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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들’과의 일전 앞둔 민주통합당 전현희 의원 인터뷰

“死地 강남을에서 선의의 경쟁, 본선 경쟁력 높여주리라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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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3호 심원섭⁄ 2012.02.27 11:46:57

민주통합당 전현희 의원은 2월 23일 오후 3시 국회 정론관에 심각한 얼굴로 들어섰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정치적 텃밭인 서울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진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준비해온 메모지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얼굴에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전 의원은 “홍영표 당 대표 비서실장이 저를 만나 ‘송파갑으로 지역구를 옮길 수 없겠느냐’는 말까지 했다”며 “정동영 상임고문이 제 가족에게까지 다른 지역구로 가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말 견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같은 지역구에 출마 의사를 밝힌 정동영 상임고문이 경선 없이 전략 공천을 받기 위해 당 지도부와 공심위를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지도부와 공심위에 간곡히 요청한다”며 “새누리당도 공천 개혁을 말하고 있고 과감한 실천을 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대권주자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공천을 한다면 공천 개혁은 물 건너간다. 국민들도 민주통합당에 실망할 것이다. 부디 공정한 경선을 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당부했다. 한마디로 정 고문이 경선 없이 전략 공천을 받기 위해 당 지도부와 공천심사위를 압박해서 전 의원의 지역구를 옮겨 달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정동영 고문은 “(지역구를 옮기는 것은) 초창기에나 그러는 거지, 경선을 준비하다가 그런 얘기를 어떻게 하겠느냐”며 “뜬금없는 얘기다. 내가 공심위원을 어떻게 접촉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경선해서 진다면 두말없이 정동영 돕겠다” 이처럼 두 현역 의원이 날선 신경전은 벌이는 데는 민주통합당이 강남을을 중심으로 ‘강남벨트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각오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강남을은 최고가 아파트촌인 대치동은 물론 정반대로 판자촌인 구룡마을까지 끼고 있어 민주당이 ‘1% 부자와 99% 중산층ㆍ서민’ 구도를 설정해 주장하는 경제민주화 구호를 내세우기에 적합한 지역구라는 게 배경이다. 야권에서는 그 동안 강남을이 사지(死地)로 여겨져 경쟁력있는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물급이나 참신한 후보를 내세우면 득표율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현역 의원인 정동영 상임고문과 전현희 의원이 공천 경쟁에 나섰기 때문에 불모지에서 현역끼리 경선을 벌이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면 바람이 일 가능성도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사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남쪽인 대치동·개포동·일원동·수서동·세곡동 등이 포함되는 강남을 지역구는 그 동안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꼽혀왔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여ㆍ야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는 새누리당 소속이지만 과거 홍사덕 의원이 14대와 15대 총선에서 각각 옛 민주당과 무소속 후보로 내리 당선됐으나 2000년 16대 총선부터는 줄곧 새누리당 후보가 50~60%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지켰다. 민주당 계열 후보들은 강남을에서 16대 총선 때 31.2%, 17대 총선 때 34.1%의 지지를 얻었지만 참여정부 심판론이 뜨겁던 2008년 18대 때는 18.7%의 득표율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내수 경기 침체, ‘전대 돈봉투’ 살포 사건,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 내곡동 사저 사건 등 악재가 속출하면서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크게 떨어진 만큼 야당의 공세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실제로 18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공성진 후보가 62.7%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선에서는 새누리당 득표율이 52.4%에 그쳤다. 물론 새누리당은 인물론을 앞세워 수성 의지를 다지고 있다. 공성진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무주공산’이 된 상황에서 이정선 의원, 허준영 전 경찰청장, 권문용ㆍ맹정주 전 강남구청장,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대거 공천 신청에 나섰다. 당내에서는 ‘죽음의 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치열한 공천 경쟁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이런 시기를 맞아 민주통합당 전현희 의원을 2월 23일 CNB저널이 만났다. - 정동영 상임고문의 압박 주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홍영표 당 대표 비서실장 등 주위 의원을 통해 저를 비롯한 제 남편 등 가족에게까지 제 지역구를 ‘송파갑으로 옮기면 안 되겠냐’고 압박을 하고, 측근들을 통해 저에 대해 허위 비방 하는 것은 직전 대선 후보로서 큰 정치인을 지향하는 분이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뒤에서 단수 공천을 요구하며 저를 다른 지역구로 옮기려 하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정정당당하게 경선에 임해주실 것을 정중히 요청 드린다.” - 당 지도부에 어떤 요청을 했다는 것인가? “민주통합당 후보에게는 사지(死地)로 통하는 강남을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경선하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고, 본선 경쟁력을 높여 주리라 확신한다. 지도부와 공심위에도 간곡히 요청한다. 새누리당도 공천 개혁을 말하고 있고 과감한 실천을 하고 있다. 민주당이 직전 대권 주자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공천을 한다면 공천 개혁은 물 건너갈 것이다. 국민들도 민주통합당에 실망할 것이다. 부디 공정한 경선을 해주시길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 드린다.” - 정동영 고문과의 경선은 ‘거인 골리앗과의 싸움’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선을 통과할 가능이 있다고 보는가. “제가 평소 존경하는 선배 의원이시고, 당의 중진이신 정동영 고문님과 후배로서 같은 지역구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총선이 대권 후보 출마가 아니라 지역구 의원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후보와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물론 저는 승리를 자신하지만 만약 제가 패배할 경우에도 깨끗이 승복하고, 정 고문님의 승리를 위해 앞장서서 도울 것을 약속한다.” - 고향인 부산 등 나름대로 당선 가능한 지역이 적지 않았을 텐데 하필 험난한 강남을 선택한 특별한 배경이 있는가. “비례대표라는 기득권을 활용해 당선 안정권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쉬운 곳엔 가고 싶지 않았다. 저는 영남 출신 민주통합당 의원으로서 보수와 영남패권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강남을에서 민주통합당 이름으로 당당하게 당선되겠다는 각오로 출마를 선언했다. 많은 분들이 강남은 야당의 사지(死地)이자, 계급주의의 철옹성이며, 무모한 도전이라고 만류했지만 저에게 이번 강남을 도전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쇼도 아니다. 저 개인의 도전이 아니라 이 도전에서 반드시 성공해 한국 정치를 바꾸는 밀알이 되고 싶다는 포부에서 출마를 결심했다.” - 강남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기득권에 안주하는 부정적 이미지의 강남이 아니라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강남으로 변화시키고 싶다. 제가 추구하는 변화의 진정한 의미는 구성원이 함께 공감하며 모두의 자긍심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진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강남의 변화는 강남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강남의 변화를 위해 큰 틀에서 편리하고 안락한 생활 도시, 교육희망 도시, 복지안전 도시, 가슴이 정화되는 문화 도시, 경제 활력 도시를 설계하고자 한다. 제2의 고향인 강남을에서 젊고 참신한 이미지의 정치인으로서 지역민의 마음을 살피고 대한민국을 위한 새로운 정치를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전통적으로 여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인데, 강남의 지역 민심은 어떻다고 보는가. “최근 출근 인사를 시작으로 지역구의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있다. 그동안 강남 지역이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챙기는, 다소 이기적인 지역이란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분들을 만나보면 후원이나 봉사 활동에 뛰어들며 자신이 가진 것을 사회를 위해 나누는 분들도 굉장히 많았다. 그런 분들과 함께 내 것만 챙기는 기득권에 집착하는 강남이 아니라, 같이 나누고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지역이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여전히 여당 지지율이 높은 상황이지만 응원도 많이 받고, 힘도 얻고 있다.”

- 정치 쇄신 바람을 타고 초선 ‘女風 주의보’가 불고 있는 현실에서 자신만의 강점이 있다면…. “여성의 부드러운 리더십과 창조적인 감성은 이제 우리나라 정치의 새로운 힘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우먼 파워’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며 앞으로 여성이 실질적인 파워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로서 18대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보건의료 전문 변호사 활동을 토대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우선적으로 국회의원은 권위가 아닌 ‘기본과 상식’ ‘봉사’라는 생각으로 의정활동을 펼쳐왔다. 보건복지 전문가로서 보편적 복지 실현을 위한 노력과 함께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정책 방향과 법안을 연구하고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다양한 보육 및 가족 정책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의정 활동을 통해 국민건강과 복지향상에 기여하려 노력해 왔다. 이미지 정치인이 아닌 부지런한 정치인이 되기 위해 보편적 복지가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과 시민단체, 국회가 인정하는 보건복지 정책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제1 야당 원내대변인으로 여당과 정부의 실정과 독주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촌철살인의 논평으로 많은 국민들과 기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자부한다.” - 최초의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 국회의원이셨는데 어떤 계기로 정치에 입문하게 됐는가. “어릴 적 꿈이 변호사였다. 법조인인 남편의 영향도 있었고 좀 더 활동적이고 사회지향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안정적 직업인 치과의사라는 자리 대신 고시촌으로 향했다. 사실 치과의사로 남았다면 일정한 퇴근 시간과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좋은 조건이었겠지만 늦게라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자각이 제 내부에서 일어났다. 후회하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좀 더 많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후 변호사 일을 하면서 혈액 질환이나 혈우병, 에이즈 환자를 위한 무료 집단소송을 많이 했다. 그런데 환자 가족들이 굉장히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도 법의 사각지대 때문에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국회에 쫓아다니면서 이런 법을 만들어 달라, 국정감사에서 이런 지적을 해서 제도를 바꿔달라고 정말 많이 하소연했는데 현실의 벽은 높았다. 결국 변호사로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법을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국회의원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 남편을 비롯해 집안에 법조인 출신이 많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집안 내력이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밖에서 집안 얘기를 잘 안하는 성격이다. 남편과 남동생, 올케 모두가 법조인이다. 남편은 현재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고, 남동생과 올케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나이는 모두 다르지만 서울대학교 84학번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제가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라면, 올케는 약사 출신 변호사다. 저희 남매 부부 모두가 사시에 합격했을 당시 최초의 사시 합격 남매 가족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18대 국회에서 여야 모두가 국민에게 실망을 줬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무엇이 가장 문제였다고 생각하는가. “18대 국회 4년을 돌이켜보면 촛불집회로 시작해 미디어법과 세종시 수정안, 4대강과 한미 FTA를 지나며 여야 간 반목과 대립이 거듭됐다. 성숙한 민주주의와 의회주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막말과 날치기, 몸싸움 국회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가장 아쉽다. 무엇보다 국민의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불통의 정치로 갈등상황을 향해 달려가는 청와대의 일방통행, 여기에 수년 간 계속되고 있는 경제난과 사회 양극화 등 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크다. 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들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거대 여당의 독주를 제대로 막지 못한 야당의 부족함도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치 인생의 멘토가 있는가? 있다면 어떤 분이시고 어떤 가르침을 받았는지? “고인이 되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감히 얘기하고 싶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한 헌신은 민주 대한민국, 인권 대한민국의 역사에 길이 기억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제2차 세계대전 뒤 독립한 신생국 가운데 가장 짧은 기간에 민주주의를 개화시킬 수 있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하셨으며,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옳은 방향을 제시했고, 국민들에게 가장 큰 용기와 희망을 주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정한 서민 대통령이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고 서민을 대변하며 복지정책을 확대한, 가장 서민과 친숙한 대통령이었다. 또 권위주의 탈피와 소통 강화를 위한 그의 소탈한 모습은 아직도 많은 국민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 앞으로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지? 그리고 의정활동의 목표는? “정치인의 리더십은 봉사의 리더십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섬기고 봉사하는 정치인이 되기 위해 저를 낮추고 다른 사람을 섬기며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국회의원이 되면서 ‘국민의 이익을 생각하고 소외 계층을 대변하고 단 한사람의 의견도 청취하고 존중하자, 그래서 문턱이 낮은 국회, 열린 마음으로 모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국회를 만들자’는 원칙을 세웠다. 국민 가까이에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의정활동을 펼치겠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정치에 입문했을 때의 초심으로 그 다짐과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을 의정활동의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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