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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준희 메디컬 에세이]네가 먼저 갈줄 알았더니 내가 먼저…

가슴통증 환자 부축해온 친구가 먼저 심장발작 일으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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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1호 박현준⁄ 2012.04.23 13:47:32

나의 누나는 지금 버클리대학 분자생물의학 분야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국에서 자연과학 분야를 공부했으며 의학의 기초 분야를 공부하다보니 자연 임상의학 쪽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런데 어느 날 혼잣말 비슷하게 “우리 조상들 말씀이 옳은 것 같아. 인생은 운명이 정해져 있어서 우리 모두 살아가는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아”라고 하는 것을 듣고 나는 조금 놀랐다. 아마도 그간 암 환자, 기타 당뇨 환자 등에 대한 연구를 임상 분야와 함께 하면서 과학적으로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이 많음을 느꼈으리라. 응급실에 들어왔던 특이한 사건들을 보면, 한 중년 여성은 택시를 타고 가다가 200여 미터 떨어진 채석장에서 날아온 돌에 머리를 맞았다.(당시는 불광동, 모래내 길에 채석장이 많이 있었다) 달리는 차를 타고 가다가 밖에서 날아온 돌에 맞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또 올림픽 대로를 달리던 차가 위쪽 다리에서 떨어진 차에 깔렸다. 이밖에도 우리는 비행기를 놓쳐서 죽음을 면하거나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사람 살 팔자야” 또는 “죽을 팔자야” 등으로 말하곤 한다. 곧 돌아가리란 사람이 90살 넘도록 정정하고 건강한 사람이 돌연사 하는 모습 수없이 보는 게 병원. 이런 경험 줄곧 하면 나도 몰래 운명론에 빠지고… 한 40대 남성이 머리 위쪽으로 20cm 가량 튀어나온 물체를 수건(?)으로 감싼 채 응급실로 들어왔다. 열어보니 부엌칼이 머리 위에서 수직 방향에서 머릿속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그런데도 의식은 멀쩡했다. 사연인즉슨 남편이 술에 취해 잠이 깊이 들었을 때 죽일 목적으로 부인이 칼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힘이 세면 그 단단한 머리뼈를 뚫고 깊이 들어갈 수 있었을까? 남편의 외도에 남자 성기를 자른 사건은 봤어도 칼로 머리를…. 아무튼 신기하게도 신경외과에서 그 칼을 제거했는데 후유증 없이 멀쩡했다고 한다. 어떤 환자는 넘어져서 머리를 책상 모서리에 살짝 부딪히고도 의식을 잃고 얼마 후 사망하는 경우도 있는데…. 심장에 이상이 있어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던 사람 중에서도 갑자기 사망하는 환자를 본다. 어느 날 가슴에 통증이 심한 40대 남성을 회사 동료가 데리고 병원으로 왔다. 심장과 의사가 그 환자를 보고 있는데 환자를 데리고 온 동료가 갑자기 쓰러진 것이었다. 황급히 조사해보니 급성 심근 경색이었고, 바로 심도자실로 옮겨서 처치를 받고 살아났다. 오랜 기간 환자를 보다 보니 과학보다는 운명론자가 돼가나 보다. 어떤 아기는 무슨 죄(?)가 있기에 태어나자마자 각종 기형으로 고생하다가 살아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또 어떤 이는 젊어서부터 고질병으로 얼마 살지 못할 거라는 의사의 선고를 받았지만 90세가 넘도록 꿋꿋하게 살아가기도 한다. 이는 우리 어머님 얘기다. 아버님이 내과 의사셨는데 우리 어머님은 40대부터 한 달에 10여 일을 아무것도 못 드시고 심한 통증을 시달리며 각종 약을 달고 사셨다. 1975년경 아버님이 수의를 마련하시곤 “너희 어머니, 몇 년 살지 못할 거야” 하셨다. 도대체 무슨 병 때문인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일본 위장관 전문병원, 미국의 유명 병원 등에 자문을 구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오죽하면 1980년대 중반 한 번 열어보자는 의견 아래 개복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때 아버님을 비롯해 걱정을 해주시던 친척 친구 분들이 세상을 떠나셨지만 우리 어머님은 90세인 지금도 하루 한 번씩은 답답하시다며 외출을 하신다. 삶과 죽음, 질병과 건강. 누구나 제일 관심을 가지는 이 사항들은 팔자소관일까? 신의 계시일까? 줄기세포로 모든 병 치료한다고? 건방떠는 인간의 손을 신이 먼저 없애버릴 수도 근무 중에 집에서 연락이 왔다. 집에서 기르던 애완견이 갑자기 죽었는데 딸이 이 사실을 알면 너무 슬퍼할 것 같아서 바로 동물복제 업체에 가서 복제를 해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한다. 남편은 자동으로 움직이는 차를 타고 서둘러 집으로 가다가 사고를 당해 사망하지만 인간 복제로 다시 삶을 얻는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 주위에서 이미 시작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둘리 양을 복제한 이후 개의 복제가 성공했고, 국가에서 마약 탐지견을 복제해 현장에서 활약하는 장면까지 보도됐다. 의료계에서도 줄기세포를 이용해 불치병을 고칠 날이 눈앞에 와 있는 것처럼 선전한다. 양심 없는 업자들이 사기성 상업적 목적으로 이미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피부를 젊게 한다며 줄기세포를 이용한 크림을 고가에 파는 등의 현상이다. 지금까지 인간이 생각한 일, 공상했던 일이 많이 현실화됐고 그래서 인간들은 상상하는 일은 모두 이뤄질 것처럼 생각한다. 정보통신(IT) 산업에서는 3차원 영상을 뛰어넘어 4차원 영상이 소개됐고 가상현실을 경험하는 것도 현실화되고 있다. 암 조기발견, 수술법 정도가 겨우 발전했을 뿐인데 의료계가 20세기를 지나면서 획기적으로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진단 기기와 기술이 발달해 암 등의 조기 발견이 크게 늘어났고, 수술 방법이 발달한 것이 눈에 띄는 정도다. 실제 약물 치료는 크게 변화한 것이 없어서 완치시키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줄기세포로 모든 질환, 특히 난치병들을 곧 치료할 것처럼 보도되고 있어, 기대로 가득찬 환자들에게 실망만 안겨주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물론 언젠가는 이런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지만 너무 성급하게 보도가 앞서는 것 같아 우려된다는 말이다. 인간이 조물주인 하느님의 영역까지 도전할 것처럼 야단스럽게 떠들고 있지만, 현실을 보면 지진, 해일, 폭우, 태풍 등 태초부터 계속돼온 자연의 변화에 인간은 맥도 못 춘다. 구제역이 퍼져 가축이 전멸 위기에 처하는데도 손을 못 쓰며, 슈퍼박테리아로 인간이 죽어가도 치료 방법을 못 찾는다. 거의 모든 바이러스 질환을 위한 치료 백신의 개발도 아직은 멀게만 느껴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원인을 모르는 폐렴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먼 훗날 줄기세포로 모든 질환의 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신은 그의 영역이 침범되기 전에 마야족이 예언한대로(기원전 3114년에 존재했던 마야족이 만든 달력은 2012년 12월 21일 24시에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했다) 세계의 종말을 서두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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