를 위해서 대회 중계에 모든 걸 건 상태다. 또한 김일우의 부모는 아들의 특출한 재능을 이용해 크게 한몫 잡아보려 욕심을 부린다. 결국 소리를 잘 듣는 재능이 있는 김일우는 어느 컵에 구슬이 들어 있는지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찾아내고 ’쓰리컵대회‘의 최종라운드에 진출하게 되는데…. - ‘귀를 기울이면’은 제17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으로 모자라고 아둔한 줄로만 알았던 한 아이의 비범한 재능이 발견되는 순간, 고단한 삶을 겨우 이어가던 부모와 폐업 직전의 프로덕션의 피디와 재래시장을 살려보려는 상인회의 총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속물적 욕망에 길들어 몸살을 앓는 세계, 그 속에서 펼쳐지는 소시민들의 이 따뜻하고 현실적인 비극은 우리로 하여금 이상한 뭉클함을 자아내게 한다. 시종일관 철저히 다큐적인 서술로 삶의 부조리와 소외를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결코 둘러말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 물질·돈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들이 우리 생활 대부분의 기준이 되어버린 사회, 어느새 그 자체로 미덕이 되어버린 ‘돈-경제’의 가치…. 이미 이 사회 안에, 우리 안에 익숙하게 자리잡아버린 것이기에, 제 아이를 이용해 어떻게든 가난에서 벗어나보려는 부모의 구차하기까지 한 행동들이나 모든 것들이 숫자로 환원되는 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들은 씁쓸하기만 하다.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바보아이 일우의 귀를 통해 들려오는 어지러운 세상의 만휘군상, 권태와 습속으로 하루하루를 겨우겨우 버텨나가는 현대인들의 악다구니 섞인 노래가 이제 우리들의 무뎌진 귀에도 조금씩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문학동네 펴냄. 조남주 지음. 1만2000원.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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