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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박근혜, 경제민주화 다 이해못해…그러면 대통령 못돼″

“주변 둘러싼 측근으로부터도 해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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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1호 최영태⁄ 2012.04.23 13:39:50

여권의 대선 주자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그리고 이런 박 위원장에게 가장 솔직하게 ‘못할 말까지 하는 인물’ 중의 한 사람으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들 수 있다. 총선 뒤 ‘박근혜 대세론’이 더욱 강화된 가운데 김 전 비대위원을 만나 경제민주화, 박 위원장의 장점과 취약점 등을 들어봤다. 대담은 지난 16일 김 전 위원의 서울 부암동 사무실에서 CNB저널 최영태 편집국장과 최정숙 기자가 진행했다. 최영태 편집국장 -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이기니 재벌들이 만세를 불렀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만큼 새누리당은 상대적으로 재벌과 가깝고, 그래서 재벌개혁이 화두가 될 대선에서 승리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데? 김종인 전 비대위원 - 재벌개혁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된다. 개혁이라고 하니까 그 사람들이 거부 반응을 보인다. ‘경제민주화’가 맞는 말이다. 경제가 민주화되면 재벌도 자연히 변하게 돼 있다. 경제민주화를 하면서 시장효율성도 극대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기구도 바꿔야 한다.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중앙은행의 독립 같은 것도 경제민주화에 중요한 것 중 하나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이겼다고 재벌들이 만세 부를 이유는 하나도 없다. 자기들에게 제재를 가하는 제도가 마련된다고 해서 자기들을 망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잘못이다. 자기들이 안정적으로 생존할 수 있느냐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간 재벌들은 정치권을 무시해 왔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국민의 힘으로 결국 재벌이 무릎을 꿇게 된다. 최 - 재벌이 국가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으로 재벌을 이길 수 없다는 진단도 나오는데? 김 - 경제민주화의 본질은 거대 경제 세력의 횡포를 방지하자는 것, 즉 자기 멋대로 좌지우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노동 시장의 문제도 포괄적으로 들어간다. 경제민주화라는 게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이 내세우는 것처럼 세제개혁 해서 부자한테 돈 많이 걷자는 게 아니다. 천만의 말씀이다. 민주당은 거기서 초점을 잘못 잡았다. 유종일 교수는 재벌세를 도입하자고 하는데 세금은 세금이지 경제민주화랑 무슨 상관이 있나? 고 박정희 대통령 때 재벌을 컨트롤했다고 하지만 그 때는 컨트롤 정도가 아니라 재벌이 박정희 대통령 말에 꼼짝 못했다. 예를 들어 1976년인가에 박 대통령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겨울에 버스차장 아가씨들에게 방한복을 선물했다. 그러자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은 ‘우리가 기업 하는 목적은 어떻게 하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많이 줄까 해서다’라며 입을 맞췄다. 정치 세력과 경제 세력의 관계를 잘 봐야 한다. 1960, 70년대 경제개발 1차, 2차, 3차 계획기간 동안은 경제 세력이 정치 세력에 꼼짝 못했다. 자원 배분을 안 해주면 꼼짝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중화학공업은 70년대를 거쳐서 입지가 강화됐고, 1980년대부터는 재벌이 안정기에 들어갔다. 전두환 대통령이 경제 세력에 대해 하등의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내가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1980년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계엄 상황 아래서 통치권을 확립하기 위해 설치한 기구)에 참석해 당시 전두환 국보위원장에게 보고하면서 ‘그 동안 우리 기업가들의 윤리가 형편없게 됐으니 윤리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보고를 끝내고 나오니 대통령 측근들이 ‘어디서 웬 운동권 교수를 데려왔냐’고 난리를 쳤다고 한다. 그러나 전 대통령이 문제 해결 방안을 내라고 해서 보고서를 냈다. 그때만 해도 재벌들이 대통령을 무서워했다. 그 뒤 1987년 헌법 개정하는 데 경제조항 분과위에 내가 참가했다. 그러자 다음 날 전경련의 반응이 나왔다. 홍보위원회를 구성해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국가가 헌법을 개정하는 데 기업 단체가 홍보 대책을 세운다는 것은 대한민국에서나 있는 일이다. 그 뒤 경제 세력이 정치 세력을 대등하게 따라오다가 1990년대 들어 경제 세력이 정치 세력을 능가했고, 21세기 들어와서는 재벌통치 시대가 돼 버렸다. 문제의 해결은 결국 국민의 힘으로 할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 국민의 위임을 받으면 대통령이 할 수 있다. 이럴 때 박근혜 위원장이 조금만 의지를 갖고 밀고 나가면 이번 대선은 게임도 안 되게 이길 수 있다. “개혁적 보수니, 재벌개혁이니 다 잘못된 용어다. 고치지 않으면 국민의 힘으로 재벌이 무릎꿇게 돼 있다. 진보 의제를 보수가 선점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다” 최 - 경제 민주화를 위해 싸워야 할 대상으로 흔히 재벌과 관료를 든다. 관료와의 싸움은 어떻게 보는지? 김 - 대통령의 의지만 확고하면 관료의 문제는 해결된다. 최 - 여야가 복지 공약 경쟁을 하고 있지만, 경제민주화에 비하면 복지는 오히려 쉬운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 김 - 경제민주화라는 궤도를 떠나면 공생이니 복지니 하는 것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돈만 갖다 대면 복지는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경제민주화를 통해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갖춰지지 않으면 갈등 구조가 해소될 수 없다. 복지라는 것은 갑자기 획기적으로 일어날 수 없고 경제 여건에 따라 확대될 수밖에 없다. 최 - 1987년도 대학생 시위로 6월 항쟁이 일어났고 지배세력은 6.29선언으로 갈등을 봉합했지만 곧이어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났다. 경제민주화 문제는 결국 노동자 문제로 이어질 것 같은데? 김 - 사전에 대비 못하면 그러한 사태가 일어나 정권이 무너진 다음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5년에 나는 ‘앞으로 노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정부가 사전에 강구하지 못하면 노사 문제 때문에 정부가 굉장히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당시 집권 세력은 안일했다. 뭐가 대수냐면서, 공권력만 있으면 해결된다며 공권력을 너무 믿었다. 그러나 1978년도에 YH사건(여성 근로자들이 회사의 폐업 조치에 항의해 당시 야당인 신민당 당사에 들어가 농성시위를 벌이다 진압 과정에서 여공 1명이 사망한 사건. 박정희 정권 종말의 도화선이 됐다)이 나고 뒤이어 사회 갈등이 격렬해졌다. 그때 차지철 청와대 경호실장은 ‘탱크로 밀어버리면 된다’고 했지만 결국 박정희 정권이 무너졌다. 나라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는 사전에 예측해야 한다. 경제가 발전하면 물질이 증가하고, 의식도 바뀌며 새로운 욕구들이 나타난다. 제도권이 대응 못하면 민중의 힘에 의해 해결된다. 1987년 정치민주화를 어떻게 얻었나. 25년 동안 압축성장 하면서 쌓이고 쌓인 문제 속에서 국민이 정치민주화를 요구한 것이고, 거기에 정부가 굴복한 것 아닌가. 그렇게 정치민주화가 된 지 25년이 됐다. 1987년 헌법 개정할 때 내가 경제민주화 조항(119조 2항)을 쉽게 넣은 게 아니다. 저항도 많았고 심지어 대통령도 빼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왜 이 조항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다른 나라 역사를 봐도 수용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랬더니 대통령도 납득하고 그렇게 하라고 해서 그 조항이 만들어진 거다. 그 조항이 만들어진 뒤 25년 동안 평화적 정권 교체도 이뤄졌지만 누구도 경제민주화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풀려 한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까 양극화가 벌어지고 사회 갈등은 심해졌으며, 경제 세력은 막강해졌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고 재벌들이 만세를 불렀다는 사실 자체가 대한민국에 굉장히 위험한 신호다. “재벌과 관료가 경제민주화 가로막고 있다고 하지만, 대통령이 의지만 가지면 문제가 안 된다. 그리고 재벌을 이기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바로 국민의 힘이다” 최 - 지배세력은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스웨덴 복지사회도 결국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강력한 도전이 있었으니까, 즉 지배세력이 ‘공산화되느니 차라리 타협하자’ 이렇게 해서 이뤄진 것 아닌가? 김 - 스웨덴은 소련과 가까운 나라라서 볼셰비키 혁명의 영향이 뻗치려고 하니까 그렇게 정리가 됐다. 엄청난 혼란 끝에 나온 게 스웨덴 복지 제도다. 그러나 엄청난 혼란을 겪으면서 새 질서를 창조하는 것은 비용이 너무 크다. 진보의 주장을 보수가 미리 선점하지 않으면 유지가 안 된다. 종전 한나라당은 변화하지 않으려 했다. 내가 그래서 당 정강에서 ‘보수’ 두 글자를 빼자고 일부러 화두를 던져봤다. 그랬더니 한나라당 사람들이 와글와글 하고, 박 위원장도 흔들흔들 하더라. 과감성을 가지지 않으면 변화를 이룰 수 없다.

최 -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는 독일 시스템도 많이 언급된다. 회사 경영에 노조 대표가 참여하는 독일식으로 우리도 가야 하는 것 아닌가? 김 - 독일 시스템이라고 말하지만 독일의 독자적인 것은 아니다. 2차대전 뒤 연합군 즉 승전군 세력이 독일이 이상한 일을 또 벌일까봐 만들어준 시스템이다. 오늘날 그것이 작동하고 있다. 우리는 통일을 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갈등 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상당히 어려워진다. 최 - 다음은 박근혜 위원장의 대선 경쟁력에 대한 질문이다. 지난 총선은 대선처럼 치러졌다. 표면적으로는 새누리당의 승리였지만, 만약 대선이었다면 박 위원장이 패했으리라는 분석이 나왔는데? 김 - 내가 박근혜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은 그가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언론으로부터도, 재계로부터도, 각종 이해집단으로부터 자유롭다. 재계에서 돈 받아 써가면서 정치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그런 장점을 가졌기 때문에 확실한 신념만 가지면 나라에 변화를 가져올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봤다. 그러나 만약 박 위원장이 확실한 신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20대, 30대를 끌어당길 수가 없다. 이번 투표를 봐라. 보수 합계와 진보 합계를 보면 진보가 조금 더 많다. 박 위원장이 못한다면 본인뿐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도 안 좋다. 신념을 갖고 분명히 입장을 말해야 된다. ‘이러이러한 노선으로 갈 테니 따라오려면 따라오고 빠질 사람은 빠지라’고. 박 위원장한테 ‘주변 참모 그룹들이 조언을 많이 하겠지만 거기서 해방되지 않으면 당신도 힘들 것’이라고도 말해 줬다. 확실한 의지와 함께 측근으로부터도 해방돼야 한다. 최 - 투표율이 높았다면 총선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김 - 그렇다. 152석에 대해 너무 환호에 빠지면 안 된다. 지난 총선에서의 지지세력이 대선에서도 똑같이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총선에서는 박근혜 위원장도 중요했지만 각 지역의 새누리당 후보가 자기 나름대로 지역에서 표를 결집시켜 나온 결과다. 그 사람들이 대선에서도 똑같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총선은 지역경쟁이므로 정책의 방향이 큰 영향을 못 미친다. 그러나 대선은 일대일의 싸움이고, 차이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자기를 걸고 모든 걸 해야 한다. 최 - 박 위원장이 이른바 ‘개혁적 보수’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도 있다. 예컨대 2004년 ‘천막당사’ 때 처음에는 개혁적 보수를 하는 듯하다가 곧바로 극우 입장으로 돌아섰으며, 작년 말에도 한나라당 비대위를 개혁적 인사로 구성하는 듯 했지만 총선 공천에서는 개혁적 인물을 배제해 똑같이 ‘좌클릭 뒤 곧바로 원위치’를 했다는 비난도 있는데? 김 - 개혁적 보수니, 발전적 보수니 이런 말을 쓰면 안 된다. 자기들이 살기 위해서 적응하는 것인데, 개혁적이니 보수적이니 이런 형용사를 쓸 필요가 없다. 비대위가 좌클릭했다고 하는데 그런 말하는 사람들은 한심한 사람들이다. 헌법에 있는 가치를 수용했다고 좌클릭했다고 할 수 있나. 대한민국 헌법이 좌클릭한 헌법인가. 헌법은 헌법일 뿐이다. 비대위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실 내가 먼저 박근혜 위원장에게 제안했다. 작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고 난 뒤 ‘당신이 대통령 되고 싶으면 비대위 체제로 가서 당신 주도 아래 총선을 이끌어라. 그렇지 않으면 대권주자가 되기 힘들다’고 말해 줬다. 박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나 스스로 가졌기 때문에 비대위 체제를 꾸리라고 내가 먼저 제안한 것이다. 나는 외부에 노출 안 되려고 했다. 내가 노출되면 자근자근 씹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기 전에는 안 나타나겠다고 했다. 당시 박 위원장은 복잡한 당내 사정을 말하면서 나서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솔직히 ‘그렇게 과감성이 없어서 어떻게 대권을 잡겠느냐’고 말해줬다. 그 뒤 한 달 반이 지나 선관위 디도스 사태가 터지면서 한나라당 지도부가 무너지고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비대위 체제로 가기로 결정난 12월 15일 박 위원장이 내게 ‘말씀대로 비대위 체제를 만들 수밖에 없으니 나라를 위해 도와 달라’고 했다. 내가 뱉은 말이 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나타나게 됐다.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2월 중순부터 당이 안정을 되찾았다. 내가 더 이상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비대위원을 그만뒀다.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이 지난 번 비대위를 만들고 정책쇄신 하는 과정 속에서 가졌던 경제민주화 자세를 앞으로 계속 갖지 않으면 박 위원장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고 본다. 최 - 정치라는 건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설사 박 위원장이 재벌 또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 들어도 그의 지지세력이 반대하면 불가능한 것 아닌가? 새누리당의 총선 공천에서 경제민주화를 이룰 인물은 완전히 배제됐고, 재벌친화적인 경제 전문가들이 대거 공천된 것은 우려스러운 사태 아닌가? 김 - 그래서 나는 박 위원장에게 ‘당을 쇄신할 수 있는 사람을 확보하라’고 했는데 본인이 안 했으니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본인의 의지만 확고하면 그렇게 갈 수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에서 소신을 끝까지 관철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쫓아오기 싫으면 그만 두라고 하면 된다. 염려할 필요가 없다. 박 위원장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하냐에 따라 가능할 수도, 불가능할 수도 있다.

최 - 박 위원장은 최근 두 번 실망을 안겨준 것 아닌가? 당 정강에서 ‘보수’를 빼자고 했을 때 그리고 공천 문제에서? 김 - 그렇다. 보수 논쟁 때도, 공천 때도 그랬다. 그러나 그때는 당이 무너져 총선이 잘못 될까봐 걱정했다고 본다. 이재오 의원이 의원 30명 정도를 끌고 나가 박세일 대표의 국민신당에 합류하는 등 당 또는 지지세력이 쪼개질까 봐 걱정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완전히 자기가 장악한 새누리당이 됐다. 앞으로 박 위원장이 확고한 자세를 취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고, 설사 된다 하더라도 성공 못한다. 이런 점을 스스로 뼈저리게 알아야 한다. “비대위 출범 때와 같은 경제민주화 자세를 박근혜 위원장이 계속 유지하지 않는다면 대통령 되기 힘들고, 설사 된다고 해도 성공 못한다. 박근혜는 주변사람들의 조언으로부터도 해방돼야 한다” 최 - 2007년 워싱턴 방문 때 박근혜 위원장은 현지 언론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패널 토론회를 갑자기 취소하고 ‘질문을 받지 않는 연설’만으로 행사를 끝내는 모습을 보고 실망스러웠다. 대통령이 되기에는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김 - 2007년은 대통령이 되기에 시기가 일렀다. 국회의원 된 지 8년밖에 안 됐을 때 아닌가. 그 정도 갖고는 대통령이 돼 봐야 할 수가 없다. 지금은 어느 정도 무르익은 때라고 본다. 나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벤치마킹 하라고 했다. 메르켈은 1990년대에 처음 국회의원이 되고 2005년 15년 만에 총리가 됐다. 어려운 과정을 다 겪어가면서. 그걸 벤치마킹 하라고 했다.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특색이 있었고 박근혜 후보는 내세울 게 없었다. 그재서 당에서 이기고 여론조사에서 진 것 아닌가. 여론조사 응답자들은 이 후보를 리버럴한 사람으로, 박 후보는 꼴통 보수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불가항력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박근혜를 돕고 있다. 최 - 박 위원장이 보수의 대표라고 하지만 보수 언론은 사실 박근혜를 껄끄러워 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 김 - 현재 대한민국은 글로벌하게 완전개방된 나라다. 언론 매체도 다양해졌다. 보수 언론들은 앞으로 점점 희망이 없어질 것이다. 이번 총선이 보수 언론에 의해 조정됐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조중동이 정말로 위력을 발휘했다면 김대중, 노무현은 대통령이 못됐을 것이다. 김용민 같이 막말한 사람을 공천한 것이 잘못이다. “친노 환상은 총선으로 완전히 깨졌다. 총선 패배가 보수 언론의 프레임 탓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착각이다. 좋은 후보를 냈으면 야당이 승리를 거뒀을 것이다” 최 - 김두관 경남지사가 박근혜에게 가장 강력한 대권 경쟁상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셨는데? 김 - 야당 인사로는 김두관 지사도 가능성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이번 총선으로 ‘친노 환상’이 벗겨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9년에 세상을 떠나고 그 여파가 1주년 정도까지는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일부 언론은 ‘친노의 부활’을 점쳤지만 총선으로 그 맥락이 완전히 끊겼다. 민주당의 현 지도부에서 변화를 가져올 자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남녀 통틀어 박영선 의원 하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사람은 자기 신념이 있더라. 대선에서 두 박(박근혜-박영선)을 붙이면 재미있을 거라는 사람도 있었다. 최 - 박영선 의원의 경우 지지세력이란 측면에서 경제민주화를 하기에 더 좋은 후보 아닌가? 경제민주화를 이루려면 박영선 같은 야권 인사를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 김 - 내가 기생도 아니고…. 한 번 박근혜 위원장을 돕기로 했으면 돕는 거다. 박 위원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내 뜻이 노출된 이상 박근혜를 도울 것이다. 나는 신념 바꾸는 사람을 가장 싫어한다. 최 - 한국에선 새누리당을 보수, 민주통합당을 개혁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둘 다 보수 정당인 것 같다. 차라리 통합진보당이 독자적 색깔을 갖고 있는 것 아닌가? 김 - 새누리-민주 둘 다 똑같다. 통합진보당도 다르지 않다. 그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사회를 어떻게 재편성하겠다는 것인지 구도가 없다. 말은 진보라면서도 경제민주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끌어내겠다는 건지 내용이 없다. 진보당은 과거 총선에서 창원, 울산에서 근로자들 표로 지역구 의원 2명을 당선시켰지만 이번에는 그마저 잃었다. 나는 심상정 대표한테도 ‘그런 식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 차라리 민주당으로 들어가 민주당을 개혁하라’고 권한다. 진보당은 독자적 능력으로 안 될 것 같으니까 민주당과 연합공천해 수도권에서 7석 지역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개인적 목표는 달성했는지 모르지만 이념과는 별개 사항이다. 이론가들이 틀을 짜고 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이 구체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을 내놓았는지 한번 봐라. 국민들은 똑똑하다. 서울에서 천호선과 이재오의 승부를 봐라. 천호선 말고 제대로 된 후보를 내놨으면 이재오도 안 됐을 것이다. 새누리당도 구체적인 경제민주화 정책이 없다. 내게 복안은 있지만 일부러 구체적 얘기를 않는다. 제대로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내가 구체적 얘기를 해봤자 무슨 필요가 있겠나. 새누리당 당선자 중에는 경제민주화를 할 의원보다는 거꾸로 할 의원이 더 많다. 박근혜 위원장도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거라고 본다. 최 - 그러니 옆에서 도와 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 김 - 일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 반대 세력이 막강한 곳에서는 일이 될 수 없다. 최 - 새누리당 당직을 누가 차지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떻게 보시는지? 김 - 새누리당이 당 지도체제와 원내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보면 방향이 보일 것이다. 새누리당이 확실히 바뀌면 대한민국도 발전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변화해 나라에 기여하면 국민도 편안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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