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사실상 BMW그룹 코리아(이하 BMW)의 잔칫날이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총 2만3293대를 판매하면서 ‘마의 2만대 고지’를 훌쩍 넘어선 데다, 전년 대비 38.7%라는 폭발적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반면 숙적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이하 벤츠)는 독일 브랜드 중 가장 낮은 판매 증가율(20.1%)에 그쳤다. 30%를 넘어선 아우디보다 낮은 수치다. 때문에 일각에선 ‘벤츠의 굴욕’이라는 말도 나돌았다. BMW가 달성한 ‘2만대 판매’는 당초 벤츠의 목표였다. 벤츠의 작년 국내 판매대수는 1만9534대. 아깝게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물론 벤츠는 작년 수입차 시장 2위로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전통의 강자답게 지난해 최다 판매 순위를 보면 아직도 벤츠 E300이 7019대로 1등이고, 이어 BMW의 520d(6211대), 528(5940대)이 뒤를 잇고 있다. 벤츠 관계자는 “아우디, BMW 등과 비교하느라 우리의 작년 20% 성장률을 적게 보지만, 내부적으로는 굉장히 긍정적인 성적”이라며 “물론 재작년 판매 증가율 80%에 비하면 저조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1만9000대 이상 판매는 우리가 한 번도 경험 못한 대단한 숫자”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좋은 성적이라고 하지만 전체 흐름상 벤츠가 너무 쉽게 BMW에 1위를 내줬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2010년에 1위 BMW와의 격차가 754대였던 데서 2011년에는 3759대로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어느덧 2위 추락 벤츠, 왜? 벤츠의 국내 딜러사들도 지난해 저조한 판매 성적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회사 측이 새로운 모델을 시기적절하게 투입하지 못한 데다, 마케팅 경쟁력이 약화된 탓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지분의 49%를 가진 한성자동차가 과도한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어,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크다. 벤츠의 최대 딜러인 한성자동차에 유리한 지배구조와 판매체계 탓에 브랜드 경쟁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원성이다. 이 때문에 벤츠 독일 본사는 작년 하랄트 베렌트 사장을 해임하고 토마스 우르바흐 신임사장을 새롭게 취임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대표 교체 후에도 딜러사들은 한성자동차의 독과점적인 지위와 기대에 못 미치는 판매실적에 불만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벤츠 관계자는 “한성자동차가 경영권에 개입하는 일은 없다”며 “물론 한성자동차가 가장 크고 오래된 딜러인 만큼 영향력이 큰 건 사실이지만, 현재 한성의 시장점유율이 점점 떨어지는 추세이며 다른 딜러사의 점유율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고객 연령층 젊어지는 가운데 ‘젊은 이미지’ 강한 BMW는 작년 신모델 출시 적었어도 사상 최고 실적 올려. 벤츠코리아의 ‘젊은층 파고들기’가 얼마나 효과 발휘할지 주목 그렇다면 BMW의 상황은 어떨까. 이제 “명실상부한 국내 수입차 1위”라는 평가를 받는 BMW는 소리 없이 웃느라 표정관리에 바쁘다. 지난해 신모델 출시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얻어낸 탓이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력과 가격, 고객 니즈에 맞춘 서비스로 고객 만족을 달성했기 때문”이라는 판에 박힌 대답만 내놓았다. BMW의 지난해 가파른 상승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선 기본적으로 BMW가 젊은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 덕이 크다. 일반적으로 ‘나이 들어서 타는 차’라는 이미지의 벤츠와 비교할 때 BMW는 더 활동적이고 트렌디한 느낌을 준다는 평가다. BMW의 젊은 이미지는 최근 변화하는 한국의 수입차 고객 연령층과도 잘 맞는다. 과거 ‘특수 소수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수입차의 고객층이 최근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의 관계자는 “고객 연령이 낮아지면서 가격적인 면도 큰 경쟁 요소로 작용한다”며 “아직도 비싼 수입차지만 그 중에서도 저렴하면서도 좋은 구매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BMW 측은 “자체 금융회사인 BMW 파이낸스를 운영하고 있어 구매 조건이 비교적 좋고, 경쟁업체보다 가격적인 면에서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BMW와 벤츠의 올해 국내 주력 차종은? BMW는 현재의 기세를 몰아 2월 올뉴 3시리즈를 내놓는다. 올해 국내 시장 최대의 승부수다. 3시리즈는 핸들링, 서스펜션, 브레이크 등 모든 분야에 대해 완벽에 가깝다는 평이다. BMW 측은 “새 3시리즈는 완벽에 가까운 50:50 무게배분, 수려하면서도 인체공학적인 디자인, 진화된 엔진성능으로 진정한 드라이빙 가치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랑했다. BMW는 또한 미니 쿠퍼의 첫 디젤 모델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 미니 전 라인의 디젤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에 맞설 벤츠의 올해 전략 모델은 올뉴 B클래스다. 새 B클래스는 풀체인지 된 2세대 모델로, 상반기 출시 예정이다. 이를 통해 소형차 경쟁력을 대폭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벤츠 관계자는 “올해 B-클래스와 M-클래스를 새롭게 런칭해 젊은층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벤츠의 ‘글로벌 숙원’인 젊은층 뚫고 들어가기가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참이다. 벤츠는 이와 함께 올해 새로운 디젤 모델들을 여럿 출시해 최근 인기를 끄는 디젤 판매를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단기간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올해도 차별화된 고객 로열티 프로그램을 계속 제공하고, 네트워크 확대와 최고 수준 AS 서비스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등 아우디가 쫓아오는 가운데, ‘2020년 전에 1위 탈환’이란 목표를 세우고 있는 벤츠의 한국 내 설욕전이 제대로 이뤄질지가 올해 수입차 시장의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