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학인(48) 한국방송예술진흥원(이하 한예진) 이사장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측근에게 거액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각종 청탁 명목으로 최 위원장의 정책보좌역을 지낸 정모씨에게 2억원대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예진 횡령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윤희식 부장검사)는 김 이사장이 학비 횡령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에 대한 용처 조사에서 정씨와 관련된 단서가 포착되면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최근 3~4년간 한예진과 부설 한국방송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학비로 받은 수백억원을 빼돌리고 수십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이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김 이사장은 심문에 앞서 '정씨에게 돈을 건넨 적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법정으로 향했다. 김 이사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있다가 2008년부터 방통위원장 정책보좌역으로 일했으며, 작년 10월20일 계약이 해지된 뒤 현재 동남아에서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정씨가 사업을 하겠다고 해서 스스로 그만뒀다"고 말했다. 검찰은 한예진이 방송기술 전문교육기관으로 방통위 업무와 연관돼 있어 김 이사장이 이와 관련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이사장이 EBS 이사 선임 로비 명목으로 정씨에게 돈을 건넸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 이사장이 정씨에게 돈을 건넸다면 방통위 고위층이나 여권 실세 등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소문이 있어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지만 아직 수사에 들어갈 만한 수준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이렇다저렇다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씨는 방통위 측과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된다"며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방통위는 자료를 내고 "퇴직한 정 보좌역의 금품수수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라며 최 위원장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김 이사장의 EBS 이사 선임 의혹에 대해서도 "김씨는 공모절차를 통해 교육계 추천으로 위원회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9명의 이사 중 1명으로 선임됐고, 이 과정에서 금품수수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