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봄 내음이 물씬 풍기는 시기이다. 봄이 오면 괜히 처녀들의 가슴은 막연한 그리움에 설레고 가을이면 총각들의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왜 그럴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정신과 의사들은 신체변화와 심리변화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며 남녀 간 미묘한 심리차이 때문이라고 본다. 우선 신체적으로는 봄이 되면 일조량이 늘어나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해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멜라토닌은 뇌 속의 송과선이라는 부위에서 밤에 집중적으로 분비하는 신경전달 호르몬으로,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일조량에 따라 분비량이 달라진다. 심한 경우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 겨울에 우울 증세를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봄철이 오면 누구나 겨우내 줄었던 멜라토닌이 증가하면서 약간씩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고 보고 있다. 여자는 감성적이라 봄철 멜라토닌에 가슴 뛰고, 남자는 이성적이란 가을철에 멜라토닌이 줄면 자신의 상황에 가슴이 시려지는 것일까? 또 다른 원인은 심리적 변화로 본다. 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 보면 만물이 깨어나는 봄이면 성(sexuality)적인 측면에서 왕성한 활동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서 다 나타나는 현상으로, 사람을 활동적으로 만들며 사고가 긍정적으로 흐르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살률이 맑은 날보다 흐린 날에 2~3배 많다는 해외 통계도 이 같은 미묘한 심리적 변화가 그 원인이라고 본다. 따라서 날씨가 좋아지는 봄철이면 신체적·심리적으로 사람을 능동적이고 자극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남녀 모두 가슴이 설레고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왜 여성과 남성은 차이가 나는 것일까? 이 역시 정답은 아직 없지만 남녀 간 뇌 영역에서 기인하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다. 즉 여성은 남성에 비해 감성적 측면이 발달했기 때문에 멜라토닌 분비량 변화에 더 민감하며 심리적으로도 변화의 폭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조량 감소에 의한 계절성 우울증은 여성이 2배 이상 많다는 사실이 이 같은 가설을 일부 입증시켜준다. 따라서 봄철 멜라토닌 분비 증가에 대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여성은 봄을 더 타게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남성은 보다 이성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봄철에는 여성에 비해 감정변화에 대해 반응이 적지만 가을철 멜라토닌 분비가 떨어질 무렵이면 침체되는 기분에 대해 이성적으로 사고를 하면서 자신의 상황에 대해 가슴이 시려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위 모든 설명은 현재까지 정신과적 측면에서 가정한 유력한 학설일 뿐 이를 단정해 해석하기는 곤란하다. 남녀 간 차이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하기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범위가 많으며 개인 간 차이가 더 큰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 이동수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