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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 착한 여자가 한 몸에”

[인터뷰]뮤지컬 ‘페이스오프’의 달콤살벌 커플 백민정·최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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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0호 김금영⁄ 2012.04.16 11:48:30

여성들의 이상형에 빠지지 않는 타입이 있으니 ‘나쁜 남자’다. 걸그룹 씨스타의 효린과 원더걸스의 소희도 이상형이 나쁜 남자라고 밝힌 바 있다. 드라마에서도 정의감을 불태우는 선한 역할보다 마초적인 매력을 내뿜는 나쁜 남자 캐릭터가 인기를 끄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7월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SH아트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페이스오프’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나쁜 남자 태준을 등장시킨다. 태준은 재벌가의 유일한 상속녀인 윤서와 결혼한다. 윤서는 처음엔 태준을 사랑했으나 그가 자신이 아닌 돈과 결혼했다는 생각에 이혼할 계획을 꾸민다. 이 계획에는 태준의 쌍둥이 동생 영준, 영준의 애인이자 윤서의 하녀인 소영도 동참한다. 처음엔 남편에게 순종적인 윤서였지만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다소 강한 여자의 면모를 보이며 변화를 일으킨다. 배우 최성원은 나쁜 남자와 선한 남자의 표상인 태준과 영준 캐릭터를 동시에 소화한다. 태준과 영준 사이에서 달콤살벌한 사기극을 계획하는 윤서 역은 배우 백민정이 맡았다. 끝에서 끝으로 치달리는 악과 선의 캐릭터를 모두 소화하는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극 내내 반전을 선보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극 중 태준은 나쁜 남자, 윤서는 착한 여자 스타일로 나오는데 실제 본인들은 어때요? 최성원 “누구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남자다운 면도 있고, 섬세한 면도 있어요. 평상시 성격은 섬세한 쪽에 더 가까워요. 여자들과 대화를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이야기 하는 주제도 잘 맞아 떨어지고, 요리 이야기도 좋아해요. 누나 많은 남동생 같은 이미지라고 할까요?(웃음)” 백민정 “전 직선적인 여자예요. 감정에 솔직하고 호불호가 확실해요. 하지만 제 사람이다 싶으면 애교도 많답니다(웃음). 그래서 극의 뒷부분에서 강해지는 윤서의 모습도, 태준과 알콩달콩한 신혼의 모습을 이어갈 때의 윤서의 모습도 저와 비슷해요.” - 극 처음에 윤서는 나쁜 남자 태준의 매력에 빠지는데, 실제 이상형은 어때요? 최성원 “제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사람이요. 외형적인 데다 가지고 있는 재능이 많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윤서 같은 여자가 와도 호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윤서의 경제적 배경이 저를 배우 인생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 줄지도…(일동 웃음). 농담이에요(웃음).” 백민정 “전 나쁜 남자를 좋아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좋더라고요. 외적인 면도 갖추면 좋지만 평생을 같이 할 사람이라면 추구하는 이상이 같은 남자가 좋아요(웃음).” - 연습 때 에피소드가 있다면? 백민정 “상대방이 대사를 실수해도 자연스레 맞춰주기 때문에 에피소드가 적은 편이에요. 하나를 들자면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몸싸움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런데 그날따라 상대 배우도 저도 너무 몰입해 저를 책상으로 심하게 던진 거예요. 탁 주저앉으면서 제가 제 무릎에 얼굴을 부딪쳤어요. 순간 다음 대사를 해야 하는데 콧물이 줄줄 나더라고요. 그런데 주위에서 소리를 질러서 제 얼굴을 보니 쌍코피가 줄줄! 코에서 그렇게 피가 많이 나오는 건 처음 봤어요.”

- 최성원 씨는 마성의 보이스로 유명한데, 음치를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최성원 “노래에 관한 질문을 들으면 ‘많이 듣고 따라해 보라’고 얘기해요. 스스로 재미를 붙이고, 노래를 잘 할 수 있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못한다고, 재미없다고 관심을 끊지 말고, 모창도 해보는 식으로 해보면 재미도 붙고 저절로 좋아지지 않을까요?” - 극에서처럼 정말 백만장자가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최성원 “저는 살면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지방에 폐교 하나를 뮤지컬 체험학교로 만드는 거예요. 정말 좋은 공연들이 많은데 공연이 끝나면 무대 세트가 철거돼요. 그런 것들이 어떤 학교 운동장에 설치되고, 그걸 보는 사람들이 뮤지컬의 한 장면을 자신이 재연해본다던지 할 수 있으면 좋잖아요? 두 번째는 건물 한 채를 사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살고 싶어요. 공동체 생활을 좋아하거든요(웃음).” 백민정 “그 건물에 제가 들어갈 수 있을까요(일동 웃음)? 전 여행 다니는 걸 너무 좋아해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여행자 생활을 하고 싶기도 해요. 그보다 관심 있는 건 뮤지컬 배우 양성 교육 기관을 세우는 거예요. 예전에 한국 뮤지컬 양성 시스템에 관한 논문을 썼는데, 한국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잘 받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오디션 이외에는 거의 기회가 없고요. 배우들의 발전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양성 교육 기관을 세우고 직접 커리큘럼을 짜고 싶어요. 그리고 나면 저는 여행 다녀도 되겠죠?(일동 웃음)” - 뮤지컬 ‘페이스오프’에서 가장 힘든 점은? 최성원 “이 작품을 하니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는 것 같아요(일동 웃음). 작품에 들어간 뒤 5kg 정도 빠졌어요. 다음날 공연이 걱정돼 전날 술을 못 마시는 공연은 이 작품이 처음이에요. 의상이랑 헤어도 무대에서 쉴 새 없이 바뀌어 정신없고요. 공연 초반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지금은 제가 너무 하고 싶었던 나쁜 남자 역할을 맡게 돼 즐겁게, 자유롭게 연기하고 있어요(웃음).” 백민정 “공연 자체에 고음 노래가 많고 체력 소모가 크니까 놀지 않고 술도 잘 안 마시고 성직자 같은 생활을 하고 있어요. 홍삼과 비타민도 계속 챙겨 먹고요. 무대 위에서 1시간 50여 분 동안 퇴장 없이 계속 등장하니까 체력을 나누는 게 중요해요. 노래를 할 때도 처음에 너무 에너지를 쏟으면 나중에 감당 못하니까 힘 조절을 하면서 불러요.” - 뮤지컬 ‘페이스오프’는 반전이 중심인데, 내 인생의 반전이라면? 최성원 “주인공 역할만 맡다가 극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반응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조연을 맡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 시야도 넓어지고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더라고요. 늘 중심에 선 주인공이 아니라 조연의 시선에서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면서 어떻게 내 연기를 잘 보여줄지를 공부하는 전환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많은 작품 제의를 받았는데 참여하지 않은 작품들이 모두 다 잘 됐네요(일동 웃음). 이게 가장 큰 반전인 것 같아요(웃음).” 백민정 “고등학교 때 엄마 친구 분이 뮤지컬 티켓을 주셔서 언니랑 ‘코러스라인’을 보러갔어요. 제 평생 처음 본 뮤지컬이었는데 보면서 심장이 밖으로 나오는 것 같은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무대 위에 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피가 끓으면서 앉아있을 수 없었고…. 그 날 이후로 본격적으로 마음을 다잡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됐어요. 이게 가장 큰 반전인 것 같아요(웃음).” - 극 중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데 서로 칭찬 한 마디씩 한다면? 최성원 “늘 얘기하는데 백민정 씨는 진짜로 상 받을 때가 됐어요(일동 웃음). 특히 이번 작품에서 눈빛이 다르더라고요. 때로는 순수하고, 어쩔 때는 미친 여자 같고, 목표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들이 너무 진짜 같아서 실제인가 착각이 들 정도에요.” 백민정 “최성원 씨를 어릴 때부터 봐왔는데 이 남자와 결혼하는 여자는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자기 여자만 사랑해줄 좋은 남자이자 1등 신랑감이거든요. 좋은 여자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일동 웃음). 진짜 결혼하고 싶어 하는데 아직 상대를 못 만났어요. 평생 바람 안 필 좋은 신랑감입니다(일동 웃음)!” - 뮤지컬 ‘페이스오프’를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 최성원 “공연의 마지막 결말을 누군가 미리 알려주지 않는 이상 마지막 반전을 알아맞히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봐요. 반전이 매력인 뮤지컬이죠. 처음부터 진행 과정을 쭉 지켜보며 극 중 인물들과 동질감을 느끼다 보면 마지막 결말이 어마어마한 반전으로 다가올 거예요(웃음).” 백민정 “1초라도 의자에 등을 붙이고 보면 재미없을 것 같아요. 처음 시작부터 대사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빠져들다 보면 공연 마지막에 희열을 느낄 수 있어요. 마음을 열고, 끝까지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면 좋은 공연을 보실 것 같습니다(웃음).” - 앞으로의 계획 및 팬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최성원 “들어와 있는 영화 시나리오와 대본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데…(일동 웃음). 지금은 공연을 열심히 하고 있고요. 하반기에 다른 작품으로 찾아뵐 것 같아요. 저를 응원해주는 팬클럽이 9년 정도 됐는데 어떤 작품을 하던지 변함없이 응원해줘 너무 감사해요. 제가 결혼해도 응원 부탁드려요(일동 웃음).” 백민정 “점점 나이가 들면서 같이 배우를 시작했던 배우들이 사라지는 걸 보면서 몇 년이나 더 뮤지컬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평생 하고 싶은 게 꿈이지만 특히 여배우는 제약이 있어서요. 주인공에서 밀려나는 상실감도 있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한 팬이 비타민과 함께 편지를 줬는데 ‘저는 평생 언니를 무대 위에서 보고 싶지만, 언니가 언제 그만둘지 모르겠지만, 언니가 무대 위에서 내려오는 그 날까지 언니를 좋아하고 사랑할게요’라는 내용의 편지였어요. 눈물 날 뻔 했어요. 저 한 사람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아와주는 분들을 위해 끝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대 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는 백민정과 최성원은 아직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많다며 밝게 웃었다. 이번에 착하고도 강한 여자, 나쁘고도 착한 남자로 분한 이들이 보여줄 팔색조의 모습에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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