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은 철거민 농성자 5명과 경찰 특공대원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만 3년이 되는 날이었다. 물론 그날의 참사를 기억하는 주변 사람들은 ‘시간만 지나면 모든 게 잊혀 질 것’이라고 말했으나 철거민과 희생자 유가족에게는 여전히 그날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다. 2009년 1월20일 새벽 경찰의 진압 시도에 점거농성 중이던 철거민들이 저항하는 과정에서 망루에 있던 인화물질에 불이 붙어 6명이 숨지는 등 아비규환 같은 상황이 벌어졌던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220-1번지 남일당 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한 모습이었다. 남일당 건물 일대 용산 4구역은 지난해 초 철거가 마무리돼 텅 빈 땅으로 남아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을 뿐이었으며 주변에 들어선 고급 주상복합 단지는 이 음산한 공터의 몇 년 후 모습을 미리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주변 상인과 경찰은 “이제는 별일 없이 조용하다”는 반응이지만 점거농성 참가자와 희생자 유가족에게 참사의 아픔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용산참사 3주기 추모준비위원회는 1월 15일 가진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최근 이뤄진 특별사면에서 철거민은 포함되지 않고 건설입찰 비리 관련 행정제재 3천여 건에 대한 사면만 이뤄졌다”며 “개발사업의 피해자들은 여전히 가둬두고 건설자본에만 특혜를 준 꼴”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 용산참사 야4당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민주통합당 김희철 의원은 2월 13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2009년 12월 장례를 치르면서 용산참사는 갈등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아직도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수많은 개발 현장은 여전히 또 다른 용산으로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특히 지난 6월 28일 저를 비롯한 95명 의원들의 찬성으로 발의한 ‘용산참사 생존자, 구속철거민 석방 및 특별사면 촉구결의안’이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민주통합당 김희철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지난 달 20일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3주년이 지났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09년 1월20일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망루에 올랐다가 검은 주검이 되어 내려온 다섯 철거민들은 355일 만에 차가운 냉동고에서 나와 겨우 장례를 치룰 수 있었고, 용산참사 당시 끔찍한 화염에 뒤덮였던 남일당 건물은 현재 철거됐지만 그 자리는 새로운 건물이 세워지지 못하고 버려진 주차장이 됐습니다. 용산참사 이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남일당이 버려진 주차장이 되었다는 것과 7명의 철거민이 용산참사의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2년 넘게 구속되어 있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특히 용산참사 유족들에게 일부 보상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철거민들의 명예회복이나 진술규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생명과 주거권 그리고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리가 훼손당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산참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부는 3년 넘게 방치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유가족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줄 대책은 없습니까? “그 상처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테지만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진실 규명을 통한 희생자와 철거민들의 명예회복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용산참사가 사인 간의 이해관계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진실 규명을 위한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3년간 용산참사 철거민들은 참사에 대한 책임을 모두 떠안아 7명의 철거민들이 수감된 상태입니다. 용산참사는 철거민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아픈 기억을 남겼고, 그 책임은 국가를 비롯한 우리 사회 모두에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우리가 떠넘긴 책임, 이제는 우리가 져야 하고 유가족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용산참사의 또 다른 희생자인 7명의 수감된 철거민들을 이번 3.1절 특사를 통해 반드시 석방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용산참사에 대한 진실을 반드시 규명해야 할 것입니다.” - 최근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을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등 많은 인사들이 구속자 석방 등 선처를 바라고 있으나 이명박 대통령 등 정부 측에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지난 2월2일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을 비롯해 2월7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2월10일에는 한명숙 민주통합당 당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용산참사 구속자에 대한 특별사면을 요청했지만 청와대는 아직까지 묵묵부답입니다. 이미 지난해 6월 국회차원에서 저를 비롯해 95인의 국회의원이 발의 또는 찬성해 ‘용산참사 생존자, 구속 철거민 석방 및 특별사면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지만 지난해 성탄절 특사는 물론 지난달 12월 설을 앞둔 특사에서도 용산참사 구속자들은 사면을 받지 못했습니다. 구속돼 있는 7명의 철거민들은 이미 명을 달리하신 다섯 동료의 죽음에 대한 기억과 3년 여 간의 수감생활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을 받았습니다. 국회는 물론 시민, 사회, 종교 단체 등이 정부에 강력하게 해결을 촉구해야 할 것입니다.”
- 국회의원 95명이 발의한 ‘용산참사 생존자, 구속철거민 석방 및 특별사면 촉구 결의안’이 법사위에 상정조차 못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까? “지난해 6월28일 용산참사 해결을 위한 야4당 공동위원회의 민주당 대표인 저와 김진표 원내대표, 권영길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 이용경 당시 창조한국당 대표, 조승수 당시 진보신당 대표 등 5명이 공동발의하고 91인의 국회의원들이 찬성하여 ‘용산참사 생존자, 구속 철거민 석방 및 특별사면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습니다. 결의안이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의안의 처리는 국회가 용산참사 생존자와 구속 철거민 석방 및 특별사면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뿐 아니라 2009년부터 용산참사와 관련해 발의된 3건의 법률안과 1건의 결의안도 역시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거나 상정만 됐을 뿐 심사 자체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국민의 생명과 주거권 그리고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리가 훼손됐을 때 이를 보호해줘야합니다. 용산참사는 여당만의 문제도, 야당만의 문제도, 참사 피해자들만의 문제도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이제 19대 국회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8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국회는 국민 모두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에서 진상조사를 하고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 일부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한 행동만 일삼는다는 지적 또한 적지 않던 데 왜 그런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고 보십니까?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용산참사에 대한 해결책이 확실하게 나오지 못한 결과라고 봅니다. 또한, 정치권에서 매년 용산참사 발생 주기 때마다 해결을 외치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용산참사를 자신의 업적이나 홍보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불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포함한 야당 의원들은 용산참사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용산참사의 해결을 위해서는 야당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선적으로 책임이 있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정부가 나서야 하고, 다수 의석인 여당이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 행정적인 절차나 법개정 같은 부분에서 다시는 용산참사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이 이런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그 첫 번째가 용산참사로 고통받고 있는 철거민 7명에 대한 사면이고, 강제철거금지법의 제정입니다.” - 용산, 두리반, 명동 등 반복되는 재개발 갈등은 왜 일어나고 있다고 보는지? “뉴타운,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목적은 낙후된 도심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비사업이 주거환경 개선이 아니라 개발이익 추구를 위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업 전에 건축된 소형 주택과 저렴한 주택들이 멸실되는 대신 고가의 아파트들이 신축돼 사업 후에는 영세 가옥주나 세입자 원주민들이 추가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워 해당 사업구역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지난해 도정법과 도촉법의 개정으로 일부 정비사업의 문제점들이 해결되기는 했지만 용산참사에서 특히 문제가 됐던 상가 세입자들에 대한 현실적 보상방안, 즉 권리금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아 여전히 용산참사 같은 문제가 재발될 여지가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상가세입자를 위해 권리금에 대한 대안을 만들던지, 이번에 두리반에서 세입자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사업구역에서 쫓겨나는 세입자들에 대해 인근에 영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등의 대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정비사업으로 쫓겨나는 세입자들에 대한 권리보장이 필요합니다.” - 지역구인 관악구에는 이러한 갈등을 가질만한 지역이 없습니까? “관악구는 현재 낙후됐던 주거환경이 재개발을 통해 많이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신림뉴타운을 비롯해 지역별로 산발적인 재개발과 재건축 등이 현재에도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두 세입자 문제로 갈등이 우려되는 지역들입니다. 세입자 보호에 대한 해결방안이 법으로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어떤 사업장도 용산참사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저 역시 용산참사를 비롯한 정비사업의 입자 대책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으며,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전국의 정비사업 추진처 모든 곳에서 용산참사 같은 갈등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런 우려가 있다면 없애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 총선 얘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김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관악을에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 등이 출마선언하는 바람에 야권연대 가늠자로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 민주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린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은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운운하며, 정당지지율에 비례해 민주통합당과 야권단일 후보를 나누자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민주통합당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며, 국민들 입장에서는 국민의 선택과 상관없이 야권이 정치적 야합을 통해 지분 나눠먹기를 하는 구태 정치로밖에 보일 것입니다. 저는 ‘민생이 정치의 답’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국민과 관악 주민의 뜻에 따라 정치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직후보자의 선출도 야합이나 지분 나눠먹기식 구태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 정치인은 절대로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이용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항상 ‘민생이 정치의 답’이라는 신념을 가슴에 품고 과거 8년간 관악구청장 재임 기간 동안 관악구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매일 새벽 주민들과 청소를 하며 소통해 ‘청소 구청장’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국회에서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용산참사 해결노력, 전월세 대책수립,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책수립 등 99%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쳐 ‘미스터 민생’이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을 인정받아 다수의 시민단체와 언론기관으로부터 상으로써 인정을 받았고, 특히 공직자의 최고 덕목인 청렴함을 인정받아 관악구청장 재임 시절에 이어 국회의원으로서도 청렴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앞으로도 용산참사를 비롯해 국민이 고통받고 어려움을 겪는 사안들에 대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해결할 것이며, 청년 김희철은 국민과 소통하는 관악의 검증된 청렴일꾼으로써 계속해서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