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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집]그냥 잊기엔 아쉬운 책 9선

교보문고가 선정한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의미있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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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4-255호 김금영⁄ 2012.01.02 13:47:27

2011년 한 해가 지나면서 출판계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발표하기에 바빴다. 이런 가운데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지나치기엔 아까운 책 9종도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교보문고가 교수, 칼럼니스트, 작가 등으로 구성된 추천위원 56인으로부터 1차 추천을 받고 전문심사위원 9명이 심사해 뽑은 ‘아깝다! 이 책!’ 9종을 소개한다. 1. 기술의 충격 2만5000원 / 민음사 펴냄 / 케빈 켈리 지음 / 이한음 옮김 / 496쪽

인류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기술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살펴본다. 석기 시대에 수렵채집과 언어의 형태로 등장한 기술이 차츰 소프트웨어, 디자인, 매체 같은 탈물질화된 무형의 형태로 확장돼가는 과정을 다룬다. 저자는 테크놀로지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이 미래를 지배할 가능성이 높은 지금, 기술이 펼쳐 보이는 새로운 기회들을 슬기롭게 이용하려면 ‘기술이 원하는 것’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기술은 마치 생명과도 같다. 저자는 이미 1994년 ‘통제 불능’에서 기술적인 시스템이 자연의 계를 모방하기 시작하는 양상을 탐구한 바 있다. 이번 책에서 그는 기술의 자기 창조, 자기 조직화라는 특성을 더욱 부각시켜 설명한다. 기술은 더 이상 부모이자 창조자인 인간의 완전한 통제와 지배 아래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기술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그 행동을 이해하고 기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2. 느낌의 공동체 1만3000원 / 문학동네 펴냄 / 신형철 지음 / 408쪽

‘몰락의 에티카’의 저자이자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첫 번째 산문집이다. 저자가 2006년 봄부터 2009년 겨울까지 ‘경향신문’과 ‘한겨레21’ ‘대학신문’ ‘시사IN’, 청소년 잡지 ‘풋’에 연재했던 짧은 글들을 엮었다. 저자는 결코 되찾을 수 없을 것을 자신으로부터 앗아가거나 또는 끝내 돌려줄 수 없을 것을 남기고 간 좋은 작품들에서 느낀 바를 문장으로 옮기고 이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했다. 시인과 시집, 세상, 소설, 영화 등을 사랑하는 저자는 그들과 마주하며 느낌의 세계로 들어갔다. 강정 시인부터 황병승 시인까지 모두 10명의 시인과 시인의 시세계를 되돌아본다. 또 저자가 읽은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의 고전과 앞으로 고전이 되기에 충분한 텍스트에 대한 애정을 확실히 드러내는 등 저자가 만난 순간순간의 느낌을 오롯이 전해준다. 대부분의 분량이 두 장 안팎으로 마무리돼 비교적 쉽게 읽히는 이 책에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놓는 저자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 읽기의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출간 당시 저자의 눈에 들어온 가장 뜨거운 시집, 시대적 분위기에 맞물려 함께 읽었으면 하는 시를 모아 묶어냈다. 3. 다산의 재발견 4만3000원 / 휴머니스트 펴냄 / 정민 지음 / 756쪽

다산 정약용은 어떻게 조선 최고의 학습 그룹을 조직하고 운영했는가? 이 책은 다산의 지식 생산 메커니즘을 일목요연하게 매뉴얼화해 다산을 지식편집 관점으로 묶어낸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과거를 현재에 적용하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인문학자 정민이 근 5년 이상 다산의 자료를 발굴하고 연구한 글 22편을 모아 엮었다. 또한 이 책은 1801~1818년까지 강진 유배 시기 다산의 육성을 담은 친필 편지를 찾아내 연구하고 정리했다. 다산이 강진 유배 시기에 수많은 제자, 승려, 자녀에게 쓴 시, 산문 등을 역사적 맥락, 문화적 맥락, 개인적 맥락에 맞춰 소개함으로써 다산의 면모를 재구성했다. 저자는 새로 발굴한 다산 친필첩을 ‘다산의 강진 강학과 제자교육’, ‘다산의 사지 편찬과 불승과의 교유’, ‘다산의 공간 경영과 생활 여백’, ‘다산 일문의 행간과 낙수’ 4개 영역으로 나누고 22개 논문으로 깊이 있게 연구했다. 19세기 다산의 일거수일투족을 복원한 이 책은 다산의 인간적인 면모를 좀 더 가까이에서 만나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4.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1만6000원 / 김영사 펴냄 / 박수용 지음 / 435쪽

멸종 위기에 처한 시베리아 호랑이들의 생존을 향한 강렬한 투쟁을 그린 EBS 다큐멘터리 ‘시베리아 호랑이-3대(代)의 죽음’을 책으로 엮었다. 블러디 메리라 불린 한 암호랑이의 가족을 3대에 걸쳐 관찰한 기록을 담고 있다. 우수리(연해주) 원주민의 신일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기상이며, 정신적 상징이기도 한 시베리아 호랑이를 찾아 저자는 한 해의 절반은 호랑이의 흔적을 찾아 산맥을 넘고 숲을 헤맸으며, 땅굴 속에 몸을 숨기고 호랑이를 끊임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매년 수십 마리씩 인간의 손에 희생되며 멸종의 길을 걷고 있는 시베리아 호랑이를 향한 애정으로 생명의 위협과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이겨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시베리아 호랑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사람을 극도로 피하는 조심성과 매사 끈질긴 집요함을 지닌 ‘블러디 메리’를 찾아 숲 속을 돌아다니며 호랑이의 탄생과 죽음, 인간의 잔혹한 밀렵 현장 등을 목격한 저자는 사라져가는 시베리아 호랑이와 우수리 원주민의 애환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삶이 정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5. 인섹토피디아 2만8000원 / 21세기북스 펴냄 / 휴 래플스 지음 / 우진하 옮김 / 655쪽

인간과 곤충의 아름답고 위험한 공존 이야기를 그렸다. 이 책은 빅터 터너 상을 받은 ‘아마존의 박물관’의 저자이자 뉴스쿨에서 인류학을 가르치는 휴 래플스 교수가 쓴 곤충탐험기이다. 저자는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매우 복잡한 피조물인 곤충의 정체를 밝히는 동시에 인간 세계를 더 깊이 탐구하고자 이 책을 펴냈다. A부터 Z까지 백과사전식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탈룰라 비행장에서 비행기를 이용한 곤충 채집, 모든 생물 중 벌을 가장 사랑했던 파브르의 서재, 거액의 판돈이 걸린 상하이의 귀뚜라미 씨름판, 초파리의 밀고 당기는 연애 기술, 진화론에 대항하고자 벌을 연구했던 파브르, 아프리카 대기근의 원인이자 고급 음식인 메뚜기, 변태적 동성애 성향을 보이는 일부 곤충들, 일본의 곤충 수입 열풍 등 다양한 일화들을 소개한다. 과학, 역사, 문학, 철학 등의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 곤충의 세계와 과학과 문학을 넘나드는 특유의 문체로 흥미진진한 곤충의 세계를 탐험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6. 철학이 필요한 시간 1만7800원 / 사계절 펴냄 / 강신주 지음 / 346쪽

저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반영한 현실감 있는 인문 공감 에세이다. 저자는 몇 년간 대중 강연에서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고민하면서 어려운 인문학 강좌가 아닌, 실제 현실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적용 가능한 철학적 조언을 터득했다. 저자는 니체, 스피노자, 원효, 데리다 등 철학자들의 인문 고전을 통해 고민과 불안에 갇힌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삶을 직면하고 상처를 치유할 참다운 인문정신을 보여준다. 남들이 보는 ‘나’가 아니라 진정한 나를 찾고, 타인과 맺은 삐뚤어진 관계들을 바로잡고, 나와 너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지속 가능한 소통을 위해 철학자 48명이 보낸 유리병 편지를 제시한다. 현실감 넘치는 철학적, 인문학적 어드바이스를 제공하면서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달콤한 거짓 위로나 자기 최면을 위로하는 심리 에세이가 아니라, 직접 문제에 부딪힘으로써 사유할 힘을 길러주는 철학 에세이다. 7. 퓰리처상 사진 5만5000원 / 현암사 펴냄 / 핼 부엘 지음 / 박우정 옮김 / 332쪽

‘저널리즘의 노벨상’인 퓰리처상을 수상한 지난 70년간의 모든 사진들을 한 권에 모았다. 퓰리처상 사진 부문 수상작들은 전쟁과 분쟁, 빈곤과 고통, 사건의 현장, 인간의 얼굴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한 편의 작품이자 역사의 순간, 특종의 순간을 담고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이오지마 섬의 성조기 게양부터 베를린 장벽 붕괴, 세계무역센터 붕괴 등 전 세계 각 지역이 겪은 과거의 성취와 비극들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목숨을 건 각오와 용기로 남겨진 이 사진 기록들에 당시의 정치·문화·역사적 배경과 사진가의 드라마틱한 촬영 과정이 곁들여 설명된다. 전체 5부로 구성됐으며, 초기 대형카메라, 20세기 중반의 소형 카메라, 컬러사진과 디지털사진이라는 메커니즘의 발전 단계로 수상작을 나눴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이 미국과 미국인들에 의해 제작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찬찬히 보고 읽는다면, 과거에서 오늘날까지 세계의 포토저널리즘이 어떻게 발전하고 유통돼 왔는가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 8. 한밤의 아이들 각권 1만3000원 / 문학동네 펴냄 / 살만 루슈디 지음 / 김진준 옮김 / 1권 496쪽, 2권 477쪽

인도 태생의 환상적 이야기꾼 살만 루슈디의 작품이다. 1981년 출간돼 그해 부커상과 테이트 블랙 메모리얼 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이후 부커상 25주년 기념 ‘부커 오브 부커스’, 부커상 40주년을 기념해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수상작 중 가장 사랑하는 작품을 선정한 ‘베스트 오브 더 부커’ 상을 수상했다. 1947년 8월 15일 인도가 독립하는 순간 태어나 초자연적 능력을 지니게 된 1001명의 아이들 중 0시 정각에 태어나 가장 뛰어난 초자연적 능력을 지닌 살림 시나이의 서른 해를 그려내고 있다. 인도가 20세기에 경험한 독립과 분열의 역사를 상징하는 살림이 자신의 일생을 연인 파드마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저자는 1947년 독립을 두 달 앞둔 인도에서 태어났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영국 광고 회사에서 일하며 1975년 첫 소설 ‘그리머스’를 발표했다. 1988년 출간한 ‘악마의 시’로 이슬람교단의 처단 명령이 내려지자 루슈디는 1995년까지 영국 정부의 보호 아래 도피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발표해 전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0년 미국으로 이주해 ‘분노’ ‘광대 샬리마르’ ‘피렌체의 여마법사’ 등을 발표했다. 9. GDP는 틀렸다 1만3000원 / 동녘 펴냄 / 조지프 스티글리츠, 아마르티아 센, 장 폴 피투시 지음 / 박형준 옮김 / 225쪽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아마르티아 센 그리고 프랑스 경제문제연구소 소장 장 폴 피투시가 집필했다. 2008년 초에 설립된 ‘경제 실적과 사회 진보의 계측을 위한 위원회’에 소속된 세계적 석학들이 사회 진보를 당기면서 ‘국민총행복’을 높이는 새로운 지수를 찾아나가는 보고서다. GDP(국내총생산)는 1930년대 국민소득계정을 확장하면서 만들어진 지표로 오랫동안 세계 각국의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데 활용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군림해왔다. 1970년 이후 과도한 성장을 부추겨 환경을 파괴하고 건강이나 즐거움 등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들은 측정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판받아 왔지만, 경제 성장을 측정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전히 최고의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이 책은 GDP가 사람들의 행복을 측정하는 최적의 지표가 아님을 강조한다. 측정 과정이 불완전한 데다가 사람들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현상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GDP의 대안이 될 만한 측정 수단을 창출하고 있다. 우리 신념과 상상력을 결정할 계량 방식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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