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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요? 인간이 망친 자연이 제자리 찾는 과정이죠”

사진으로 이 시대를 목격하고 기록하는 강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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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3호 김대희⁄ 2012.05.07 10:54:20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요즘, 빠른 속도로 산업화·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환경파괴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사실 환경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항상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자연에 대한 간섭이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환경 문제 또한 더불어 심각해져가고 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이제는 환경 문제로까지 범위를 넓혀 시대의 현장을 기록하는 환경 사진가 강제욱 작가를 신림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사실 그의 작업실은 그가 작품을 보관하고 작업을 구상하는 등 부수적인 일을 하는 공간일 뿐이다. 그는 일반적인 예술가들과 달리 앉아서 하는 작업이 아니라 현장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내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딱히 작업실에서 보여줄 게 없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사회 문제와 현상들을 꼬집고 고발하는 저널리즘을 추구해왔다. 인간의 불평등을 비롯한 인권 문제를 주된 주제로 다뤘고, 현재 저널리즘을 벗어나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환경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알고 보면 사진이 아닌 조소 전공이었던 그가 지금의 사진 작업을 하게 된 계기는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 시절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여행을 통해 많은 걸 배웠죠. 목표를 잡고 여행을 떠나요. 작업 중 일부인 퍼포먼스의 개념이었죠. 1997년 발로 그리는 드로잉이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다니며 사진으로 하나하나 기록했어요.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사진을 보니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죠. 사진을 잘 찍으면 보여줄 게 많을까 생각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자신의 여행과 그 결과를 제대로 보여주고자 사진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그러던 중 총학생회에 참여하면서 사회 현상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중국 남서부의 티베트를 방문하게 됐고 그곳의 인권이나 사회 문제를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는 3개월 정도 티베트에 머물며 자신이 사진가로서 도울 수 있는 일을 생각했다. 티베트라면 보통 산악 지형만 있는 곳으로 생각하지만 그곳에도 사회 문제와 인권 문제가 있고, 그는 이를 흑백 사진에 담았다.

이보다 앞서 1999년에는 발해에 대한 작업도 했다. 발해사에 대해 제대로 된 사진 자료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직접 만주 땅으로 날아가 발해 사진 작업을 시작했다. “미대를 가기 전 고고학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쉽게 말해 영화 ‘인디아나 존스’ 같은 것에 대한 환상이었죠.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걸 하고 싶었어요. 티베트 작업은 발해 작업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진행도 빨랐고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잡아준 계기가 됐죠.” 그의 주된 주제는 사회 속에서 불합리하게 작용하는 인권 문제였다. 티베트의 식민지 문화를 주제로 다루며 이러한 문제들을 통해 사회를 알아갔다. 사진은 그를 한층 더 성장시켜주는 도구 및 수단이 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에게는 “이러한 것들이 지속적으로 필요가 있는 주제가 될까”라는 고민이 찾아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했던가, 그는 한 환경 단체가 발표한 100가지 환경 문제 리스트를 보는 순간 자신이 평생 작업해야 할 주제로 결정했다. “환경은 내가 그동안 생각해온 주제와 연관되면서 더 넓은 범위를 나타낼 수 있어요. 환경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하는 현실이죠. 2007년부터 열대우림, 사막, 빙하 등을 작업해왔어요. 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물 부족 문제, 아이티 대지진,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 등 소주제들도 꾸준히 다뤄왔어요.” 최근 환경이 전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환경 문제를 다루는 작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환경이라면 그 폭이 너무 넓어 애매한 부분이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환경이라면 자연환경을 떠올리게 되고, 사실 웬만한 단어 뒤에 ‘환경’ 자만 붙이면 적당한 개념이 되기도 한다. 자연환경은 물론 가정환경, 직장환경, 동네환경, 사회환경 등등이다. 때문에 환경사진도 그 경계가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예를 들어 사막과 사막화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고 있어요. 사막을 찍은 사진은 일반적인 풍경사진으로 볼 수 있지만, 사막화는 사막이 아닌 곳이 사막처럼 변해가는 진행 과정을 촬영하는 거죠. 사막은 원래 있는 곳이고 관광지로 지나가며 볼 수 있어요. 풍경사진으로서의 사막 사진을 환경사진이라고 잘못 부르는 경우도 많다는 거죠.” 따라서 그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소외된 이야기를 찾고 작업으로 다룬다. 환경사진도 마찬가지로 문제를 찾아다니지만 그렇다고 이슈를 쫓아가지는 않는다. 환경 문제를 사진찍는 그는 강정마을에 갔다. 인간 사이의 다툼을 찍기보다 그는 강정의 ‘온전한’ 자연을 촬영했다. 아름다운 강정 그 자체가 강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순수 사진작업을 위해 해외를 가장 많이 나가는 작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는 최근 제주도를 자주 찾았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태에 따른 환경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였다. 그 전에는 4대강 관련 작업도 했다. “직접 현장을 가보니 한마디로 처참했어요. 환경은 모든 분야와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와 맞물려 있죠. 이 중에서도 정치적인 문제의 영향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제 사진 작업은 사회적 풍경이자 사회 환경이죠. 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요. 순수예술로 인간 자체를 바라보는 거죠. 환경은 인간을 바라보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결국은 인간 모습 자체를 다루죠. 인간이 잘못된 행동을 하지만 자연의 시간으로 보면 전부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요. 인간도 역시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하며 자연과 함께 순환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하죠.”

하나의 사건을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인간의 삶과 일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그는 자신의 사진을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과 모순들을 담고자 한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현장을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기분 속에서 편안한 시각으로 보는 사람이 판단하도록 맡긴다.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담지 않는다. 중립적인 이미지들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다는 생각에서다. 일례로 논란의 중심이 된 제주도 강정마을을 갔을 때 구럼비 바위와 공사 전 모습을 촬영했다. 아름다운 바다와 조화를 이루는 강정마을의 모습이 더 강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작업 외에 그는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NGO 단체들과 여러 가지 활동도 했다. 유니세프와는 물 모금 전시, 굿네이버스와는 아이티 대지진 돕기 전시 등을 하며 수익금을 기부했다. 현재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아시아의 녹색 성장’을 위한 국제협력 사업인 동아시아 기후파트너십(EACP) 관련 사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예술작품을 넘어 이시대의 목격자이자 기록 자료로서 보다 가치 있다는 데 의미를 둔다. 보이는 그대로의 환경을 다루지만 이는 곧 현장에 있었다는 의미가 되고, 눈으로 봤다는 것으로 예술이면서 동시에 증거자료가 된다는 말이다. 기록 자체가 후대들을 위해 역사자료나 예술작품 등으로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는 가치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최근 도시 속의 빈곤 또는 원자력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앞으로 이를 작업으로 다루려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일본의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되면서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지만 한국 정부는 원자력 발전 사업을 계속 추진하려 들고 있다. 위험한 지역의 방사능 수치를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등 진실을 왜곡시키는 부분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이런 내용을 그는 작업에 담고자 한다.

“우리가 흔히 재앙이라 말하는 지진이나 홍수는 사실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에요. 목숨을 앗아간다는 점에서 재앙일 수 있지만 오히려 무분별한 개발로 인간이 망쳐버린 자연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만들어낸 자연스러움이라는 것이죠. 우리는 자연을 바라보며 겸손함을 가져야 해요. 반면 사람이 만들어낸 원자력이나 기름 유출은 당연히 재앙이죠.” 그의 작업은 항상 진행형이다. 10년 전과 현재 그리고 미래는 또 다른 모습으로 항상 변하기 때문에 시공간이 담긴 작업이 된다. 기술 발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디지털카메라는 보조용일뿐 필름으로 사진 작업을 하는 그는 포토에세이 및 책도 많이 출간했다. 올해 말에는 자신의 작업을 총망라한 순수 작품집을 만들 계획이다. 그간 제대로 작업을 보여준 적이 없는 만큼 5년 넘게 해온 작업을 전체적으로 정리 및 보여준다는 것이다. 앞으로 예술가의 이름으로 단체를 만들어 모금, 전시 등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는 그는 사회활동가들이 못하는 부분을 예술가로서 도와 성취되도록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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