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감의 화려함이 강렬함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세네갈 작가 두츠의 다양한 작품을 국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1973년 세네갈에서 태어난 젊은 작가 두츠는 2000년 아프리카 비엔날레 ‘젊은 작가 모음 전’에 참여하면서 갤러리 기획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설치미술 ‘TRAIN-TRAIN MEDINA(Medina의 지루한 일상)’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프랑스 TV5와 벨기에 RTBF 방송에 소개됐다. 2004년에는 오랫동안 구상해온 작품 ‘100=1, 1=100’을 발표하면서 서구 미술계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두츠 작품에서 가장 대표적인 수학 기호 ‘100=1, 1=100’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는 서민 지역의 무질서한 모습을 원색으로 표현한 100개의 작은 그림들을 설치 미술적 효과를 발휘하면서 하나의 그림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반대로 하나의 그림을 기하학적으로 분할해 다시 100개의 그림으로 보이게도 한다. 작품 해설을 보면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라고 쓰여 있다. 두츠의 그림을 보면 동화 속 마을이 떠오른다. 가난한 곳이지만 누추함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 넓게 벌린 팔은 어느 누구와도 손을 잡을 것 같고, 길가에 즐비한 자동차는 주인이 따로 없는 것처럼 보인다. 높이 치솟은 안테나는 신과의 거리까지 짧게 만드는 것 같다.
아크릴 물감은 파스텔과 어우러져 만화적 팝아트가 되면서 마을을 명량하게 만든다. 그림 곳곳에 써 놓은 “100=1, 1=100”은 숫자와 흑백으로 이루어진 화폭을 수묵화의 경계를 넘어선 듯하게 바꿔 놓는다. 두츠는 2006년에 다카르 비엔날레에서 유럽연합 예술가위원회로부터 대상을 받으면서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등의 유서 깊은 미술관 및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가졌다. 또한 그의 작품은 주로 은행과 기업에 많이 소장돼 있으며 워싱턴의 월드 뱅크는 ‘100=1, 1=100’ 주제 작품 100점을 모두 사들일 정도로 두츠의 가치를 인정했다. 두츠의 ‘100=1, 1=100’의 의미는 “우리는 모두 하나” 두츠는 ‘100=1, 1=100’ 주제를 통해 같음이 아니라 ‘서로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전체와 개체, 국가와 개인, 신과 인간이 ‘같다’라는 관념적 해석을 내리지 않고 서로 ‘다르지 않다’는 지향성을 역설한다. 그런 점에서 부호 =는 ‘위하여’ 내지는 ‘에게’로 해석된다. 모두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모두를 위하는 삶, 나는 너에게로, 너는 나에게로 향하는 삶, 타인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관용의 미덕을 실천하며 사는 것이 바로 ‘100=1, 1=100’의 정체다. 100개의 작은 그림으로 하나의 그림을 표현하는 그의 작품은 살아 있는 생명체 같기도 하다. 조합과 분산이라는 설치적 방법을 통해 관객을 그의 작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100명의 관객이 두츠에게 들어오거나 두츠가 100명의 관객에게 들어가는 데서 우리는 두츠와 하나가 되고, 두츠는 우리와 하나가 된다.
여기에서 두츠는 ‘100=1, 1=100’의 의미를 현실의 영역에까지 확대시키면서 추구할 메시지를 전한다. 긴 팔과 긴 다리를 가진 사람들, 하늘 높이 치솟은 안테나들, 수많은 자동차들, 그리고 아라비아 숫자 1처럼 표현된 짧은 수직선들과 긴 수평선이 그것들이다. 또한 두츠는 팔의 길이를 통해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야기한다. 팔이 길면 옆에 있는 어느 누구와도 쉽게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데서 소통에의 가능성이 열린다. 발걸음도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움직이는 모습이다. 다리도 길게 그렸다. 결국 소통의 시작은 행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높이 치솟은 안테나는 문명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신에게 가까이 가고픈 작가의 무의식을 표현하기도 한다. 여기서 자동차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개인의 꿈과 공동체가 부강해지기를 바라는 국가의 꿈을 함께 나타낸다. 두츠의 소재는 다양한 의미를 지니면서도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거리를 누비는 자동차는 어디론가 떠나기를 바라는 개인의 소망과, 부강해지기를 바라는 국가의 꿈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바람에 나부끼는 빨래는 삶에의 애환에서 소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미래의 행복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하늘 높이 치솟은 안테나는 무지를 깨우는 문명의 도구이면서 신에게 다가가는 계단과도 같다는 것을, 무질서한 집들은 미래에의 불확실성을 담으면서도 자기성취를 이루어내는 안정됨의 공간이라는 것을 그린다. 긴 팔과 긴 다리가 강조된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인간의 존재 의미가 마음의 거리를 줄이는데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츠 개인전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1층에서 2월 13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