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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세론’ 부활하고 ‘민주당 대세론’ 실종되고

여, 쇄신 경쟁에서 비교 우위…야, 공천 잡음에 정권심판론 부각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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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67호 심원섭⁄ 2012.03.26 13:18:36

4·11 총선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여당은 ‘MB정부 심판론’의 불씨를 없애려고 하지만 야당은 더 키우기 위해 애를 쓰는 등 머리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론’ 바람으로 야당의 지지율이 대폭 상승하면서 야권의 승리가 예상됐으나 민주통합당이 공천과정에서 많은 비판을 받는 바람에 야당바람은 얼마 가지 못했다. 따라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반등하고 야권의 지지율은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야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정권 심판론’ 자리에는 한미FTA 문제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논란이 자리 잡는 등 이념 논쟁으로 방향이 바뀐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양대 논란이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국가 정책이라는 사실을 들어 야권에게 ‘말 바꾸기’ 공세를 펼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고, 야권은 ‘전략 부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사정은 3월 21일 열린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장 수여식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오전 11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새누리당 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장 수여식은 당선대회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온통 시뻘건 점퍼 물결로 출렁이며 축제 분위기였다. 이날 공천장을 받은 사람들은 환한 얼굴로 “축하한다”고 서로 인사를 나눴으며, 단독 선대위원장으로 선출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연설을 했지만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반면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지하 그랜드홀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선대위 출범식 및 공천장 수여식 분위기는 다소 썰렁했다. 물론 이날 한명숙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국민들은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투표 날을 기다리고 있다. ‘여자 MB’(박근혜 위원장을 지칭)에 의한 정권 연장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손학규, 정동영, 문재인, 문성근, 이인영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물론 불과 한 시간 뒤에 박영선 최고위원이 국회 기자실에서 “잘못된 공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최고위원직 사퇴 선언을 하는 바람에 잔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를 두고 여의도 정가에서는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 공천을 통해 지난해 9월 ‘안풍’(안철수 바람)이 불어온 이후 거의 사라져가던 ‘박근혜 대세론’을 부활시킨 반면, 지난 2월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시민사회단체, 한국노총의 통합으로 출범한 민주통합당은 ‘민주당 대세론’을 불과 한 달 만에 꺼져버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나라-애국심으로 당 결집 시도 실제로 박근혜 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돌이켜보면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과연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변화와 쇄신을 위해 노력했다. 이제 우리는 정치를 바꾸고 나라를 살린다는 각오로 모든 것을 걸고 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애국심을 가질 것,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을 당부했다. 박 위원장으로서는 나라, 애국심이라는 보수의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변화’라는 개념에 집중해 야당의 정권심판론 공세를 차단하고 당 결집을 시도했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낙천자의 태도에서도 일부 드러났다. 예컨대 부산진 을 공천에서 탈락한 이종혁 의원은 “억울하고 원통해도 당의 결정에 따르려 한다. 제가 일관되게 외쳐온 좌파세력 집권 저지와 당의 정권 재창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총선이 끝난 후 저는 이 나라의 참 보수와 정통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더욱 강건히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같이 공천 탈락자 대부분이 승복과 불출마를 선택한 것도 박 위원장의 정치력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4·11 총선을 앞두고 벌인 여야 쇄신 경쟁에서 민주당에 대한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평가를 넘어서 일단 비교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공천 과정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사퇴를 시사하는 등 당내 갈등이 적지 않았지만 박 위원장은 공천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정치적 운신의 폭을 상당 부분 넓혔다고 볼 수 있다. ‘원칙과 신뢰’ 아이콘으로 우뚝 서는 데 성공 친이계 좌장으로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이명박 정권의 실세 중의 실세인 이재오 의원에 대한 공천을 확정한 대목은 박 위원장의 ‘결정적 한 수’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 은평을 지역에서 이 의원의 밀착도가 높아 다른 대안도 찾기 어려웠다는 점도 있지만 이 의원과 함께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윤진식 의원을 충북 충주에,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인 전재희 의원을 경기 광명을에, 그리고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가까운 차명진 의원을 부천 소사에 공천하는 등 친이계 인사들에 대한 공천을 일찌감치 확정함으로써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와 같은 ‘계파 학살’ 논란을 비켜가는 한편, 친이계의 다른 인사들을 쳐낼 명분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상황들이 ‘박근혜 대세론’을 화려하게 부활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박근혜 위원장은 1998년 정치에 입문한 뒤 어느새 14년 경력의 베테랑 정치인으로서, 2007년 대통령선거 경선에 이어 이번 공천 과정에서 또다시 원칙과 신뢰의 아이콘으로 자신을 우뚝 세우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위원장은 되려 ‘야당심판론’을 제기할 정도로 정치적 기술이 뛰어나며 정책에 대한 공부도 꽤 많이 했다는 후문이다. 박 위원장의 정치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기득권층, 보수, 영남이 2010년 6·2 지방선거, 2011년 4·27 및 10·26 재보선에서 잇따라 패배한 데 따른 위기감에 따라 정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강하게 결집되고 있다는 현상도 있다. 또한 ‘박근혜 대세론’ 부활의 가장 큰 원인은 야당의 부진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정치인들을 보면 집권의지나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은 뒷전이고 한 줌도 안 되는 각 계파의 이익을 챙기느라 부산해 “욕심까지 많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야권, 한미FTA와 이념 논란에 곤혹 민주통합당의 구민주계, 친노무현 세력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의 당권파, 유시민 세력 등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선거는 대통령 선거에 비교한다면 지역구마다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날 수 밖에 없다. 야당이 이처럼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고 실망을 안겨주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의 가장 큰 우군이라고 할 20, 30대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몰려나올까? 지금으로서는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더구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여론조사 조작’ 논란으로 갈등을 빚는 등 어렵사리 성사시킨 야권연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어 시너지 효과는커녕 악재가 되리라는 주장도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과반수를 얻고 제1당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을 정도로 ‘민주당 대세론’이 기정사실처럼 들렸지만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로 민심이 달라졌다는 위기감이 대두한 상태다. 야권은 총선 사상 처음으로 전국적인 야권연대를 성사시키면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듯 했으나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의 후보단일화 경선에서의 여론조사 조작파문이 불거지면서 야권 전체가 최악의 위기국면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이정희 측은 서울 관악을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나이를 속여 응답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당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도 있는 심각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공동대표는 경선에서 패한 민주당 김희철 의원에게 재경선을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이를 거부하고 민주당을 탈당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문제는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다른 경선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야권 연대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은 새롭고 깨끗한 정치를 표방한 진보정당이 기존 낡은 정치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에서 국민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고 볼 수 있다. 도덕성과 정직성을 생명으로 삼고 있는 진보정당으로서는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긴 셈이다. 그럼에도 이정희 공동대표는 〃재경선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라며 사퇴를 거부했다. 그동안 이정희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돈 봉투 살포 사건 당시 실무자가 아닌 몸통과 머리가 책임져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해 왔다. 그러더니 정작 자신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실무자 실수로 빚어진 일이니 재경선을 하자고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야권분열-전략실수 등 위기 자초해 야권연대의 소중한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모두에 있다. 이정희는 정당 사상 최초의 40대 여성 당대표로 ‘진보정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를 향한 유권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도 통 큰 결단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거나 버티는 것은 야권 연대의 판을 깨고 공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당 지도부의 현명한 처신과 지혜로운 해법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지금 같아서는 표 떨어지는 소리가 커지고 과반은커녕 제1당 자리도 위태롭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권심판론 바람이 불었을 때와 그 힘을 잃었을 때 야권 후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반응이 달라지는 현상이 이번 총선의 핵심 대결 지역인 부산의 민심에서 드러난다는 시각도 있다.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을 때는 새누리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공천 과정에서 친노 세력의 부활, 이대 라인 득세 등의 부정적인 여론이 일면서 보수세력은 다시 뭉치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된다. 부산 사상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한 유권자는 “요즘 부산지역에서 이명박 정부 심판론은 이슈가 안 되고 있다”면서 “보수적인 유권자들은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한 당직자도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정권 심판론을 이슈로 만들어야 한다”며 “민주당 지도부가 전략을 잘 짜야 하는데, 성공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민주통합당은 더 이상 한미FTA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미FTA가 총선 이슈로 부각되면 오히려 손해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 대표가 제주도 강정마을에 내려간 것도 전략적인 실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이 이슈로 내건 문제들에 대해 적극 대응을 하면 할수록 정권심판론은 더욱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교수는 “민주당의 전략이 잘못됐다. 한명숙 대표가 강정마을에 내려가면서 총선을 이념 구도로 만들어버렸다”며 “이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 한 정권심판론 이슈는 물 건너갔다고 볼 수 있다. 새누리당이 던진 이념 논쟁을 민주통합당이 덥석 물면서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지한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 등을 통해 MB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박근혜 위원장의 공동책임을 주장하는 등 정권심판론을 재점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박영선 최고위원은 최근 “보수언론이 아무리 총선 쟁점을 서민경제 파탄, MB정권 심판에서 다른 쪽으로 옮기려 해도 ‘MB-근혜노믹스’의 책임론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녹취록이 공개된 것에 대해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규정했고, 박영선 최고위원은 “(이 문제가) 총선뿐 아니라 대선까지 갈 이슈”라며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또한 부산의 문·성·길(문재인·문성근·김정길) 캠프의 전략도 달라졌다. 부산진을에 출마한 김정길 후보 캠프의 관계자는 “우리 지역의 경우 이명박 심판론을 앞세워 분위기를 잡기보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무엇을 할 것이냐를 내세울 것”이라며 “바꿔야 한다는 민심은 확실한데 아직까지 민주통합당을 찍어주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문성근 캠프의 관계자도 “지금부터는 낙동강 벨트를 살리자는 집단적인 공약을 가지고 지역에 바람을 일으키려고 한다”면서 “이제는 정책적인 이슈로 선거판을 이끌고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총선은 어느 때보다 야권에 좋았던 분위기지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들이 스스로 이런 판세를 망쳤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야권연대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지자들로부터 용솟음치고 있는 상태이므로, 이런 사태를 두 당 지도부가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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