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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과 예술 - 사진 찍는 의사 ③]오승민 가톨릭중앙의료원 교수

“사진으로 마음까지 치료하는 의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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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1호 김금영⁄ 2012.02.13 11:24:27

잘못 만지면 자칫 부서질 것 같이 연약해 보이는 미숙아가 손가락을 힘차게 부여잡고 있다. 단지 한 장의 사진인데, 그 안에는 본능적으로 살고자 하는 미숙아의 의지, 그리고 그런 모습에서 우러나오는 여러 감정과 감동들이 한꺼번에 묻어난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의료협력본부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오승민 교수가 아프리카에 의료 봉사 활동을 갔을 때 포착한 순간이다. 이 사진은 오 교수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기도 하다.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어떤 이는 그림에 감정을 담고, 또 춤이나 노래 등에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오 교수는 사진을 통로로 삼는다. “저는 사진을 ‘찍는다’는 말보다 ‘담는다’는 표현을 더 좋아합니다. 그냥 단순히 카메라 셔터만 누르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며 제가 느낀 것들을 사진 속에 ‘담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가 카메라에 담는 감정들은 어떤 모습일까? 오 교수는 네팔, 캄보디아, 몽골, 아프리카 등 해외 곳곳에 의료봉사 활동을 다니며 현지 풍경과 사람들, 진료하는 모습 등을 담는다. 해맑게 웃는 아이부터 굳은 표정의 어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그의 사진에 등장한다. 최근에는 필리핀으로 2주 동안 의료 봉사를 다녀왔으며, 여기서도 물론 새로운 느낌을 담았다. “의료 혜택을 받기 힘든 나라들을 중심으로 봉사 활동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 나라에선 사진 찍는 일이 흔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봐요. 절대빈곤층은 하루에 1, 2달러 미만의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로 일컫는데, 해외 이곳저곳에 의료 봉사 활동을 가보면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카메라는 상류층 소유물이라는 인식이 있죠. 카메라를 보면 아이들은 신나서 포즈를 짓기도 하고, 반대로 어른들은 꺼리며 피하기도 하죠. 평생 자기 사진 한 장 갖기 힘든 사람들이 많으니 사진을 현장에서 인화해 주면 아주 좋아해요.” “가난한 나라에선 카메라가 상류층 전유물이라 평생 자신의 사진 한 장 없는 사람이 많아요.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인화해 주면 정말 너무 좋아해요” 처음에는 큰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지만 익숙하지 않은 카메라 모습에 겁먹는 사람도 있어 지금은 조그만 카메라를 그는 갖고 다닌다. 저개발국에선 전력 공급도 잘 이뤄지지 않아 카메라 배터리 충전도 때로는 안 되기 때문에 흔한 AA 배터리를 전원으로 사용하는 카메라를 사용한다.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오 교수는 순간순간 느낀 감정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사진 한 장 한 장을 볼 때마다 그때 느꼈던 감정과 의미가 살아나 그를 뿌듯하게 만들어준다.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 장면이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자유롭게 사진을 찍는 편이에요.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 설명을 붙이느냐에 따라 사진은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아요. 저는 사진의 대가가 아니라서 한 장의 사진에 모든 걸 담지는 못하지만 제가 담을 수 있는 것에 나름 만족합니다. 하하.” 아프리카에서 진료소로 출근하는 길에서 본 화창한 꽃들이 며칠 새 시들어 버리는 모습에서는 삶의 덧없음이 느껴진다. 또 멀리서 봤을 때는 아름다워 보였던 마을이 가까이서 보면 폐허라는 사실이 드러날 때 그는 “실제 속에 담긴 진짜 모습을 봐야 한다”고 느낀다. 환자복을 입고 신나게 걷는 아이의 모습에서 생명력을 느끼고, 해맑게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동심을 본다.

그가 사진에 담으려 하는 것은 거창한 메시지가 아니다. 혹자는 처음 그의 사진을 봤을 때 ‘인류애적인 사진을 찍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 교수는 단지 주어진 순간에 충실하며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담을 뿐이다. 지금은 의료 봉사를 갈 때마다 열심히 카메라를 챙기지만 처음엔 자의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었다. “해외로 의료 봉사 활동을 가면 현지 진료 모습과 실상을 보여주기 위해 사진을 찍어야 했어요. 의료원에 보고도 해야 하고 기록의 목적도 있었죠. 그런데 갈수록 사진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오 교수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카메라를 잡게 된 것은 2009년 말 아프리카 의료 봉사 활동을 준비하면서부터이다. 2010년에는 반 년 정도나 아프리카에 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 사진을 많이 찍으면서 사진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내 사진에 설명을 달아야 하지만, 앞으로는 아무 설명 없이 그냥 사진만으로 느낌 전하는 사진 찍고 싶어” 사진에 담은 느낌이 통해서일까? 2010년에는 한 제약 회사가 진행한 의사 사진 콘테스트에서 ‘최고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그는 ‘또 사진전에 참여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아 얼떨떨했어요. 정말 훌륭한 사진들이 많았는데 제가 상을 받게 돼 너무 영광이었죠. 하지만 다시 사진전을 열기에는 제 수준이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하하. 의미를 나눌 수 있도록 사진을 모아 사진집을 출간하면 어떻겠냐는 제의는 많이 받았어요.” 사진전은 쑥스럽지만 해외 의료 봉사 때 찍은 사진들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강의할 때는 자신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서 행복하단다. 봉사하는 의사로서 의료협력본부에서 일한 지도 어언 1년 3개월…. 힘들기보다는 보람이 더 크다.

“찍고 싶은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고, 학생들과 함께 의료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의사가 되고자 했던 여러 이유들을 봉사 활동을 통해 이룰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오 교수는 앞으로도 의료 혜택을 잘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현장 사진을 찍을 생각이다. 오는 2월 20일에는 네팔로 의료 봉사 활동을 간다. “봉사와 연관해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또 제 사진이 해외로 의료 봉사 활동을 가고 싶지만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귀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사진을 찍고 싶냐고요? 지금은 사진을 두고 ‘이건 이런 상황에서 이런 생각으로 찍었다’고 부연 설명을 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말이 필요 없이 그저 사진 그 자체만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퓰리처상을 받은 사진들을 보면 아무런 말이 필요 없잖아요? 저도 그런 감동을 담을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네요.”

“성능은 좀 떨어져도 작은 카메라 좋아요” ‘한 손에 쏙’ 카메라로 바꾼 오승민 교수 흔히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대포만한 크기’의 고성능 카메라를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크다고 꼭 좋은 게 아니며 때로는 작은 게 더 좋을 때도 있다. 작은 카메라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오승민 교수에게서 이런 점은 확인된다. - 큰 카메라에서 작은 카메라로 바꿨다고 하는데, 종전 기종과 지금 기종은? “캐논 450D에 캐논 EF 24~70mm f2.8L을 갖고는 있지만 크고 무거워 들고 다니기 힘들다. 사람들 앞에 이 카메라를 들이대면 카메라를 의식하고, 또 조용한 곳에서는 셔터의 철커덕 소리가 의외로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전용 건전지의 충전 상태를 항상 신경써야 하는 점도 불편했다. 그래서 초소형 카메라인 캐논 Ixus를 잠시 쓰다가 망원 기능이 필요해 캐논 파워샷 SX20 IS로 바꿨다. 셔터 소리가 거의 나지 않고, 화질은 좀 떨어져도 의미 부여할 수 있는 사진을 많이 담을 수 있어 좋다.” - 작은 카메라를 쓰면 찍히는 사람이 덜 긴장해 자연스런 표정을 담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효과를 느끼는지? “캐논 파워샷 SX20 IS은 크기가 작은 데다 액정화면을 전후좌우로 움직일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피사체 쪽을 바라보지 않으면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더욱 자연스러운 표정을 찍을 수 있어 좋다.” - 작은 카메라는 작아서 좋지만 렌즈를 갈아 끼울 수 없다는 점이 단점일 수 있다. 화질 등에 대한 불만은 없는지? “성능에 대한 불만은 사진 내용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잠재운다.” - 보유한 장비는? “캐논 450D 바디에 EF 24~70mm f2.8L, EF 50mm f1.8 렌즈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해외 출장 때는 거의 항상 캐논 파워샷 SX20을 쓴다. 손흔들림 보정장치(IS)에다가 망원렌즈 기능(5~100mm 1:2.8~5.7)까지 있어 편리하다.” - 카메라가 고가품이라 저개발국에서는 도난당하는 경우도 많은데 혹 그런 경험을 한 적은? “진료 때 카메라 가방은 항상 바로 옆에 두고 이동 때도 항상 어깨에 걸치고 다닌다. 작은 카메라로 바꾸니 카메라 가방에 넷북까지 넣을 수 있어 카메라 가방이 배낭 역할까지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도난당한 경험은 없다.” - 외진 곳에서는 건전지 충전에 애를 먹을 수 있는데? “파워샷 SX20 IS는 가장 흔한 AA건전지만 있으면 되므로 카메라용 AA 건전지를 챙겨 가면 아무런 걱정이 없다.” - 어린이들에게 사진을 인화해 주면 좋아한다고 했는데, 현지에서 프린트는 어떻게 하는지? “휴대용 사진 프린터인 캐논 CP760으로 현장에서 인화해 준다. 행복한 기억을 현장에서 나누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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