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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케이팝 속에 국악 있어요”

‘국악으로 국민행복’ 밀고나가는 박준영 국악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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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6호 김금영⁄ 2012.03.19 11:37:41

케이팝(K-POP) 열풍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슈퍼주니어, 카라,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한국의 젊은 가수들이 일본과 프랑스, 중국 등 세계 전 지역에서 활동하며 한국 대중음악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부르는 케이팝은 영국-미국 팝송의 아류일까? 박준영 국악방송 사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케이팝에는 우리 전통 국악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대중가요를 들어보면 전통 국악의 5음계에 기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비단 요즘 노래뿐 아니라 현재도 리메이크되며 많은 사람들의 귓가에 익숙한 1970년대 신중현의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라는 노래 ‘미인’, 그리고 펄 시스터즈의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로 시작하는 ‘커피 한 잔’의 곡조 역시 국악풍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대중가요와 팝이 넘쳐나는 요즘 전통 국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트렌드 전체를 부정할 순 없죠. 케이팝 속에도 서양 팝과 다른 우리 고유의 비트가 있어요. 그런 점을 살려 젊은 프로듀서들이 노래를 만드는 것을 보면 대단하죠. 국악을 요즘 시대에 맞게 응용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해요.” 국악과 케이팝을 거침없이 연결시키는 박 사장은 2010년 국악방송 사장으로 취임했다. 국악방송은 2001년 개국 이래 서울-경기, 남원 국악방송국에 이어 진도-목포, 경주-포항, 전주 그리고 부산에도 개국했다. FM 98.5㎒를 통해 판소리, 민요, 정가, 퓨전음악 등 다양한 국악을 들을 수 있다. 국악방송이라고 하지만 단순히 국악을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황윤기의 세계음악 여행’ ‘행복한 문학’ ‘아시아 음악여행’ ‘유자효의 책 읽는 밤’ 등 문화계 소식과 국악 교육, 특강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내보내고 있다. KBS TV편성국장, SBS 방송지원본부장 등을 지낸 방송인 출신의 그는 노련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코너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한다. 한 예로 ‘신 명심보감’은 중국 고전 명심보감을 현 시대에 맞게 새로 해석하는 코너로 그가 제안했다. “초등학교 때 집에서 한문을 배우기 위해 ‘명심보감’을 봤는데 그 때는 아무 생각 없었어요. 그런데 뒤늦게 알고 보니 중국 고전 중 좋은 말들을 발췌한 정말 좋은 책이더라고요. 국악 방송이라 해서 주구장창 국악만 틀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국악도 문화의 한 장르이므로 문화적 교양을 쌓아줄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좋은 소재가 있으면 아이디어를 냅니다.” 물론 국악방송인만큼 ‘국악이 좋아요’ ‘국악은 내 친구’ ‘꿈꾸는 아리랑’ 등 국악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은 기본이다. 박 사장 또한 국악의 기본을 잊지 않는다. 케이팝 등에 국악의 요소가 포함돼 있다곤 하지만 전통 국악의 생명이 살아 있어야 이런 응용도 가능하다. 특히 그가 사랑하는 국악은 전 국민이 아는 민요 ‘아리랑’이다. “가장 쉽고 누구나 부를 수 있는 음악이 아리랑입니다. 국악이 생활 속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리와도 같죠. 전에 프랑스에 갔을 때 현지인이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문화권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말과 글이 다르다’고 알려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음악 이야기를 할 걸 그랬어요.” 파리의 상징은 에펠탑, 미국의 상징은 자유의 여신상이다. 한국은 한때 백두산을 상징으로 했지만 다른 나라에도 높은 산들이 많다. 더구나 최근에는 백두산을 중국 산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어 그걸로는 상징성이 부족하다 생각했다. 그러던 중 가장 기억에도 남고 쉬운 아리랑 한 소절이 떠올랐다. “외국인도 아리랑을 첫 소절만 들으면 잘 따라 불러요. 김치, 비빔밥, 한복, 한글, 대장경과 함께 아리랑이 국가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리랑의 우수함을 알리고 싶어 2010년 ‘제 29회 대한민국 국악제’에서 기회가 생겨 ‘얼쑤 아리랑’ 작사를 하기도 했어요.”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또는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곡조가 팝송 같은가요? 아닙니다. 그 안에 국악풍의 리듬이 들어 있잖아요?” 아리랑을 국가 대표 브랜드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과 더불어 박 사장이 또 열망을 불태우고 있는 것은 바로 국악 교가를 보급하는 일이다. 2월 초에는 교가를 국악 반주로 제작해 보급하는 시연회를 국회에서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함께 주관했다. 이 행사에서 진한 감동을 받은 박 사장은 “청소년 시기가 감수성이 가장 좋을 때인데 이 시기에 국악을 접하지 않고 해외 팝을 먼저 접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 1만1000여 초중고가 있는데, 오래된 학교일수록 일본 군가 형태나 취주악 반주에 맞춘 2박자 계열의 행진곡 풍의 교가를 갖고 있어요. 여러 곡을 들어봐도 다 비슷비슷합니다. 그런데 국악 반주로 교가를 듣자 잃었던 내 마음을 찾은 것 같은 신선한 반가움이 들더라구요. 우리 DNA에서 돌고 있는 우리의 원형을 만나는 감동입니다. 제가 어릴 때는 농악과 다듬이 소리 같은 국악적 요소를 자연스레 접하며 자랐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우리의 것이 우리에게 낯설어지는 거죠. 학교에서 국악을 충실히 배우고 가르쳐야 세계 속에서 우리 정체성을 찾을 수 있지요.” 한국 고유의 정체성 찾기는 국악방송에서도 계속된다. 국악 종류가 다양한 만큼 방송을 듣는 청취자 층도 다양하다. 젊은 국악 마니아도 있고, 50~60대 중심으로 정통 국악에 관심을 가진 청취자도 있다. 디지털 시대에 소리만 들리는 라디오는 한계를 가질 수 있다. 그래서 박 사장은 국악TV로의 발전을 도모한다. 국악은 기본적으로 가무(歌舞), 즉 노래와 춤이 어울려야 그 매력을 제대로 발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악은 그 고유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지만 춤 또한 중요합니다. 예전에는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라디오로 국악 방송을 들었어요. 그런데 스마트폰이 나온 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다운 받아 보죠. 청각 요소만으로는 국악을 온전히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미디어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국악방송도 변화해야 해요. 그래서 동영상 스튜디오를 만들었어요. 요즘 ‘보이는 라디오’가 많이 진행되고 있잖아요? 그런 형식으로 국악방송도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기도 합니다.” “경제는 나아졌는데 우리 삶은 왜 더 팍팍해지고 옛날만큼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이 많은가요? 문화적 행복이 중요하고 국악방송이 그 한 축이 되겠습니다” 그는 방송국 밖에서도 바쁘다. 국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참국사(참으로 국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참여해 함께 국악 공연을 찾아가고, 작사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전국 대학에서 국악 관련 학과를 졸업하는 학생이 매년 900여 명 정도 돼요. 국악인들은 매년 배출되는데 국악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취직할 곳이 없어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국악이 다양하게 발전해야 해요. 옛날보다는 나아졌지만 더욱 국악 문화 수준을 높이고, 경제적으로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그의 사무실에는 국악 관련 자료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다. 그가 처음 국악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80년쯤 등산을 하면서부터다. 선물 받은 워크맨을 들으며 올라갔는데 때마침 라디오에서 국악이 나왔다. 평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국악이 그날따라 그의 귀를 파고들었고 그날로 그는 국악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운명인지 필연인지 몇 십 년 뒤 그는 국악방송 사장이 돼 있다. 처음 국악방송 얘기가 나왔을 땐 고민하고 거절할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국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하나하나 이뤄나가겠다는 결심이었다. “뭐든 처음이 어렵죠. 청취율이 중요한 라디오에서 국악방송은 새벽이나 심야 시간대에 밀릴 수밖에 없었어요. 예산도 부족한데 주파수를 따내야 하는 등 힘든 일이 많았어요. 그래서 국악을 잘 들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싶었지요.” 그래서 박 사장은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의 국악방송 개국에 눈을 돌렸다. 국악의 본거지라는 전주에서 ‘대사습놀이’라는 큰 국악 행사가 열리지만 정작 전주 사람들은 국악 FM방송을 못 듣는 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전주 국악방송 개국에 힘썼다. 제2의 대도시인 부산에서도 국악을 일상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2011년 11월 부산 국악방송을 개국했다. 국악방송이 처음 시작된 지 10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충청, 강원, 제주도 등에도 방송국 설립을 추진해 궁극적으로 전국에서 국악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경제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 행복 지수가 높아지지는 않아요. 과거보다 경제 상황이 나아졌는데도 예전만큼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문화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인간이 자신을 드러내는 분야는 문화에요. 스스로 창작하는 희열이 있습니다. 아직은 한국인의 문화적 충족도가 미미한 상태입니다. 국악방송이 그런 부분에서 문화적 뒷받침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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