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정세균 상임고문을 인터뷰하기 위해 5월 25일 만났다. 하루 전 당 대표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순회투표에서 김한길 후보가 ‘이해찬 대세론’을 누르고 선두를 탈환해 당 전체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을 때였다. 정 고문은 그 얘기부터 시작했다. “민주당이 살려면 역동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 뽑을 당 대표는 개방성과 역동성과 창조성이 있어야겠다고 얘기했다. 우리 민주당이 앞으로 12월 19일까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변화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각 지역에서 새로운 드라마를 연출해 국민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 같다.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으며 상당히 재미있는 상황을 뒬 것으로 본다.” 이어 정 고문은 이번 6.9 전당대회의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저도 민주당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중의 한 명인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진짜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정 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3주기를 맞는 소감도 피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앞선 분이다. 인터넷을 잘 활용하고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잘 끌어내는 분이었다. 게다가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지도자였다. 그래서 항상 현상 유지가 아닌 변화를 추구하고 새로운 가치를 국민들과 함께 찾는 노력을 하는 특별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였다. 그런 신선함과 역동성 때문에 국민들이 ‘정치인 노무현’을 기억하고 잊지 못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 고문은 호남에서만 4선을 지내다가 19대 총선을 앞두고 당 중진으로 솔선수범해서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하고 호남을 떠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서 ‘거물급’인 새누리당 홍사덕 의원과 맞붙어 접전 끝에 승리했다. 정 고문은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당선한 의미에 대해 “물론 영광스럽게 생각하지만, 동시에 ‘정치 1번지’ 국회의원으로서 대한민국 정치 품격을 높여야 하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 주어진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그러면서 정 고문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과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송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정권교체를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에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까지 민주·진보 진영에 애정을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정 고문은 “필요할 때는 사랑의 매를 드시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정세균 상임고문과의 일문일답이다. - 민주당 임시전당대회 대구·경북 지역순회 투표에서 예상외로 김한길 후보가 이해찬 후보를 누르고 선두를 탈환했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민주당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역동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임시 전당대회에서 뽑을 당 대표는 개방성과 역동성과 창조성이 있어야겠다고 얘기했다. 따라서 민주당이 앞으로 12월 19일까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변화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각 지역에서 새로운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어서 국민들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 같다.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다. 상당히 재미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가. “저도 민주당에 대해 안다면 아는 사람 아니냐. 그런데도 이번에는 진짜 모르겠다.” - 6.9 임시 전대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탄생한다. 공정한 경선 관리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어떤 부분들을 보충해야 한다고 보는가. “우선 국민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지난 수년 동안 민주당이 ‘대안정당이다’ ‘민주당에 맡겨도 되겠다’는 믿음을 갖도록 노력했지만 지난 총선을 치르면서, 그리고 최근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의 믿음을 훼손시킨 측면이 많다. 빨리 수권 능력이 있는 대안 정당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 ‘이해찬-박지원 역할론’이 나왔을 때 문재인 상임고문에게 더 유리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는데…. “저도 ‘이해찬-박지원 연대’가 바람직한 게 아니라고 지적했지만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 꼭 그분들이 특정인에게 유리한 경선을 유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문재인 고문도 그들에게 기댈 생각은 없을 것으로 본다. 그런 우려보다는 당원들의 당심이나 당권은 당원들에게 있는데 그런 게 무시됐다는 점에서 문제 있다고 본 것이다. 대선 경선 관리를 부당하게 할 것이라는 걱정은 안 한다.” - 특별히 새 지도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민생이 굉장히 어렵다. 이번 대선에선 정책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따라서 네거티브 중심으로 그야말로 부끄러운 줄 모르고 싸움만 하는 판이 아니고, 치열하게 민생과 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갖고 경쟁하는, 정책 중심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새누리당 전당대회도 끝났다. 민주당과 많은 비교가 되고 있는데.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했는지 잘 기억도 못할 정도로 박근혜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짜인 각본대로 이뤄진 것 같다. 당 대표는 물론 최고위원, 원내대표 등이 이미 정해진 전대였다. 민주당 처럼 역동적으로 국민 관심을 자아내는 것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 지난 5월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3주기였다. 소감을 말해 달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앞서는 분이었다. 인터넷을 잘 활용하고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잘 끌어냈다. 거기에다가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아는 지도자였다. 그래서 항상 현상 유지가 아닌 변화를 추구했고 새로운 가치를 국민들과 함께 찾는 노력을 하는 특별한 리더십의 지도자였다. 그런 신선함과 역동성 때문에 국민들이 ‘정치인 노무현’을 잊지 못하는 것이라고 본다 ” - 특별히 정치적으로 연관된 기억이 있다면 말해 달라. “해외 순방 할 때 다섯 번인가 수행했는데 그때마다 많은 얘기를 나눴다. 매번 가시면 제가 당에서 간 사람이니까 하루 저녁은 저하고 저녁을 하시면서 이런저런 많은 얘기 나누곤 했다. 저한테는 행운이었다. 그러면서 그 분의 인간적인 면모, 서민과 약자를 지극히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분처럼 자기 주관이 뚜렷한 정치인이 많지 않다. 독선이 아니라 사색하고 독서하고 토론하고 거기서 나온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 있는 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열정적이고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과반석 실패로 다소 퇴색된 감이 없지 않으나 '정치 1번지' 종로에서의 당선에 적지 않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종로는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이후 총 8번의 선거에서 민주진보 진영이 모두 일곱번을 패한 지역이다. 1998년 보궐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이 유일한 승리였다. 이번에 '정치 1번지'에서 저를 선택한 것은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에 대한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종로는 인구 구성이나 계층 분포가 대한민국의 평균과 매우 유사한 지역이다. 종로의 민심이 대한민국의 민심이라고 할 수 있다. 종로 승리는 앞으로 대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민주당이 민심에 잘 부응한다면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 민주당의 총선 패배 이유는 무엇인가. 총선 이후 민주통합당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보는가. “일반적으로 정권의 임기 말 총선은 정권 심판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의 실정에 분노하는 민심을 제대로 받들지 못했다. 공천, 이슈 관리, 위기대응 등 전반적으로 잘한 것이 하나도 없는 선거였다. 그러나 대선은 총선과는 다르다. 대선은 ‘정권심판론’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민주당이 대안세력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느냐의 여부가 승리의 관건이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이러한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 당을 잘 이끌어 갈 것이라 생각한다.” - 문재인 상임고문이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공동정부 구성을 언급했는데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문재인 상임고문은 정직하고 바른 분이다. ‘안 교수와의 공동정부론’이 민주개혁 진영의 정권교체를 위한 고심의 결과라는 것은 의심치 않는다. 다만 지금은 공동정부론을 이야기할 타이밍은 아니다. 지금은 새누리당 후보를 압도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우리 후보를 뽑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민주통합당이 독자적으로 정권교체를 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들 때 당내의 적절한 프로세스를 거쳐 논의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 안철수 원장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국민의 기대를 받고 계신 분이다. 국민의 판단에 토를 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대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정당정치다. 정당정치의 문제점은 정당정치를 잘해서 해결할 일이지, 정당을 회피하거나 우회하는 길은 없을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통령 후보로서 위기관리 능력이나 갈등 조정력 등에 대한 국민의 검증을 받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의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안 원장이 대통령에 출마할 의향이 있으면 정체성이 맞는 정당과 함께 하면서 준비하는 게 옳다고 본다.” - 당내 대선주자를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로 나눈다면, 친노 후보 간 단일화의 가능성은 없는가. “지난 23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3주기였다. 이를 계기로 이제 친노니 비노니 하는 말을 버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노 전 대통령이 떠난 자리에서 그를 지켜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그 방식은 친노니 비노니 하는 공허한 힘겨루기가 아니라 그가 남기고 간 수많은 과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을 통해 정치에 새롭게 눈뜬 보통사람들의 열망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정당 스스로 민주주의의 원칙과 절차를 잘 지켜야 한다. 통합진보당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경쟁 규칙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해 스스로 문제를 치유하고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문제를 풀어가려는 자세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통합진보당 강기갑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어느 정도 사태를 수습하고 쇄신에 성공하면 야권 연대는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통합진보당이 자정능력을 발휘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 가는지 지켜볼 것이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정당 간 연합은 선진국 정치에서 일상적인 것이다. 새누리당 보수 헤게모니가 막강한 상황에서 중도-진보 세력은 연합해야 맞설 수 있는 게 정치적 현실이다.” - 현재 언론사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언론사들의 공정보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언론사 파업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가. “MBC,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가 동시에 파업을 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권은 반성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저는 노조들이 주장하는 것이 근거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이 여기에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고, 민주당 역시 관심을 두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 새누리당 전당대회 결과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공고해졌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친박계 일색인 상황인데 민주당으로서 유리하겠는가 아니면 불리하겠는가. “새누리당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마치 박 전 위원장을 위한 정당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선거과정에서 일사분란 한 것이 편리할 수는 있겠지만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민주통합당이 대안세력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역동성을 분출시킨다면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본다.” - 박근혜 전 위원장을 평가한다면. “고정 지지층이 견고하고 기초체력도 튼튼하다. 하지만 그만큼 거부세력도 견고하고 확장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인 검증 국면에 들어가면 국민들은 과연 이 후보가 국민의 절절한 삶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인지 따져볼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박근혜 전 위원장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막아야 한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 정 고문의 지지율이 여전히 한 자릿수의 낮은 수준이라서 주위에서는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반등할 특단의 조치가 있는가. “시대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십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시대정신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벤트에 강하거나 튀는 재주는 없다. 하지만 그동안 당 내외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제 임기가 타의에 의해 중단된 적이 없다. 그만큼 정세균의 리더십은 신뢰와 성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국민이 이를 못 알아준다고 원망하지 않는다. 시대정신과 맞으면 주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대선 출마 선언은 언제쯤 할 생각이며, 특별히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분야가 있는가. “아직 공식화 할 단계는 아니다. 지금은 우리 사회의 균형을 바로잡는 일에 관심이 더 크다.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 균형이 깨지면 억울하고 불행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사회 전체적으로 갈등이 심화되고 지속가능한 성장도 이룰 수 없다. 부유층과 빈곤층, 대기업과 중소기업, 기업과 노동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전통산업과 첨단산업, 수도권과 지방이 어떻게 공정하고 공평한 균형을 이루어 낼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 - 정 고문께서 주장하시는 ‘분수경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명박 정권은 부자와 대기업이 잘살아야 서민과 중소기업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소위 ‘낙수경제’라는 논리를 들어 부자의 세금을 깎아줬고,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었으며 노동시장을 더욱 유연하게 만들었다. 수출 대기업들을 위한 고환율 정책과 4대강 사업도 낙수경제의 대표적인 정책이다. 문제는 낙수경제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위쪽에 쏟아 부은 물이 아래로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부자에게만 고스란히 혜택이 돌아갔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됐다. 불평등이 커지면서 경제적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대다수 서민 중산층의 생활도 더욱 피폐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부유층과 대기업이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경제의 하층부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어 그 효과가 분수처럼 솟구쳐 올라 경제 전체로 퍼져가게 해야 한다. 이가 제가 말하는 ‘분수경제’이다.” - 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