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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뮤지컬 ‘노인과 바다’ 장덕수

‘빈손 인생’을 엿본 청년의 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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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4호 김금영⁄ 2012.03.05 10:54:36

“안녕하세요. 가족이랑 같이 오셨어요? 좌석은 저쪽이네요.” 뮤지컬 ‘노인과 바다’를 보러 가면 이렇게 친절한 청년의 안내를 받는다. 그런데 진행요원인 줄 알았던 그는 바로 청년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장덕수(33)다. 관객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다가는 멈춤 없이 바로 무대로 올라가는 식이다. 공연 뒤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관객들과 이야기하는 게 좋고, 또 극 중 관객과 소통하는 부분이 많은데 미리 관객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커플끼리 왔으면 만난 지 얼마나 됐냐고 물어보는 등으로 거리감을 좁힌 뒤 극 중으로 이들 관객을 잡아당긴다. 친근하게 웃는 그의 얼굴이 낯설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1987년 7살 때 데뷔한 그는 아역 배우로 시청자들의 눈에 각인됐다. 이후 드라마 ‘사춘기(1993~1996년)’ ‘꼭지(2000년)’ ‘황금사과(2005~2006년)’ 등에서 얼굴을 비췄다. 1999년에는 그룹 ‘야다’로 가수 데뷔를 하기도 했다. 공연계에선 2006년 ‘슬픔 혹은’이란 뮤지컬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뮤지컬 ‘락 햄릿’ ‘솔로의 단계’ ‘6시 퇴근’ 등에서 신출귀몰 다양한 모습을 보여 온 그가 이번에는 뮤지컬 ‘노인과 바다’에 도전한다. 노벨 문학상과 퓰리처상에 빛나는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가 원작으로, 서울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2월 10일부터 오픈런 공연(마감날을 정해놓지 않고 시작하는 공연)에 들어갔다. 지난해 ‘노인과 바다’의 연극 연출을 맡았던 김진만이 뮤지컬 버전도 연출한다. 늙고 힘이 빠진 노인이 큰 고기를 잡기 위해 망망대해에 혼자 나가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제목만 들으면 어렵거나 고리타분하지 않을까 염려도 되지만 뮤지컬로 재해석된 ‘노인과 바다’는 경쾌한 음악과 신선한 무대 장치가 어우러져 고전이라기보다는 젊은 느낌을 준다. 노인 역의 정재진과 홍성범이 연륜 있는 연기로 중심을 잡는데다가 노인을 바라보는 청년 역의 장덕수와 최동호가 활력을 더해준다. 특히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이다가 갑자기 서슴없이 관객들에게 다가서며 옆집 오빠처럼 친근한 매력을 뽐내는 장덕수에게 눈길이 간다. 뮤지컬 ‘노인과 바다’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는지 그에게 물어봤다.

- 뮤지컬 ‘노인과 바다’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지난해 ‘노인과 바다’ 연극 포스터를 봤어요. 공연을 본 사람들이 너무 좋다고 얘기해 궁금하던 차에 뮤지컬로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디션을 봤어요. 그런데 제가 몸치라서 춤을 준비 못해갔어요. 오히려 역효과일 것 같아서…. 그런데 잠깐이라도 춤을 보여 달라고 하더라고요. 당시 제가 뮤지컬 ‘스페셜레터’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극 중 독한(?) 안무가 나와요. 그래서 무반주 댄스를 했는데 다들 웃었어요. 그게 과연 득(?)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합격 결과를 받고 너무 기뻤어요.” - 뮤지컬 ‘노인과 바다’는 창작 공연인데다 초연인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연극 버전의 대본이 먼저 나와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전 창작 공연이 재밌어요. 같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다보면 새로운 것들이 많이 생기거든요. 라이선스 공연도 좋지만 원래 짜여 있던 것들을 그대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정서적으로도 창작 공연이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라이선스 공연이나 창작 공연이라는 말보다 그냥 ‘한국 공연’이라는 이름이 좋아요. 라이선스 공연도 본래 만들어진 나라에서는 창작 공연이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만든 공연은 ‘한국 공연’이라고 부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 뮤지컬 ‘노인과 바다’에는 어떤 아이디어들이 첨가됐나요? “원작이 굉장히 철학적이고 교훈과 감동을 담고 있어서 그 뼈대와 가치는 최대한 건드리지 않았고요. 저는 관객과의 소통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냈어요. 아마 보시면 아실 거예요(웃음).” - 뮤지컬 ‘노인과 바다’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장면은? “모두 좋은데요. 한 가지를 꼽자면 노인이 바다를 바라볼 때 휘파람새가 날아와 낚싯줄에 앉는 장면이 있어요. 제가 그 때 ‘매가 새를 잡으러 올지 몰라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 말을 하지 않습니다. 머지않아 매라는 무서운 존재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될 것이기에’라고 대사를 해요. 극 중 새에게 해주는 말인데 꼭 저 스스로에게 해주는 말 같기도 했어요. 살면서 우여곡절이 많잖아요? 일이 잘 풀리다가도 매처럼 무서운 존재가 나타날 수도 있고…. 그런 점에서 공감을 느낀 것 같아요. 아마 관객들도 공감할 것 같아요.” - 노인 역할을 맡은 배우 정재진, 홍성범과의 호흡은? “정재진 선생님은 연극을 오래 하셨기 때문에 관객들의 느낌을 잘 파악해 애드립이 아닌 것 같은 애드립을 하세요. 극 중 노인은 관객과 접촉하면 안 되는데 그런 점을 교묘하게 피해 그 사이를 파고드는데 너무 재밌어요. 굉장히 밝고 낙천적이고 흥이 넘치세요. 홍성범 선생님은 말장난으로 유명하시죠(웃음). 홍 선생님의 연기에서는 정극 드라마의 분위기가 더 느껴지는 점이 있어요.” - 뮤지컬 ‘노인과 바다’에서 극 중 내내 노래를 부르고 뛰어다녀야 하는데 체력 관리는? “운동을 많이 해요. 목 관리는…. 제가 술을 좋아하는데 공연할 때는 잘 마시지 않아요. 잠도 많이 자고요. 공연이 없는 날은 전화기도 꺼놓고 푹 자면서 체력을 보충해요(웃음).” - 그룹 ‘야다’로 가수 활동을 했었는데 또 가수로 활동할 계획은 없나요? “아니요. 가수는 제 길이 아닌 것 같아요. 전 그냥 공연에서 노래 부르는 게 너무 행복해요. 제가 좋아하는 연기와 노래를 모두 할 수 있는 공연 무대가 정말 좋아요(웃음).”

- 뮤지컬 배우 김다현 씨와도 같은 ‘야다’ 멤버였다는데… “‘야다’는 노래에 관심이 있는 배우들이 모여 만든 그룹이었어요. 지금도 다현이 형이랑은 자주 만나요. 제가 다현이 형한테 많이 배워야죠. 그때 같이 가수로 활동했던 형이랑 같은 분야에서 서로 열심히 하고 있는 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요(웃음).” - 아역 배우 출신으로 살아온 삶은 어땠나요? 요즘 후배 아역 배우들 보면 어떤지? “전 행복했어요. 학교를 많이 못 가는 게 아쉽긴 했지만 좋은 추억들이 많아요. 요즘 아역 배우들 보면 너무들 잘하더라고요. 영양 상태도 좋아서 그런지 키도 많이 크고, 연기도 물론 너무 잘 하고…. 아역 배우들은 드라마가 시작될 때 초반을 거의 책임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능력 있는 친구들이 많아 드라마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뮤지컬 ‘헤드윅’이요! 많이 봤는데 각 배우들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 다르더군요. 노래도 너무 좋았고요. 34살에는 꼭 해보고 싶어서 오디션도 살피고 있어요.” - 관객들이 배우 장덕수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출연하는 작품을 보고 ‘이 배우는 믿어도 된다’고 생각해 주시면 진짜 감사할 것 같아요. 정말 큰 꿈이죠. ‘볼만하다’라는 말까지만이라도 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저도 열심히 노력해야죠(웃음).” - 동안인데 비결이 뭔가요? “헉! 진짜요? 감사합니다. 민망하네요(웃음). 철이 없으면 되는 것 같아요. 전 스트레스 받지 않고 낙천적인 타입이에요. 그게 연습 때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대본이 잘 안 외워져 한 달 동안 들고 살았고, 예전에는 공연에서 기타 치는 장면이 있어 손가락을 다칠 정도로 연습했는데도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어요. 힘들지만 모두 즐거운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웃음).” - 아직 창창한 나이이긴 하지만 결혼 계획은 없나요? “빨리 하고 싶죠. 원래 이상형이 없었는데 요즘 만나는 여자친구가 이상형인 것 같아요(웃음).” - 뮤지컬 ‘노인과 바다’를 더 재밌게 볼 수 있도록 관람 포인트를 알려준다면? “저랑 재밌게 논다고 생각하면 돼요. ‘노인과 바다’ 책을 읽었어도 괜찮고, 안 읽고 공연을 보러 와도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좋아요. 요즘 공연에도 현란한 기술이 많은데 뮤지컬 ‘노인과 바다’는 그보다 상상력으로 많은 것들을 채워주는 공연이에요(웃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거예요. 청년과 노인이 큰 고기를 만났을 때나 상어 떼에 둘러싸였을 때나 울고 웃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볼 수 있어요.” - 앞으로의 계획 및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드라마, 영화, 뮤지컬 모두에서 열심히 연기할 생각이에요. 좋은 역할 있으면 주저 않고 하고 싶고요. 팬들에게도 항상 고마워요. 아플 때도 와서 응원해주고. 제가 잘못한 것을 지적해주는 점이 너무 고마워요. 제가 축가도 불러주고 싶은 팬들이 많아요. 그런데 남자친구랑은 공연 보러 함께 안 오더라고요(웃음). 얼마 전 배우 박호산 형의 팬들이 애들과 함께 왔는데 보기 좋더라고요. 어렸던 팬들이 다 성장해서 가족 같은 존재가 된 거죠. 저도 그렇게 팬들이랑 앞으로 쭉 함께 하고 싶어요. 뮤지컬 ‘노인과 바다’도 열심히 할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웃음).” 배우 장덕수는 뮤지컬 ‘노인과 바다’에서 맡은 역할처럼 청년(靑年) 그 자체였다. 무대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에서 그의 연기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청년기는 지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그의 센스가 궁금해 뮤지컬 ‘노인과 바다’ 5행시를 부탁하자 고심하던 장덕수. 그가 내린 뮤지컬 ‘노인과 바다’의 결론은 이렇다. “‘노’력해도 안 되던 일들, ‘인’정하기 힘들 정도의 실패들, ‘과’정만큼 보이지 않던 결과물들, ‘바’보 같지만 다시 해볼까요, ‘다’ 잘 될 거예요. 노인과 바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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