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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아니라 21세기의 후궁 얘기”

영화 ‘후궁’으로 한국의 현실 보여준다는 김대승, 조여정, 김동욱, 김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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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7호 김금영⁄ 2012.06.04 11:29:58

‘은교’와 ‘돈의 맛’ 등 파격적 노출 장면의 영화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논란과 화제의 중심인 ‘후궁: 제왕의 첩(이하 후궁)’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후궁’에선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후궁의 존재를 들여다본다. 사랑에 미치고, 복수에 미치고, 권력에 미치고,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지독한 궁에서 벌어지는 애욕의 정사(情事), 광기의 정사(政事)를 그린 에로틱 궁중 사극이다. 살아남기 위해 후궁으로 궐에 들어가야 했던 화연과 그녀를 사랑하는 성원대군, 권유 두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화연 역은 전작 ‘방자전’에서 파격적인 노출 장면을 선보였던 조여정이 맡았다. 그동안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줬던 김동욱이 화연에 대한 사랑이 점점 커져 광기에 휩싸이는 성원대군으로 열연한다. 화연과 서로 사랑했지만 외부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헤어져 내시가 돼 궁으로 들어가는 권유 역은 김민준이 맡았다. ‘혈의 누’와 ‘번지 점프를 하다’의 김대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후궁’은 개봉되기도 이전에 배우들의 파격적인 노출 장면 장면이 공개되면서 인터넷 검색어에 오르는 등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6월 6일 개봉 예정인 ‘후궁’이 전하려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김대승 감독 “첫 시사회 전날 한 숨도 못 잤다. 작품을 여러 번 해도 이건 적응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두 시간이 괜찮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김동욱 “긴장되고 떨린다. 감독님과 여러 스태프들 덕분에 우리 배우들이 모두 만족하는 멋진 영화가 나온 것 같다.” 조여정 “감독님처럼 나도 잠을 못 잤다. 영화를 보고 다들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다. 우리의 노력이 영화에 충분히 담긴 것 같아 스스로 굉장히 뿌듯하고 감사하다.” 김민준 “영화를 보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감사하다.” - 영화를 보면 조선왕조 500년 사에서 논란이 된 각종 왕들이 집약된 느낌이다. 전체적인 구성을 어떻게 짰는지? 김 감독 “사실 담고 싶었던 시대는 지금, 21세기 대한민국이다. 영화 촬영 초반에 의상, 미술 담당자들이 시기에 따라 의상과 무대가 달라지니 시대에 대한 기준을 알려달라고 했는데 ‘이 시대는 고려 말일지도 모르고 조선 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줬다. 지금 살아가는 이 세상을 은유하는 게 값어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시대나 왕을 담고자 했던 건 아니다.” - 제목이 ‘후궁: 제왕의 첩’인데 중전들의 싸움 같다. 제목은 어떻게 결정했는가? 김 감독 “극 중 화연이 선왕의 후궁으로 들어가서 아들을 낳고 중전이 되는 과정이 있는데 그런 과정들이 생략되다 보니 왜 후궁이라고 하는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 각종 TV 드라마에서 비춰진 이미지 때문인지 ‘후궁’이라는 제목은 뭔가 탐욕스러운 뉘앙스가 강한 것 같다. ‘제왕의 첩’은 제작사 황기성 사단의 아이디어였는데 좋은 것 같아 흔쾌히 받아들였다.” - 노출 장면이 화제다. 여배우로서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조여정 “무수히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3가지 확신이 있었다. 김대승 감독님과 좋은 작품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좋은 작품이라고 여겨지는 그 지점이 관객과 언론 또한 같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용기라기보다는 그 믿음들이 강했던 것 같다.”

- 역시 파격적인 정사 씬의 중심에 있다. 부담감은 없었는지? 김동욱 “많은 분들한테 파격적이고 대단한 정사 씬으로 비춰졌으면 좋겠다. 나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굉장히 열정적으로 온 몸을 불사르며 찍은 장면들이다. 우리가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들이 관람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좋겠다.” - 평소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번에 내시 역할을 맡았다. 어떤 각오로 임했는가? 김민준 “내시라는 캐릭터지만 생물학적인 변화일 뿐이라 생각했다. 캐릭터가 지닌 내재된 힘은 그대로 이어간다. 내시로서 변화된 모습이 인물의 심경적인 부분까지 변화시키진 않는다.” - 김동욱 씨의 대사 톤이 영화 초반과 중반을 비교하면 많이 변한다. 의도한 바가 있는가? 김 감독 “캐릭터의 변화 때문이다. 왕이 되기 이전의 성원대군과 왕이 된 이후의 성원대군은 분명히 다른 사람이다. 화연을 대하는 태도나 권유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자신의 위치, 어머니와의 관계 등 안에서 자기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드디어 스스로 자신이 뭔가를 직접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왕의 자리에 오르지만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 때문에 광기에 휩싸인다. 그래서 극 초반 자유로운 분위기 톤의 대사가 중반에 들어서면서 격을 갖춰간다.” - 영화 속 몸매가 뛰어나다. 특별한 몸매 관리 비법이 있는지? 조여정 “여배우다보니 준비를 안 할 수 없었다. 촬영 초반에 운동도 하고 간식도 줄이면서 관리에 들어갔다. 집중할 것들이 많았는데 이것이 좋은 스트레스로 작용해 음식 생각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됐다. 초반에 관리한 것에 비한다면 영화 촬영이 장기전으로 이어지면서 후반부에는 체력을 보충하고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어 많이 신경을 못 썼다. 그래서 좀 더 멋지게 나왔어야 하는데 아쉽다. 여배우로서 내 일생에 남는 너무 소중한 장면인데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웃음).” - 베드 씬 촬영에 어려움은 없었는가? 김동욱 “조여정 씨 말고 우리들 몸매는 어땠나?(일동 웃음)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 준비를 했다. 원래 있었던 식스팩을 없애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웃음). 같이 촬영한 배우들에게 정말 고마웠다. 육체적·정신적으로 굉장히 예민하고 힘들 수 있는데 편안하게 리드해줬다. 서로가 연기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몰입할 수 있게 도왔다. 덕분에 정말 편하고 부담 없이 촬영했다. 나도 첫 노출 씬이고 파격적인 러브 씬을 찍었다고 생각하는데 모두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김민준 “감독님의 무한 여배우 사랑으로 현장에서 동욱 씨와 힘들었다(일동 웃음). 여정 씨가 예민해 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현장에서 자기 컨트롤과 집중을 잘 해줘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런 면들을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 감정의 폭이 큰 성원대군의 변화 과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했는가? 김동욱 “굉장히 불쌍하고 가여운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여리고 순수했던 인물이지만 열정적으로 시작했던 사랑이 점차 집착, 광기로 변해가는 성원대군을 많이 사랑하려고 했고, 그 사랑을 진실되고 솔직하게 표현하려 했다. 감독님과도 이야기 했지만 난 단 한 순간도 성원대군이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미쳐가는 인물이 아니라 한 여인을 너무 사랑하면서 감정이 깊어지지만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이라고 이해했다. 그 점을 잊지 않고 촬영 내내 안고 가려고 노력했다.”

- 오랜만에 스크린 주역으로 등장했는데 연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김민준 “권유를 연기할 때 감독님의 지시를 가장 믿고 따랐다. 감독님이 만든 허구의 세상 속에서 일어난 일들이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다’고만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과정에 현미경을 들이밀고 보니, 개개인의 심리를 면밀히 관찰하고 스크린에 투영시키려는 감독님의 집념과 열정이 엿보여서 감독님을 믿고 끄는 방향대로 따라갔다.” - 상반기 국내 영화 중 에로틱 소재들을 다룬 영화가 많았다. ‘후궁’의 차이점이나 경쟁력이 있다면? 김 감독 “워낙 존경하는 감독님의 영화들인데 감히 내 영화와 비교해 말씀 드리기가 어렵다. 두 분 모두 좋은 감독님이고 자기 철학이 뚜렷한 분들이라 좋은 영화를 찍었다고 생각한다. 약간 방식은 다르다. 정지우 감독은 선과 결이 곱고, 은유하는 데 뛰어난 반면 임상수 감독은 워낙 선이 굵은 영화를 많이 만든다. ‘후궁’은 내가 지금까지 해온 작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직접 민낯을 한 번 보자’는 심정으로 만들었다. 영화가 갖고 있는 메시지와 세 배우의 뛰어난 연기, 미술과 음악, 의상들이 모두 합쳐진 모습이 우리 영화의 자랑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장점이 발견된다면 다 주연 배우 셋 덕분이다.” - 영화 속 남자들의 변화는 사람처럼 느껴지는데 여자들은 거의 괴물로 변하는 것 같다. 순수하고 행복했던 나날을 중간에 넣지 않고 극적인 모습을 연출한 이유는 뭔가? 김 감독 “나는 특별히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이 아니다. 남자배우보다 여자배우들을 더 좋아한다(일동 웃음). 단지 화연이라는 여자가 어떻게 궐에 들어와서 위기에 몰렸다가 이를 극복하는지 표현하려 했다. 그 모습에서 과거의 대비가 비춰진다. 대비가 처음부터 나쁜 여자였던 게 아니라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독해진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고, 화연의 변화를 통해 대비의 과거 변화들을 짐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 감독 “어려운 촬영 속에서도 표정 하나 흩뜨리지 않았던 조여정 씨에게 감사하다. 김동욱 씨와 김민준 씨가 조여정 씨를 배려하는 걸 보면서 진정한 프로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가 담고자 하는 이야기, 겉으로 보이는 이야기 뒤의 또 다른 수많은 이야기들을 발견해주시면 정말 좋겠다.” 김동욱 “5~6월에 쟁쟁하고 멋진 영화들이 많이 개봉했다. 우리 영화도 그 중 손꼽히는 뛰어난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우리 편이 돼주길 바란다(일동 웃음).” 조여정 “동욱 씨 얘기대로 좋은 계절에 작품으로 찾아뵐 수 있어서 행복하다. 어떤 평가를 받던 달게 받을 것이고 변함없이 작품을 해나가겠다. 이 자체를 즐기고 싶다.” 김민준 “요즘 30도가 웃돌면서 덥다. 그 열기가 ‘후궁’을 위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감사드린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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