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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공천 저승사자’

새누리당 정홍원 공천위원장 vs 민주통합당 강철규 공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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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1호 심원섭⁄ 2012.02.13 11:24:16

4·11 총선을 불과 2개월 여 앞두고 여야는 특수부 검사와 공정거래위원장 출신의 대표적 칼잡이들을 ‘공천 포청천’으로 내세워 물갈이 공천의 진검 승부를 가리게 되면서 정치권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정홍원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공천위)과 민주통합당의 강철규 공천심사위원장(공심위)이 그 주역으로서 이들의 대결은 여러모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공통점을 보면 두 사람 모두 정치권과 직접적인 인연이 없고 개혁과 원칙의 대명사라는 점에서 공천 외풍에 휘둘릴 가능성이 적을 것이라는 점을 여의도 정가에서는 꼽고 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검찰의 대표적인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후보들에 대해 ‘매의 눈’을 들이댈 것으로 보이고 있으며, 강 위원장도 재계에서 ‘재벌 개혁 저승사자’로 불리던 인사로서 이번 공천 과정에서도 경제 정의와 재벌 개혁 마인드만을 가진 사람 위주로 공천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두 사람의 공천 눈높이가 여야의 총선 전략과 맞물리면서 선거 승패도 그것에 좌우될 것이라는 점에서 두 ‘공천 저승사자’에 여야 정치인의 앞날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새누리당은 ‘현역 하위 25%의 공천을 원천배제’라는 원칙을 밝힌 바 있고 민주통합당 역시 새누리당에 버금가는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내비치고 있다. 여야 공히 “혁신적인 공천만이 살길”이라며 역대 최고 수준의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어 정치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그러자 여야 내부에서 벌써부터 공천 기구의 중립성이나 인위적 물갈이 등 공천 기준을 둘러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어 향후 공천 결과 불복 사태가 잇따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홍원 “쓴잔 마시는 용기필요…여당 변해야” 우선 새누리당 정홍원 공천위원장의 면면을 살펴보면 박근혜 식 철통보안으로 의외의 카드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인물이다. 따라서 누구에게도 노출되지 않아 정치권 일각에서는 결국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바지 사장’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베일에 가려졌던 정 위원장의 이력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면서 ‘결코 간단치 않은 인물’이라는 쪽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 위원장은 성균관대 출신으로 사법시험(14회)에 합격한 뒤 약 30년간 검찰에 몸담는 동안 공사를 엄격히 구분하는 강직한 성품으로 주변의 신망이 두터운 법조인이다. 지난 1982년 특수부 검사 시절 이철희·장영자 부부 사기 사건을 비롯해 ‘대도’ 조세형 탈주 사건, 수서지구 택지공급 비리사건, 워커힐 카지노 외화 밀반출 사건 등을 처리해 대표적인 특별 수사통으로 불렸다. 지난 1991년 대검 중앙수사부 3과장 시절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컴퓨터 해커를 적발했으며, 서울지검 남부지청장으로 재직하면서 ‘민원인 후견인 제도’를 도입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 1997년 서울지검 특별범죄수사본부 시절에는 의정부지원 판사비리와 관련해 변호사들로부터 수백만 원을 받는 등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은 판사 15명에 대해 대법원에 명단을 통보해 중징계를 요청한 바 있다. 각종 인맥으로 똘똘 뭉친 법조계에서 판사 15명의 징계를 요청한 것은 그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뚝심 있는 수사였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대검 감찰부장 재직 시에는 ‘검찰 낮술 금지’를 실시하는 등 내부 개혁에 앞장 서왔으며 특히 법무부 법무연수원장 때인 지난 2004년 5월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사시 동기인 이범관 광주고검장(현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후배들을 위해 용퇴했다. 참여정부 때 법무부 장관 및 검찰총장 후보에 단골로 거론됐고, 대한변협에 의해 삼성 비자금사건 특별검사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이렇듯 공사를 구분한 엄격한 처신과 뛰어난 사정감각이 두루 평가받았기 때문에 초대 국정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렸으며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맡아 공단이 법률 취약계층을 위한 ‘친(親)서민 법률복지기관’으로 확고히 자리 잡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MB정부 실세 용퇴론, 공천위서 논의돼야” 그러나 새누리당 주변에서는 정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지난 18대 총선 때 새누리당은 안강민 전 대검 중수부장을 공천심사위원장에 앉혀 ‘대쪽 검사’ 출신의 객관적 공천을 기대했지만 그 결과는 최악의 친박계 ‘공천학살’로 끝난 바 있다. 한마디로 ‘오너’의 장벽과 정당의 구조적 계파안배 공천 관행이 뿌리 뽑히지 않는 이상 ‘대쪽 공천’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정당의 공천 작업은 각종 이해관계가 얽힌 복마전이라는 점에서 정 위원장의 정치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소장파의 한 의원은 “현실 정치의 총화인 공천 작업을 정치 현실에 거의 문외한이 지휘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정치 현실을 너무 모르기 때문에 결국 결론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손에 달려 있다”고 염려하기도 했다. 이 같은 주변의 염려를 불식시키듯 정 위원장은 지난 2일 여의도 당사에서 첫 회의를 가진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천 작업을 양심껏 사심 없이 진행한다면 그에 대해서는 제가 위원장으로서 방패막이가 돼야 한다”며 “공천은 정도(正道)로 가고 그에 대한 저항이나 반발은 뚫고 가겠다”고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정 위원장은 공천위원 10명간의 상견례를 겸한 회의에서도 “책임질 때는 맨 앞에서 책임지는 목회자가 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제 역할을 해보고자 한다”며 공천 작업을 진두지휘하게 된 데 대한 각오를 드러냈다. 이어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면 (반발이나 저항이) 최소화되리라고 보지만 원칙을 정해 사심 없이 일해도 세상일이라는 게 많은 사람이 낙천되면 반발과 모함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공천심사 기준에 대해 “지도자가 될 사람은 개인의 영달보다 국민의 복리·영달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돼야 하며, 제가 한 가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바로 이 점”이라며 “출세를 위해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사람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공천은) 여러 사람 중 한 사람을 뽑는 것이어서 많은 사람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작업이며, 이 때문에 과거에 시끄러운 게 많았다”며 “이 점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고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 위원장은 ‘MB정부 실세 용퇴론’에 대해 “그런 점이야말로 공천위에서 논의돼야 할 부분〃이라며 〃다른 위원들과 논의하기도 전에 얘기하는 것은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위원들 면면이 훌륭하다”고 평가하면서 “공천위가 어느 한 쪽에 치우쳐선 안 되며 조화를 이루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한나라당에 율사 출신 의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율사라고 다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견을 잘 조정하면 좋은 결론이 도출될 것”이라고 답했다. 비례대표 등 총선 출마 의향에 대해 그는 “단호하게 말하는데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고, 공천위원 전원의 총선 불출마 여부에 대해선 “한번 논의해 보겠지만 제가 대표해서 ‘안 하겠다’고 결론짓는 것은 무리”라고 말을 아꼈다. 강철규 “나는 결코 심부름하러 온 게 아니다” 민주통합당 강철규 공심위원장은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참여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경제학자로, 원칙을 매우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사실 강 위원장이 처음부터 1순위로 거론된 건 아니었지만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정 위원장 인선을 지켜보고 하루 뒤 강철규 카드로 맞대응을 했다는 후문도 들리고 있다. 즉 새누리당이 법조계 출신 위원장을 선임하자 민주당은 외부인사 중 검사 출신은 배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 위원장은 새누리당 정 위원장처럼 비 정치권 출신이긴 하지만 여의도 정치의 생리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공직 활동(부패방지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을 한 경력이 이번 인선에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충남 공주 출생인 강 위원장은 대전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으며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고 1970년 한국은행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해 산업연구원을 거쳐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로 학계에 발을 디뎠다. 1989년부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창립 멤버로 활동하면서 정책연구위원장, 집행위원장 등을 맡았고 재벌 문제와 부패 문제에 대한 이론적 연구는 물론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해 왔다. 참여정부에서는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과 대통령자문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2003년 3월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돼 3년간 임기를 채우는 동안 출자총액제한제 개선, 재벌 총수의 과도한 지배력 행사 방지, 소액 주주의 권리 향상 등 기업의 내ㆍ외부 통제 제도 개선방안을 담은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력을 보이는 등 공정거래위원회의 독립성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서울시립대 교수로 돌아갔다가 경실련 공동대표를 맡았고 지난해 3월부터는 우석대 총장으로 재임한 바 있다. 민주당 한명숙 대표와는 강 위원장이 한 대표의 부군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의 서울대 상대 후배로서 한 대표가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을 준비할 때 자문그룹 멤버로서 도와준 인연이 있다. 그리고 국민의 정부에서 한 대표는 환경부 장관, 강 위원장은 부패방지위원장이었고 참여정부에서도 한 대표가 총리, 강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하며 호흡을 맞추는 등 가까운 사이로 지내온 것도 이번 인선의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이 강 위원장과 한 대표와의 ‘개인적 인연’ 외에도 정치적으로도 강철규 카드는 한 대표에게 매력적이었다고 한다. 한 대표가 대표 당선 이후 친노그룹 대표라며 구 민주계의 만만치 않은 저항을 불러올 시점에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옛 민주계 인사들과도 친분이 깊은 강 위원장을 공천수장으로 밀었던 것이다. 일종의 ‘이이제이’ 전략으로서, 강 위원장이 공천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임자이며 충남 출신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이처럼 새누리당 정 위원장이 박 비대위원장과 별다른 인연이 없어 공천 과정에서 자칫 엇박자를 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있는 반면, 강 위원장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한 대표와 충분한 조율을 거쳐 공천을 할 공간이 커진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두 사람의 친분 관계가 자칫 강철규 카드의 색깔이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공천의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수부 검사와 공정거래위원장 출신의 ‘대표적 칼잡이’들의 물갈이공천 경쟁 한마디로 새누리당에서 정홍원 위원장을 두고 ‘박근혜의 바지사장’ 논란이 일고 있지만 실제로는 강 위원장이 ‘한명숙의 바지사장’이 될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당 일각에서는 강 위원장이 부패방지위원장 시절 검찰이 행사할 수 있는 ‘피의자 조사권’을 요구했을 정도로 소신과 뚝심이 강했던 인물로 알려지면서 “중진 의원도 잘라낼 수 있는 깐깐한 원칙주의자”라며 긴장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강 위원장은 2월 1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생명, 자유,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는 데 공감해 위원장 제안을 수락했다”고 공천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저는 심부름하러 온 게 아니고 제 철학과 소신, 원칙을 갖고서 한번 해보겠다”고 자신했다. 특히 강 위원장은 ▲사람을 존중하는 인물 ▲시대 흐름을 읽고 99% 서민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제도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인물 ▲공정ㆍ신뢰 사회 구축에 노력하는 인물 등 '3대 공천 기준'을 내놓으면서 “공천의 자세한 기준은 위원회에서 심도있게 논의할 일이지만 3가지 정도에 부합하는 인물을 공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위원장은 공정사회와 관련해 “두 사람이 케이크를 나눌 때 한 사람이 먼저 칼을 들고서 자르게 하고 나머지 사람이 자른 케이크를 먼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강 위원장은 ‘재벌개혁 전도사’로 불리는 명성에 맞게 “재벌을 포함해 기업의 창의력과 노력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순환출자 방식으로 무리하게 회사를 확장한다든가, 부당 내부거래를 해서 중소기업을 울린다든가, 집단의 힘으로 불공정 거래를 한다든가, 이런 것은 엄격해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새누리당 공천위는 2월 6일부터 닷새간 공천 신청을 받고 2월 16일부터 심사에 착수할 예정인 가운데 당 지도부는 공천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최근 196개 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당무감사를 벌였으며,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현역 지역구 의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마치고 이미 비상대책위원회와 공천위에 공식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존중ㆍ서민공감ㆍ공정구축 ‘3대 기준’ 제시 특히 각 선거구별로 1000명을 두고 실시한 이번 여론조사를 두고 당 지도부는 정세를 알아보기 위한 일상적인 여론조사라는 입장이지만, 의원들은 사실상 현역 교체지수 산정을 위한 여론조사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이번 여론조사는 개인 성적표에 해당하며, 전국적으로 중진들의 성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추후 실시할 경쟁력 평가 여론조사 결과와 합산해 A, B, C, D 등 4개 등급으로 나눠 마지막 등급 25%를 공천에서 배제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2월 6일 공심위를 공식 발족한 뒤 2월 9일부터 사흘간 후보자를 공모하고 13일부터 심사에 착수하는 등 사실상 1차 물갈이에 해당하는 경선 후보군 3배수 압축 작업을 한 뒤 2월 20일부터 순차적으로 지역별로 본 경선을 실시해 지역구 공천을 3월 16일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민주당 공심위는 총선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돼 있다는 판단에 따라 당선 가능성 이외에 정체성과 도덕성, 당 기여도, 의정활동 능력 등을 꼼꼼히 따진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공심위의 한 핵심관계자는 “엄정한 심사를 통해 의원 자격이 없는 사람은 솎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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