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재는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는 영화로 만들어져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인터넷 만화가 강풀의 ‘아파트’ ‘그대를 사랑합니다’ ‘순정만화’는 영화, 연극 등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2012년에는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들이 무대에 잇달아 오를 예정이다. 2004년 전국을 “애기야 가자”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 2007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2009년 마니아층을 형성했던 드라마 ‘미남이시네요’가 그 주인공이다. 뮤지컬로 바뀌는 드라마들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여자주인공 강태영(김정은 분)과 그녀를 둘러싼 재벌남 한기주(박신양 분), 한기주의 조카 윤수혁(이동건 분)의 삼각관계를 그린 드라마 ‘파리의 연인’은 방영 당시 시청률 57.5%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뮤지컬 ‘파리의 연인’도 그 뼈대는 유지하되 드라마와는 다른 결말을 제시한다. 드라마에서는 한기주와의 로맨스가 강태영의 시나리오 속 이야기였다는 아쉬움을 남겼다면 뮤지컬에서는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사랑이 이뤄진다. 드라마 속 유행했던 한기주의 “애기야, 가자!”나 윤수혁의 “이 안에 너 있다” 등 특유의 대사는 뮤지컬에도 등장한다. 드라마에서 박신양과 이동건이 여심을 설레게 했다면 뮤지컬에서는 이지훈과 정상윤이 한기주, 런과 장우수가 윤수혁 역을 맡아 열연한다.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행운아 강태영 역은 뮤지컬 ‘셜록홈즈’ ‘김종욱 찾기’ ‘웨딩싱어’ 등에 출연한 방진의, 뮤지컬 ‘피맛골 연가’ ‘넥스트 투 노멀’ ‘스트릿 라이프’의 오소연이 맡았다. 드라마와 차별화되는 뮤지컬 ‘파리의 연인’의 가장 큰 특징은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춤과 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뮤지컬 ‘파리의 연인’ 관계자는 “왈츠, 캉캉, 탱고를 넘나드는 유럽의 댄스음악, 클래식, 대중가요와 브로드웨이를 접목시킨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조화를 이룬다”며 “파리 광장, 상류층 무도회, 물랑루즈, 서울 광장 등을 주인공과 함께 여행하면서 음악이 변주, 변화되는 과정을 듣는 것 또한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에서 ‘맨 오브 라만차’ ‘나인’ 등을 선보이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구스타보 자작이 연출과 안무를, 김동연이 협력연출을 맡았다.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4월 5일~5월 30일 공연된다.
‘커피프린스’는 새로운 내용도 추가 뮤지컬 ‘파리의 연인’이 4월에 관객들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면 이미 무대에 올라간 드라마 원작 공연도 있다. 2월 24일부터 막을 올린 뮤지컬 ‘커피프린스 1호점’은 서울 대학로문화공간 필링 1관에서 4월 29일까지 공연된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은 카페 커피프린스 1호점에 취직하기 위해 남장을 한 고은찬(윤은혜 분)과 카페 사장 최한결(공유 분)이 처음에는 티격태격하지만 점차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렸다. 고은찬이 남자인 줄 알고 괴로워하는 최한결의 모습이 감상 포인트다. 뮤지컬에서도 기본 내용은 같되 드라마에서는 없던 일본 여행이 추가되는 등 살짝 각색됐다. ‘파리의 연인’과 같이 드라마에서 화제가 됐던 대사는 뮤지컬에서도 등장한다. 드라마에서는 고은찬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최한결이 “네가 남자든, 외계인이든 상관없다. 갈 때까지 가보자”라고 말하며 사랑 고백을 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뮤지컬에서는 이 대사가 감미로운 노래 ‘가보자 끝까지’로 표현돼 색다른 매력을 준다. 특히 뮤지컬 ‘커피프린스 1호점’은 연극 ‘발칙한 로맨스’를 통해 제작PD로 변신한 배우 김수로가 제작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김수로는 “공연이 개인적으로 정말 만족스럽게 나왔다”며 “자신있다고 SNS에도 올렸다. 그만큼 뿌듯하다. 여러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배우, 스태프들 모두 너무 고생한 작품이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나름가수다’ 편에서 정형돈의 ‘영계백숙’을 뮤지컬로 해석해 화제를 모은 김동연 연출가, 그리고 ‘영계백숙’의 안무를 담당했던 김경엽 안무가가 이번 뮤지컬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함께 한다. 뮤지컬 ‘커피프린스 1호점’ 관계자는 “이 두 사람이 정준하의 유쾌한 푸드송 ‘영계백숙’을 웅장한 볼거리와 스토리가 있는 뮤지컬로 만들어내며 시청자들에게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 만큼 이번 공연에서도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7월에는 ‘미남이시네요’ 세종문화회관에 뮤지컬 ‘커피프린스 1호점’과 ‘파리의 연인’에 이어 후발 주자로 나서는 드라마 원작 공연은 ‘미남이시네요’다. 공연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2012년 공연 라인업을 공개하며 드라마 ‘미남이시네요’가 뮤지컬로 제작된다는 사실을 알렸다.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는 어렸을 때 헤어진 엄마를 찾기 위해 남장을 하고 아이돌 밴드 에이엔젤의 멤버가 된 고미녀(박신혜 분)와 그런 고미녀를 사랑하게 되는 에이엔젤 멤버 황태경(장근석 분), 제르미(이홍기 분), 강신우(정용화 분)의 이야기를 다뤘다. 신시컴퍼니 측이 “7월 말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미남이시네요’를 올릴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어떤 배우들이 출연하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외 라이선스 공연이 국내 뮤지컬 시장 영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인기 드라마를 소재로 창작되는 공연들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관심을 받을지, 한국 창작 공연 활성화에 불을 붙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