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현재, 10대 재벌 그룹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다.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선거철이면 항상 나오는 단골 레퍼토리였고, 4월 총선 및 12월 대선을 앞둔 현재도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재벌개혁을 ‘재벌 때리기’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인 이혜훈 의원은 “세계무대 진출이라는 재벌의 장점은 살려 주고 대신 불법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재벌기업들의 ‘동네 빵집’ 진출이 사회이슈화 되자, 일부 재벌들은 자진해 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재벌개혁의 일환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보다 근본적인 재벌개혁이 요구된다. 다음은 지난 3월6일 이 의원의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된 CNB저널과의 일문일답이다. - 최근 정치권에서 재벌개혁이 이슈가 되고 있다. 선거를 앞둔 마케팅 또는 포퓰리즘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많은 분들이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표가 되면 무조건 한다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재벌개혁은 옳은 것이라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있다. 옳은 일을 포퓰리즘이라고 얘기해선 안 된다.” - 우리나라 재벌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경제력 집중이 가장 큰 문제다. 두 번째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생업을 침해하는 것이다. 골목상권까지 독식하는 문제가 크다. 경제력 집중을 얘기하자면 재벌총수가 갖고 있는 지분이라는 것이 1%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 공금 횡령으로 물의를 일으킨 모 그룹의 회장만 보더라도 해당 그룹에서 갖고 있는 지분이 0.08%밖에 안 된다. 100분의 8도 아니고 1만분의 8이다. 1만분의 8을 가진 사람이 그룹 자금을 1881억 원 횡령했는데도 아무도 모르고 문제 제기가 안 됐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구조는 건강하지 않다. 이런 거는 고쳐야 한다고 본다.” - 재벌개혁과 재벌을 잡는다는 말은 다르다고 했는데? “재벌개혁에 대해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그리고 재벌이 그걸 악용한다. 재벌개혁을 재벌 때려잡는 것으로 둔갑시켜서 ‘재벌을 때려잡으면 우리나라 경제는 뭘 먹고 사느냐’ ‘그래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것은 재벌 밖에 없는데 이렇게 국민들한테 불안감을 조성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치적 의도가 깔린 주장이다. 사실 재벌개혁과 재벌 때려잡기는 절대로 같지 않다. 왜냐하면 재벌개혁은 재벌의 장점은 살려 주고 장점을 펼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걸림돌들을 없애주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재벌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것,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못 하도록 장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재벌을 무조건 때려잡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예를 들면 세계 경제 무대는 현재 글로벌 시대라 어떻게 보면 ‘위너 테이크 올 소사이어티(winner-take-all society: 승자독식사회)'이지 않은가. 승자독식이라는 것은 일등이 다 먹는다는 건데 그 정도 경쟁력을 가지려면 지금 재벌 밖에 누가 있나. 우리는 재벌에 대한 여러 가지 불필요한 규제들은 없애줄 테니 세계무대에 나가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대한민국 국부 창출에 공헌하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다 도와 주겠다는 것이다. 대신 재벌이 가진 엄청난 자본력이나 유통망 이런 걸 이용해서 동네 소상공인들 죽이는 것은 하지 말라는 거다.” -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과거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 공약에 대해, ‘현 정권에서 규제를 풀어서 경제 위기가 왔는데, 더 이상 어떻게 푸냐’는 반론이 있는데? “모든 규제를 다 풀자는 게 줄푸세가 아니다. 불필요한 규제를 풀자는 것이 줄푸세의 핵심 골자다. 필요한 규제를 푼다면 그건 문제고, 줄푸세 정신에 어긋난다. 불필요한 규제를 풀자는 것이기 때문에 그 비판은 성립되지 않는다.” - 출자총액제한제 부활만으로는 실효성이 없고 문제는 순환출자라고 했는데? “경제력 집중도 완화하고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을 막기 위해 출총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수십 년 정도 그 제도를 시행했어도 그 제도에 걸린 기업이 없었다. 규제가 의미가 있으려면 그 규제가 적용되는 기업이 있어야 한다. 순자산의 40%라고 해 놨다가 나중에 25%까지 이를 내렸는데도 그나마 걸린 기업이 없다. 현대차 18%, 삼성과 롯데가 11%다. 그러면 그 규제는 효과가 없는 것이고 그래서 사라졌다. 지금 부활시킨다고 걸리는 기업이 있느냐? 없다. 부활만으로는 원안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력 집중이 진짜 문제가 되는데 1%도 안 되는 지분을 갖고 그룹 계열사 전체를 자기 손안에 넣고 줬다 폈다 하는 그런 영향력은 어디서 나오느냐. A사의 주식을 갖고 B사를 사고 B사의 주식으로 C사를 사고 이렇게 막 돌리는 것 아닌가. 자기가 원래는 요만큼밖에 돈이 없으면서 이걸 부풀리는 순환출자를 통해 이렇게 지배하는 방식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들이 필요하다. A사 걸로 B사 사고 B사 걸로 C사 사고 막 이렇게 돌리면 배당수익에 대해 배당세를 무지하게 내야 한다. 그러나 공제를 통해 배당에 세제 혜택을 많이 주고 있다. 내 주장은 세제혜택을 주지 말라는 것이다. 순환출자를 많이 할수록 세금을 많이 내야 하니까 공제 혜택만 줄이면 자연히 순환출자를 줄여야 하는 요인이 된다. 배당과세에 대한 세제개편이 필요하다. 지주회사에 관한 조정 같은 부분도 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재벌이 은행을 사금고화 하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초래된다고 했는데. 재벌개혁 중 금산분리 강화에 대해 설명한다면? “돈을 빌려 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이 같으면 부실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 사례를 극명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저축은행 사태다. 돈을 빌려가는 사람이 제대로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빌려주는 사람은 꼼꼼히 따져야 한다. 그런데 빌리는 사람이 빌려주는 사람이면 그걸 꼼꼼히 따지겠나. 적당히 하고 무조건 갚을 수 있다고 우기면 그만이다. 결국 빌려간 돈을 못 갚아 부도가 나면 이게 연쇄적으로 온 금융권에 영향을 미치는 게 금융의 속성이다. 그래서 금융이야말로 이런 견제장치가 잘 작동해야 하는데,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이 동일인이 되면 견제장치가 아예 작동할 수 없다. 금산분리라는 것은 재벌이 은행을 소유하면 재벌이 자기 은행 돈으로 자기 계열사에 돈을 빌려 주는 형태가 되고, 견제장치가 작동할 수 없는 구조가 되므로 이런 일을 막자는 것이다. 일개 저축은행의 대주주 한 사람이 정부도 속이고 금감원도 속이고 다른 주주들 다 속이고 얼마나 엄청난 일을 저질렀는지 이번에 드러났다. 일개 대주주보다 재벌은 훨씬 힘이 세지 않은가? 분식이든 뭐든 이번에 모 그룹 사태에서 봤듯 재벌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갖고 있나.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저축은행과는 비교가 안 되는 엄청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그런 일은 규제를 통해 막아야 한다.” -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결국 재벌과 대기업을 살리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한미FTA로 수혜를 보는 수많은 계층이 있다. 그 중에 재벌도 있다. 중소기업도 있을 수 있고. 한미FTA로 가장 많이 혜택을 보는 계층은 재벌보다 소비자다. 소비자가 일반 국민 아닌가. 가장 다수인 일반 국민이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한미FTA를 재벌도 일부 혜택을 본다고 해서 재벌만 혜택을 본다고 매도하는 것은 편파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 법인세 최고구간을 신설한 지 두 달이 됐는데 앞으로 잘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하는지? “원래 20% 정도까지밖에 매기지 않는 것으로 돼 있던 법인세를 매출액 200억 원(과표기준)이 넘는 기업에 대해 22%까지 매기자는 것이다. 지금 22%가 최고구간인데 사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법인세가 높은 편은 아니다. OECD 나라 중에서도 상당히 낮은 편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가 더 올릴 여지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이거를 갖고 올린 지 두 달 만에 또 올리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세(稅)부담을 올리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공감하더라도 급격하게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은 좋지 않다. 조세저항이라는 것도 있고 조세저항이 너무 크면 이 제도가 정착할 수도 없다. 단계적으로 올리는 것이 좋다. 두 달 밖에 안 됐는데 지금 올리자고 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일단 운영해 보고 기업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나 이런 것도 본 다음에 다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통과되지 않았다. 어떤 내용이고 왜 통과가 안 됐나. 나중에라도 기회가 되면 계속 추진할 생각인지? “해당 법은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17대부터 이 부분에 대해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거래세보다 더 좋은 것은 자본이득 과세다. 파생상품이나 이런 것을 사고팔아서 차익을 많이 챙긴 사람이 이득분의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것이 자본이득 과세다. 거래세라는 것은 일단 거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손해를 봤던지 이득을 봤던지 그냥 무관하게 부과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놓고 보면 차익을 실현했을 때 세금을 내는 것이 더 좋은 제도다. 차익이 났는데도 본인들이 신고를 하지 않으면 과세당국이 열심히 잡아내야 한다. 잡아내지 않으면 세금을 못 매긴다. 과세당국의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 복안으로 올라와야 한다고 계속 촉구했는데 정부가 할 의지가 없다. 17대 세월을 다 보내고 18대 와서 할 수 없이 과세 당국의 의지 없이도 할 수 있는 거래세 법안을 냈다. 이게 지금까지 통과가 안 되고 있는데 기획재정위원회 소위, 전체회의, 법사위 소위 등 네 가지 관문을 다 통과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아 있다. 사람이 돈을 버는 데 종류가 여러 가지다. 일해서 월급 받으면 근로소득, 장사해서 돈을 벌면 사업소득, 부동산 사고팔아 차익 생기면 부동산양도소득이 있지만, 주식이나 증권을 사고팔아 생기는 소득에 대해서는 지금 세금이 굉장히 적다. 대부분 안 내고 있고 내는 사람도 아주 조금 낸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월급쟁이들, 최고 세율이 3억 이상의 연봉을 버는 사람은 38%로 돼 있다. 주식을 사고팔아 나는 이득에 대해서는 재벌의 대주주만 세금을 내는데 이 사람들은 10~20%만 낸다. 이게 말이 되나. 월급쟁이들과의 세금 형평성에 문제가 크다. 금융상품을 사고팔아 생기는 소득에 대해서도 월급쟁이들이 버는 사업소득과 비슷하게 형평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과세가 돼야 한다. 때문에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 새누리당의 맞춤형 복지에 대해 설명해 달라. “맞춤형 복지라는 것은 생애주기별 복지로 그때마다 혜택이 다르다. 태어나서는 보육 혜택이 필요하고, 학교에 들어가면 교육비 지원 혜택이 필요하다. 대학에 가면 등록금 지원이, 직장에 가면 취업 등에 대한 복지혜택이 필요하다. 은퇴하면 연금이나 노인요양보험 등이 필요하지 않느냐. 생애주기에 따라 필요한 복지 혜택이 다르니까 거기에 맞춰주겠다는 것이다. 야당이 공격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것은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다 똑같이 복지 혜택을 주느라고 엄청난 재원을 낭비할 필요가 있느냐 해서였다. 복지 재원이라는 것은 서민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세금으로 내는 부분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능하면 적은 돈을 들여서 같은 복지혜택을 누리든지, 아니면 똑같은 돈을 들인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복지 혜택을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복지 자체를 아예 줄여서 무조건 망국적이니까 하지 말자고 주장한 것이 아니다. 야당이 주장하는 복지는 매년 33조원이 든다고 본인들도 주장하고 있다. 엄청난 돈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꼭 필요한 분들에게만 드리는 복지이기 때문에 매년 10조 5천억 정도 밖에 들지 않는다. 재원 문제도 고려한 것이다.” - 어느 당이 더 경제를 잘 살릴 수 있을지 여부가 결국 총선과 대선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선거 승리를 위해 새누리당이 해야 할 일은? “새누리당에 경제를 맡겼더니 달라진 것 없다, 왜 이렇게 살기 힘드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거다. 그런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씀밖에 드릴 것이 없다. 양해를 구하고자 하는 것은 지난 4년 동안은 2008년에 미국발 금융 위기가 와서 전 세계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었다. 이 시점에서는 민주당(민주통합당)이 집권했더라면 이거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국제 변수,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외생 변수가 워낙 압도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그걸 새누리당 만의 잘못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 이명박 정부는 친기업 정책을 펴왔는데? “기업의 규제를 없애주고 기업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취지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그 취지는 굉장히 좋다. 이게 취지와 달리 재벌들의 여러 불법이나 탈법을 덮어 주는 결과를 가져온 면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다.” - 이명박 정부에게 당부하는 것은? “재벌개혁을 확실하게 해 달라, 확실하게 마무리하지 않고 말뿐인 개혁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 부분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지금 미국에서 1% 사람들을 공격한다고 알려진 ‘오큐파이(occupy) 시위’라는 것 역시 점점 심해지는 양극화에 대한 불만이다. 우리 사회도 전 세계적인 양극화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양극화에 대한 불만이 점점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양극화에 대한 정부의 특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 부분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그것의 일환으로 재벌개혁이 필요한 거다. 성장의 과실이 재벌에서만 머물러 있지 않고 중소 상인들, 중소기업들, 근로자들에게까지 흘러내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재벌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 하나는 물가에 특별히 정부가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물가는 서민 생활에 고통으로 그대로 돌아온다. 물가에 대해 정부가 소홀하다는 생각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한국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은행이 정부 눈치를 보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행에 준 기능은 물가안정 딱 하나다.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자신들의 유일한 존재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새누리당은 인적 쇄신이든 정책 쇄신이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민들이 원하는 만큼의 폭이나 속도가 나오지 않을 수는 있지만 계속해 나가는 중단 없는 쇄신을 약속한다. 지금 (마음에) 안 차더라고 믿고 기다려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