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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주법 vs 나경원법 “맞대결”

후보에 대한 발언 수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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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1호 최정숙⁄ 2012.02.13 11:04:40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만큼 각종 흑색선전이 난무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은 허위 사실을 유포해도 비방 목적이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법 조항을 바꾸고, 이를 소급 적용해 정봉주 전 의원의 형을 면제해 주자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일명 ‘정봉주법’을 발의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정옥임 의원은 객관적 내용과 근거 있는 비판이 아닌 흑색선전은 원천 차단해야 한다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 이른바 ‘나경원법’으로 맞불을 놨다.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 ‘정봉주법’ 발의 정봉주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징역형을 받고 지난해 12월 26일 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이에 민주통합당 박영선 의원은 1월 9일 “공직선거에 있어서 후보자가 공직을 담당할 적격자인지 검증하기 위한 선거운동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선거운동의 자유는 언론의 자유 내지 표현의 자유가 기초돼야 한다”며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허위 경력과 허위 사실의 공표 죄를 구성하는 요건에 ‘허위임을 알고도 후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했다(제250조 제1항·제2항). 즉 허위 경력 또는 사실에 대한 공표가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공공의 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하거나 그 행위가 공공성 또는 사회성이 있는 공적 관심사에 관한 것으로써 사회의 여론 형성 내지 공개 토론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250조 제4항). 특히 개정안은 부칙 경과규정에 ‘이 법 개정 전 종전 규정에 따라 확정 판결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의 집행을 면제한다’고 명시해 법이 통과되면 정 전 의원의 형 집행을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정봉주 구하기’까지 노린 법안인 셈이다. 박 의원은 “수감 직전까지 정 전 의원을 배웅하면서 제2의 정봉주가 생기지 않도록 정봉주법을 만들겠노라고 약속했다. BBK 정봉주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정봉주의 감옥행은 표현의 자유를 감옥에 가두는 것과 똑같다”며 발의 배경을 밝혔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도 진실인지 입증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감옥에 가두는 나라는 없다.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입을 다물라’는 것은 권력 비리에 침묵하라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치인에게 10년 동안 선거에 나오지 말라는 것은 사형 선고”라며 “공직선거법에 있어 허위사실 공표를 정교하게 고칠 필요가 있다. 관권 수사, 야당의원에게 불리한 법은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법안은 박 의원이 대표발의했으며 천정배 박우순 유선호 김동철 안규백 김학재 박주선 안민석 이춘석 주승용 신건 최재성 백원우 우윤근 최영희 이강래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1·2심 때는 가만히 있다가 나꼼수 뜨니 정봉주법 발의”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진성호 의원은 3일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정봉주 전 의원이 2008년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당시에도 공직선거법을 여야 합의로 바꿀 수 있었다”며 “그 때는 아무 말도 없다가 나꼼수(나는 꼼수다)가 뜨고 나니 갑자기 이 법을 내놓는 것은 국민들이 볼 때 필요한 법은 미적대면서 동료를 구하기 위한 법은 민첩하게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 조문에 대해서도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애정남이 아니면 판별할 수 없게끔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하다”며 “이 법 조문에 따르면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허위 사실을 유포해도 처벌하기가 힘들게 돼 있다. 급조해서 법을 만들다보니 굉장히 많은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진 의원은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예로 들며 “김대업 씨가 허위 사실을 처음 유포했고 한 인터넷 매체가 이를 보도했다. 이를 근거로 민주당이 이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을 하면서 여론 지지도가 떨어지고 선거에서 졌다. 선거가 끝난 뒤 재판에서 김 씨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났다. 결국 유권자들은 잘못된 정보로 선거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개정안 부칙 경과규정에 대해서도 그는 “동료 의원들을 구하기 위해 만든 청목회법도 그렇고, 서민들을 돕지 않으면서 동료들이나 이런 인사에 대한 법만은 유독 이렇게 (빨리) 하는 것들은 입법권의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정봉주법 통과 위한 도보 순례에 “정봉주 마케팅 도 넘었다” 비판도 민주통합당은 정봉주 전 의원 구명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재성 의원은 8일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수감 중인 정봉주 전 의원의 구명과 정봉주법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정 전 의원이 수감된 홍성교도소까지 걸어가는 3박4일간의 시위에 나섰다. 당 정봉주구명위원회 부위원장인 최 의원의 출발에 앞서 한명숙 대표는 “이 걷기는 죽어가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한 발걸음”이라며 “국민께서 정봉주를 살려내고 표현의 자유를 석방시키기 위해 마음과 힘을 합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MB(이명박 대통령) 정부는 정 전 의원에 대한 정치탄압을 중단하고 한나라당은 정개특위에 계류 중인 정봉주법 처리에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BBK 진상조사위원장 정봉주 구명위원회(구명위)’도 이날 정봉주법 통과 촉구 결의대회와 민주당 중앙당사부터 홍성교도소까지 구명위 위원들이 함께 찾아가는 ‘달려라! 봉주버스’ 행사 기획안을 배포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정봉주 마케팅’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당내에서조차 도를 넘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정 전 의원이 ‘나꼼수 스타’인 점을 감안할 때 정 전 의원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사라졌다는 주장이다. 너도나도 정 전 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영웅시하다 보니 감성적 차원에서 정 전 의원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움직임만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정옥임 의원, ‘나경원법’ 발의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패배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정옥임 의원은 배경 설명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선거를 6일 앞두고 모 시사주간지에서 나경원 후보가 연회비 1억 원의 초호화 피부관리실을 출입한다는 기사를 보도해 나 후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후 지지율이 하락 반전해 선거 패배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지방경찰청은 “진료기록 분석과 관련자 조사 결과 나 후보가 해당 병원을 15차례 찾아 자신과 (장애가 있는) 딸의 피부관리 비용으로 550만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이미 1억 원의 초호화 피부관리실을 출입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뒤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옥임 의원은 지난 6일 공직 선거에서 당선을 목적으로 본인이나 상대 후보 및 그의 가족에 대한 허위사실을 신문, 방송, SNS를 포함한 인터넷을 통해 유포할 경우 벌금형을 제외하고 징역형으로 가중처벌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선거에서 상대방 후보 및 그의 가족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한 자, 그리고 배포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게재한 선전 문서를 소지한 자에 대해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만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또한 개정안은 상대 후보자나 그의 가족을 비방하는 후보자 비방죄의 경우에도 현행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서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정 의원은 “트위터 등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사실상 전면 허용되면서 금년 총선과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흑색선전이 난무할 가능성이 크다”며 “악의적 흑색선전으로 피해를 본 후보는 선거에서 치명상을 입는 반면 허위 사실을 유포한 관련자는 주로 벌금형을 받는 고질적 병폐를 좌시할 수 없다”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그는 “최근 민주통합당에서 여론 형성이나 공개 토론에 기여한다면 허위 사실을 공표해도 사실상 처벌할 수 없다는 정봉주법을 발의해 놓고 여당을 압박하고 있는데, 마음에 안 드는 상대 후보에 대해 맘껏 흑색선전을 하라고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대 후보에 대한 악의적 흑색선전으로 선거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상실된다면 이는 단지 패배한 후보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에게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주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이영애 나성린 강승규 김태원 이영애 강석호 김성회 김기현 김성태 박순자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나경원법, 막걸리법인 국가보안법에 다름 아니다.” 나경원 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중구에 출사표를 던진 유선호 민주통합당 의원은 8일 정옥임 의원이 발의한 나경원법에 대해 나 전 의원이 직접 입장을 밝힐 것을 압박했다. 유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나경원 전 의원은 국민의 입에 자물쇠를 채우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 ‘나경원법’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경원법 발의는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는 독재시절 말 한마디 잘못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국민들을 잡아갔던 ‘막걸리 법’인 국가보안법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나경원법은 현행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 징역형과 벌금형을 처하도록 돼 있는 것을 징역형으로 강화한 것”이라며 “이 법이 만들어지면 국민들은 말 한마디를 할 때도 허위 사실인지 아닌지 자기 검열을 해야 하고, 애매할 때는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옥임 의원은 9일 CNB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나경원법이라기보다는 잘못된 선거 행태의 폐해를 막으려한 것”이라며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어디 한 정당에서만 나오겠나. 유권자의 입장에서도 바른 정보와 진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법은 낙선을 목적으로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상대방에 대해 흑색선전으로 비방할 때 처벌 하는 것”이라며 “이 법은 원래 있던 것으로, 현행법은 벌금 아니면 징역으로 돼 있다. 벌금이 있다 보니 악의적인 행동을 해도 벌금으로 빠져 나가서 나쁜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그 부분을 제외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경원 1억 원 피부샵’을 겨냥해 만든 것이라고 아주 좁게 해석하는데 SNS와 관련해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며 “이것의 피해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누구든 될 수 있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올바른 정보와 사실을 바탕으로 유권자가 선택해야지, 잘못된 사실과 허위 사실에 근거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은 사회의 건강과 정치문화 선진화에 악영향을 준다”며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기보다 건전한 선거풍토와 정치문화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 지적에 “원래 있던 법인데 재갈 물린다는 비판은 어불성설” 그는 특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없는 법을 새로 만든 것도 아니고, 허위 사실인지 모르고 의혹을 제기한 것을 처벌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며 “표현의 자유를 당연히 보장하면서 기본적으로 상대방 인권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에 재갈을 물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못 박았다. 아울러 “정봉주법이라고 하는 것은 허위사실임을 알면서 유포해도 고의가 증명되지 않는 한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허위 사실임을 모르고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일이라서 의혹을 제기했다면 모를까, 허위 사실임을 알면서도 행한 허위 사실 유포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작위적이고 정파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공정사회,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중요한 만큼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기본 취지에 어긋나는 얘기”라며 “민주당 안에도 법을 아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그런 언어도단의 법을 당론으로 정할지 두고 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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