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YMCA는 쉽게 연관되지 않는다. 왠지 거리감이 있을 것 같은 서울YMCA에 다수의 미술 작품이 소장돼 있다면 “그래?”라고 반문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제로 YMCA에는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유명 화가와 서예가의 작품이 다수 소장돼 있다. 특히 서울YMCA에는 국보급 동양화가 여러 폭 보관돼 있는데 이 작품들은 YMCA 설립 초기와 전후 회관 재건 당시 화가들에게 직접 기증받은 작품들이다. YMCA 종로 회관은 한국 근대화를 상징하는 건물로, 회관 재건이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받았던 까닭이 아닐까 싶다고 YMCA 관계자는 전했다. 일부 작품들은 건물 곳곳에 걸려 있어 직접 방문하면 관람할 수 있었다. 종로회관 정문 오른쪽 하단에는 영친왕이 11세 때 직접 써서 하사한 ‘一千 九百 七年(1907)’이 새겨진 정초석이 있다. 정문 현관에 들어서면 오른쪽 벽면에 여러 사람의 초상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조각가 김정숙의 ‘힘의 군상(2m30x2m56)'으로, YMCA의 이념과 정신인 영(Sprit), 지(Mind), 체(Body)를 상징한다. 입구 정면에서는 목불 장운상의 ‘한복 입은 예수(200x160cm)’도 한 눈에 들어온다. 갓을 쓴 도포 차림의 예수가 아이들을 반겨주는 대형 동양화다. 이당 김은호, 운보 김기창의 작품 걸려 있어 또한 ‘부활 후의 그리스도상(120x75cm)’이 있는데 이 그림을 그린 이당 김은호는 임금님 어진을 5위나 그린 당대 최고 인물화가였다. 허백련, 변관식, 고희동, 김규진, 이상범, 김봉진 등 대가들과 더불어 현대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어머니 마리아, 제자들과 함께 있는 그리스도를 그린 것으로서 조선전람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일찍이 외국에 ‘제3세계 토착 미술’로 소개되기도 했던 이 그림은 옛 회관 중앙현관에 비치됐으나 6•25 전란 때 회관이 전소되면서 함께 소실됐다. 하지만 이당은 조선 광복을 기원하는 심정으로 예수님의 부활상을 다시 그려 서울YMCA에 기증했다. 최근에는 관련 학과 대학생들의 필수 견학 작품이 됐다고 YMCA 관계자는 말했다.
이당의 제자이기도 한 운보 김기창의 그림도 YMCA회관 곳곳에서 보인다. ‘영기로운 칠색 무지개(450x115cm)’ ‘영기로운 산(450x115cm)’은 서울YMCA 창립 55주년(1958년) 기념행사 중 북한산에 걸린 무지개를 보고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이다. 서예가인 원곡 김기승도 항일운동 본거지로서의 Y학관 역사에 어울리는 성경 구절을 써달라는 청에 “일하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로 시작되는 데살로니후서 3장 10~13절을 써줬다. 특히 동아일보 미술부 기자로 재직하면서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를 지운 사진으로 유명한 청전 이상범은, 월남 이상재에게서 성경을 배운 YMCA학관 출신으로서 흔쾌히 그림을 그려줬다. 그의 ‘천산설야 위의 예배당(120x85cm)’은 YMCA가 보유한 작품 중 소장가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손꼽힌다. 그 밖에도 ‘조선’이 새겨진 비석이 회관 뒤편 주차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 6.25 전란으로 YMCA 회관이 전소됐을 때도 없어지지 않았으며 무너진 돌더미 속에서 발견한 것이다. 이 비석은 처음 제작 시에는 ‘조선중앙기독교청년회학관’이 새겨져 있었으나 일제의 강요로 이름을 바꿔 새기고 광복 후 좌우익의 갈등으로 현재 ‘조선’이라는 두 글자에 징이 박힌 흔적이 남아 있다. 역사적 유물이자 근현대 미술사의 중요한 자료가 되는 이 작품들은 현재 서울YMCA 1층 로비와 친교실, 대강당 등 회관 곳곳에 전시돼 있다. 이처럼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을 서울YMCA는 누구나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면서 또한 작품들을 영구보존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와는 별도로 서울YMCA는 종로회관 1층에 개관한 ‘청소년 문화광장-야호’를 통해 청년 작가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현재 여동미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 중이며 이를 시작으로 매달 청년 작가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