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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는 보수 아니라 진보…국민 대다수 보수인데 맞는 정당은 없어”

[인터뷰] ‘합리적 보수주의’ 주창하는 전원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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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56-257호 최정숙⁄ 2013.09.17 09:52:34

전원책 변호사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꼽힌다. TV 토론에서 보여주는 냉철하면서도 거침없는 언사는 전 변호사의 인기 비결이다. 최근에는 저서 ‘자유의 적들’을 출간해 한국의 좌파를 비판하면서 ‘보수의 대변인’이라는 자신의 입장을 더욱 강화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탈(脫)이념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단호하게 입장을 밝혔다. “탈이념을 주장하는 사람은 이념에 무지한 사람들”이라며 “보수주의자, 진보주의자, 자유주의자, 사회주의자 등 이데올로거들은 다 필요하며, 정책은 이념에 맞춰 생산하고 대립하면서 개선시키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정책이 아니라 이념에서 중도적 입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자세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의 보수와 진보를 평가한다면?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서양의 보수와 달리 한국의 보수는 가족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유를 존중하고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다하고,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고 공동체에 희생한 사람을 대우해 주는 정신이 그것이다. 조지 레이커프는 ‘도덕의 정치’라는 저서에는 보수주의를 엄격한 아버지 같은 것으로, 진보주의를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것으로 분류했다. 보수에게 필요한 것은 도덕성이다. 한국 보수는 반공주의와 연결돼 있다. 역사적으로 6.25 전쟁을 거치고 남북이 대립하는 상태이다 보니 외국에 비해 반공 이미지가 강할 수밖에 없다. 보수가 개인과 가족애를 중시한다면 진보는 집단 전체를 중시한다. 보수는 자유, 진보는 평등이다. 보수는 자유에 따른 책임을 말하지만 진보는 관용을 따진다. 진보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공동체는 평등하게 배분하자는 것이다. 분배우선주의다.” - 한국 보수와 진보의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의 보수는 제대로된 자유주의 보수가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을 보수라 생각하는 산업화 세력, 돈과 권력을 갖고 있는 기득권 세력, 원론적인 보수인 자유주의 세력 세 그룹이 섞여 있다. 한국 보수의 문제는 기득권 세력의 비도덕성에 있다. 우리는 경제를 집약적으로 발전시켰기에 깨끗한 부자가 적다. 땅 투기나 정경 유착으로 부를 챙긴 사람이 많다. 제대로된 보수가 적은 것처럼 제대로된 진보도 굉장히 적다. 진보주의자가 되려면 자기 밥그릇보다는 빈자, 소외된 자의 밥그릇을 먼저 챙겨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좌파, 진보주의자 중에는 권력을 탐하는 사람들이 많다. 즉 권력 추구의 수단으로서 진보주의를 택한 것이다. 폭력 선동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 진실을 알면서도 대중을 선동하고 폭력에 의존한다. 제대로된 진보라면 북한의 핵과 인권을 비판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다. 종북, 친북이라는 욕까지 들으면서도 말이다.” - 역대 대통령을 평가한다면?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고 이승만 대통령은 과(過)보다 공(功)이 크다. 해방 무렵 한국의 지식인 중 80% 이상이 사회주의에 경도돼 있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비록 삼팔선 이남에 국한됐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건국이라는 엄청난 공을 세웠다. 6.25를 거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켰다. 이 대통령이 독립운동을 하면서 최선을 다했느냐, 안 했느냐는 점은 역사가들이 판단할 문제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수호한 공은 그 당시 역사를 보면 이 대통령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물론 과도 많다. 독재를 한 것은 큰 과오지만 최소한 독립운동을 했고 건국을 했고 6.25 때 공산주의로부터 나라를 지켰다. 일제강점기를 지나고 왕정이 아닌 공화정 국가가 수립됐다. 전세계적으로 공화정 수립은 전쟁을 거치거나 혁명을 거쳐야 한다. 미국은 독립혁명, 프랑스는 시민혁명 끝에 공화정을 수립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바로 민주공화국을 설립했는데 이런 공은 대단하다. 전세계 문명국가 중 건국기념일이 없고 건국대통령의 기념관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기념관을 만들어 그분의 공과 과를 함께 전시해 국민이 판단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이 독재했다고 기념관을 만들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의 자긍심을 없앨 뿐이다.” - 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을 보수의 아이콘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진보주의자다. 박 대통령의 경제개발계획은 보수주의와 거리가 멀다. 관치주의 경제를 하고 국가가 개입해 계획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보수가 아니다.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새마을운동을 했다. 새마을운동은 집단주의적 발상이다. 사회공학까지는 아니지만 국가가 개입해 국민의 삶을 직접 개량했다는 것은 진보주의에 해당한다. 박 대통령은 그린벨트를 정하고 국민교육헌장을 만들었다. 진보주의자가 아니면 못한다. 박 대통령을 보수의 아이콘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목표와 보수주의자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같기 때문이다. 1960년 서울에는 상수도를 설치할 돈도 없었다. 대통령이 필리핀에 가서 손을 내밀어도 거절당할 정도로 정말 가난한 나라였다. 이런 상황에서 본원적 자본을 만드는 데 이룩한 공은 대단하다. 당시는 집약적으로 경제성장을 하면서 재벌 비호를 안 할 수 없었다. 기업인을 비호해야 본원적 자본을 키울 수 있었고 사회 분배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 박정희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 반면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는 ‘좌파이고 실망했다’고 했는데? “박 비대위원장은 6.15 선언을 여러 번 지지한다고 했고 한 번도 철회하지 않았다. 6.15는 명백히 헌법에 위배된다. 김정일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니까 보수와 거리가 멀다. 세종시도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하면서 끝까지 관철시켰다. 수도를 세종시로 옮긴다는 구상은 분단국가에서 수도를 남쪽으로 후진 배치함으로써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가의 대처능력을 떨어뜨린다. 세종시 건설안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밀실에서 합의한 것으로, 충청도 표를 얻기 위한 작전일 뿐 포퓰리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민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 박 위원장과 약속을 한 적도 없다. 박 위원장이 추진하는 생애주기별 복지라는 것도 보수와는 거리가 멀다. ‘박근혜 복지’는 영국 노동당보다 더 왼쪽에 가 있다.” - 유력 대선주자로 평가받는 안철수 교수는? “정치적 판단을 받으려면 정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 안 교수가 말한 정치적 발언은 한나라당 응징과 재벌에 대한 ‘삼성동물원’ 발언 정도다. 이 두 가지만으로는 평가가 불가능하다. 정책을 하나도 내놓지 않은 사람을 대권후보 반열에 올려 여론조사 한다는 자체도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 지난 11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장기표 녹색사회민주당 대표의 주도로 ‘국민생각’이 창당됐다. 어떤 정치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박세일 신당을 일각에서는 ‘보수신당’이라고 하는데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박세일 교수는 중도좌파와 중도우파를 합해서 대중도신당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당이라는 것은 이념으로 뭉쳐 정권을 획득하려는 결사체 같은 것이다.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를 모두 아울러 신당을 만든다는 것은 난센스다.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 ‘보수 성향의 국민들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은 자신을 보수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이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얘기를 들어보면 생각은 보수다. 생각은 보수인데 자신을 진보라고 말한다. 보수 성향의 많은 국민들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진보 성향을 대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나꼼수가 젊은이들로 하여금 정치에 관심을 갖게 했다는 선기능은 많은 이들이 인정한다. 하지만 비판의 격을 떨어뜨렸다. 비판을 받는 상대가 아프려면 욕설로 시작하고 욕설을 끝내서는 안 된다. 내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정치비판 방송을 할 때 한 번도 경어를 안 쓴 적이 없다. 항상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이렇게 말했다. 풍자도 격이 있어야 한다. 나꼼수의 생명력이 그런 데 있다는 것은 알지만 나중을 생각해 보자. 사람들은 점점 감각적인 것을 찾고 감각에 대한 호소는 강도를 계속 올리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다. 나꼼수 멤버들도 반성해야 한다.” - 요즘 연예인들은 정치적 발언을 많이 한다.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올해 선거에서 연예인의 발언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연예인이라고 해서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선동의 한 수단으로 이용되거나 제대로 정립된 이론이 아니고 감정에 호소하는 발언이 많다. 미국 여권운동의 기수였던 제인 폰다는 월남전 당시 반전운동에 매진했지만 특정 정당과 이념을 같이 하면서 사사건건 시위 현장에 나타나지는 않았다. 연예인이 선동의 도구로 이용당하는 것 같아 섭섭한 측면이 있다. 전문 분야에서 제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 - 올해 총선과 대선 전망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 “올해 총선에서 주요 쟁점은 빈부 격차와 양극화 해소가 될 것이다. 대선에서는 안보 문제까지 화두가 될 것이다. 상대적 박탈감을 없애려면 복지 사각지대를 먼저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최저 소득층 숫자가 4백만을 넘지만 이 중 국가의 보호를 받는 기초생활수급권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지금 보편적 복지를 말할 때가 아니다. 상대적 박탈감 해소는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장기적 과제로 풀어야 한다. 거기에 정상배와 정치인이 갈린다. 정치인은 국민을 생각하지만 정상배는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 재정확보 없이 정치지도자들이 보편적 복지 타령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을 민주당이 말하고 한나라당이 수용하고 있다. 대학 구조조정 없이 반값 등록금부터 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0~5세까지 무상보육을 시키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북한과 우리나라 밖에 없다. 안보 문제에 관해선 거론되는 대선 후보 중 안심하고 맡길 사람이 없어 가장 염려스럽다.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의 계속성을 확보하게 돼 있다. 이 나라가 무너지지 않고 후대로 내려갈 수 있도록 안보를 제대로 이해하는 대통령 후보가 현재는 없다. 빈부 격차와 안보 문제를 해결할 제대로된 정부가 들어서야 국민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작년에 김정일이 사망했는데 북한에 대한 생각은? “우선 김정일 사망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지적하겠다. 김정일이 사망하고 정부에서 ‘북한 주민을 위로한다’고 한 것은 해서는 안 될 말이다. 주민을 위로한다는 것은 김정일이 북한 주민에게 괜찮은 지도자였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죽어서 북한 주민이 슬퍼하니까 위로한다는 것과 같다.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미국에서 한 것처럼 ‘북한 주민을 염려한다’고 했어야 한다.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겠다’는 말도 잘못 됐다. 이는 국민들의 안보감을 해이시키는 말이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를 공고히 하려면 남북 관계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밖에 없다. 올해는 대선도 있으니 9월 정도에 잘못하면 북한이 의도적으로 벌이는 긴장 국면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서 통일 비용 걱정을 하는데 북한이 보유한 우라늄은 440만 톤 이상으로 전세계 우라늄 양과 같다. 지금은 통일비용 걱정할 때가 아니고 자유주의 정신에 입각해 북한 주민들을 하루빨리 폭압 정치에서 해방시키고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끌어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핵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려면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핵무장하겠다’고 발표해야 한다. 우리가 가지면 일본도 핵무장 하겠다고 할 것이다. 일본의 핵무장은 중국으로서 겁나는 일이기 때문에 중국도 북핵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북핵을 없애는 유일한 길은 그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 진보는 통합하고 보수는 분열하는 분위기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터지면서 한나라당의 해체론까지 나오고 있다. “보수가 언제 있기는 했나. 한나라당은 애초 보수가 아니다. 이미 보수가 아닌 지도 오래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념을 넘어 중도로 간다고 했을 때 보수는 사라졌다. ‘중도실용’이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실용은 정책을 얘기하는 것이다. 보수주의라도 실용주의일 수 있다. 이념에 중도주의라는 것은 없다. 돈봉투 문제는 여야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 대의원들이 자기 돈 털어서 전당대회 가나? 결국은 당협위원장이 하고 계파에서 자금을 대 줘야 대의원들이 교통비와 식대비 등을 처리한다. 그러니까 봉투가 내려가는 것이지만, 타파해야 할 관행이다. 새삼스러운 듯 난리 치는데 없어지지 않은 것이 들통난 것일 뿐이다. 유시민 전 장관도 경험했다고 했는데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 한나라당이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비대위 일각에서 정강, 정책에 ‘보수’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철회하기도 했는데? “쇄신은 소장파들이 해온 얘기다. 소장파들의 쇄신 주장은 전부 좌클릭 정책들이다. 내가 전부터 해온 말이 쇄신파부터 쇄신하라는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보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정강에서 보수를 빼겠다고 한 것은 보수 정신의 멸실을 의미한다. 보수를 집토끼라 생각해 언제든 ‘보수는 한나라당을 찍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 의정보고서를 보면 한나라당 로고 등이 빠져 있다. 한나라당에 희망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뺐다는 의견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 됐을 때 포스터를 봐라. 민주당 글자는 돋보기로 봐야 한다. 노 대통령은 정몽준 전 대표와 통합하면서 국민후보가 됐다. 포스터에는 국민후보 노무현이 크게 쓰여 있다. 민주당 후보인데 민주당은 안 보였다. 손학규 전 대표가 나선 분당 선거도 마찬가지다. 문민정부 이후 집권당이 매 정권마다 대통령과 선을 긋는데 이 같은 행동은 비겁하다고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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