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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예술]“노래와 연기를 지나 이젠 연주까지 해요”

배우가 연주하고, 음악가가 연기하는 새 형식 뮤지컬 ‘모비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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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3호 김금영⁄ 2012.02.27 11:13:05

최근 종영한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에는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유이가 출연해 ‘아이돌’에서 ‘연기돌’로 새롭게 눈도장을 찍었다. 또한 배우 장근석은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에서 노래를 직접 불러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거에는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한 가지 특출한 재능을 발휘하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여러 분야에서 끼와 재능을 발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공연계에서도 배우에게 연기는 물론이고 노래와 춤까지 요구하더니, 이제는 급기야 연주까지 시키는 뮤지컬이 등장했다. 뮤지컬 ‘모비딕’의 미니 콘서트와 인터뷰가 2월 22일 서울 삼성동 베어홀에서 열렸다. 이 뮤지컬 앞에는 ‘액트-뮤지션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배우들이 연기와 노래, 춤은 기본이고 뮤지컬 음악의 연주까지 직접 한다는 의미에서 붙인 문구다. 뮤지컬 ‘모비딕’은 허먼 멜빌의 소설이 원작으로, 지난해 7월 서울 두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초연됐다. 부모, 직장을 잃고 방황하던 이스마엘이 어릴 때의 꿈을 쫓아 바다로 나아가 고래잡이 선원이 되리라 결심하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흰 고래 모비딕을 만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다.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3월 20일~4월 29일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초연에 참여했던 신지호, 콘(KoN), 황건, 이승현, 유성재, 유승철, 조성현, 이지영과 더불어 버클리음대를 졸업하고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팝피아니스트 윤한, 연극배우 지현준, 탱고 프로젝트 ‘라 벤타나(La Ventana)’ 멤버 황정규, MBC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2’ 출신 차여울이 새롭게 합류한다. 이번 캐스팅의 특징은 실제 피아니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 등 전문 연주자들과 함께 악기 연주가 특기인 배우들로 구성됐다는 것이다. 캐스팅에 관해 정예경 음악감독은 “직접 연주도 해야 하기에 나도 함께 오디션 과정에 참여했다”며 “뮤지션으로서의 역할을 잘 하면서 연기까지 잘하는 배우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어느 하나만 잘 하면 무조건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말 1대1로 대면하며 어렵게 구한 배우들”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꾸준히 배우들을 뮤지션으로, 뮤지션들을 배우로 키우는 중”이라 말했다. 그러면 경쟁을 뚫고 공연에 참여하게 된 배우들의 소감은 어떨까? 이들은 음악이라는 공감대가 있어서인지 유독 친근해 보였다. 특히 이날 하이라이트 시연 시 악기를 함께 연주할 때 열정을 쏟아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스마엘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 피아니스트 윤한은 “이번 공연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도전”이라며 “대사 외우고 안무 하는 연기를 처음 해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연주까지 병행해야 하니 힘들더라”며 “하지만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 인생에서 이런 경험은 다시 못해볼 것 같았고, 나이가 더 들면 체력이 딸려서 못할까봐 참여했다”고 소감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뮤지션 윤한이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면, 배우 지현준은 뮤지션으로 성장하고 있다. 프로 못지않은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여 눈길을 끈 지현준은 “어릴 때 어머니가 피아노 선생님이었는데 피아노를 배우기 싫어 비싼 바이올린을 배우겠다고 했더니 다음날 바로 어머니가 바이올린을 사왔다”고 음악과의 연을 밝혔다. 그는 이어 “10년 전 연극 무대에서 바이올린을 다시 하게 됐는데, 지금 콘이 옆에서 잘 도와줘서 많이 배우고 있다. 내게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존 초연 멤버들의 포부도 당차다. 때로는 익살스런 표정으로, 또 진지한 표정으로 인상 깊은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 피아니스트 신지호는 “뮤지컬 ‘모비딕’ 초연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게 된 나는 너무 행운아”라며 “초연과 달리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노를 너무 많이 쳐야 해서 좀 힘들지만 너무 기대되는 공연”이라고 밝혔다. 최근 뮤지컬 ‘페임’을 마치고 ‘모비딕’에 연이어 출연하게 된 바이올리니스트 콘은 “지난해 ‘모비딕’ 초연을 하고 ‘페임’으로 건너갔을 때 나와 트랙스의 정모 빼고는 다 뮤지션이 아닌 배우여서 부담감이 있었는데, 이번에 모비딕으로 다시 돌아오니 서로 음악을 공감할 수도 있고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있어 좋다”며 “대신 초연과 비교해 많은 것들이 바뀌어서 내 한 몸 불사르며 힘내고 있다”고 밝혔다. “노래-춤-연주 모두 잘하는 사람으로만 출연진을 구성했고,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제외” 배우들이 밝혔다시피 뮤지컬 ‘모비딕’은 재정비돼 초연과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일단 소극장에서 중극장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세트 디자인이 새롭게 바뀌었다. 신곡이 추가되고 드라마가 강화돼 중간휴식 없이 110분간 진행됐던 러닝타임이 140분(중간휴식 포함)으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조용신 연출은 “공간에 맞는 새로운 비주얼과 공간을 채울 수 있는 음악과 세트 등을 보여주는 데 신경썼다”며 “초연을 봤던 관객들에게는 새로 합류한 배우들이 기존과 다른 새로운 캐릭터 해석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공동연출을 맡은 이소영 연출도 “무대가 확장됐지만 작품적으로는 더 내밀하게 집중력 있도록 구성했다”며 “연기와 노래, 연주를 함께 하는 배우들이 상당한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많은 것을 수용하고 있다. 관객들도 뮤지컬이라는 한 가지 장르로 국한해서 보지 말고, 오픈된 마인드로 공연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뮤지컬 공연을 보는 동시에 음악 연주회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이번 공연에 관객들이 어떤 평을 내릴지, 배우와 뮤지션들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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