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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박근혜당’으로 줄세우면 안돼”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 ②]기성정치 폐기하고 생활정치 하자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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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7호 최정숙⁄ 2012.06.04 13:31:33

‘박근혜는 킹메이커가 되라’고 주장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인사가 있다. 바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다. 임 전 실장은 지난 5월 8일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출마선언을 통해 “박근혜 전 대표가 정권을 잡으면 반대자들은 공화당 정권이라 낙인찍고 유신체제를 떠올리며 몸서리 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 전 대표가 나빠서가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을 승계해 그 상징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전 실장은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킹메이커(대통령을 만드는 사람)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위원장에게 “지난 40년간 이 구태의연한 정치의 틀을 깨는 데 역할을 해 달라.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정치를 여는 디딤돌이 돼 달라”고 요청했다. 임 전 실장의 이 같은 발언은 박 전 위원장에게 대선 출마 포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돼 파장을 몰고 왔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지사가 임 전 실장에게 “간 큰 사람”이라고 할 정도였다. 임 전 실장은 자신의 ‘박근혜 킹메이커론’ 발언에 대해 “박근혜 대표가 현실정치에서 영향력이 큰 정치인으로서 국민들이 요구하는 정치혁명에서 그 역할이 최우선임을 강조한 것”이라며 자신의 처음 취지가 다소 왜곡됐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또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당과 집단에 대한 선입견에 얽매이지 말고 우리 시대에 해야 할 일을 이루기 위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제안했다. 정세균 민주통합당 전 대표에게도 “그동안 정치권에서 균형과 합리의 목소리를 낸 분이니 민주당 안에서 깃발을 높이 들어 달라”고 했다. 이 발언은 임태희-정세균이란 ‘제3세력’을 형성하려 한다는 해석까지 낳았지만 그는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임 전 실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끝나기도 전에 비서실장으로 일했던 인사의 대선 출마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는 이런 시선에 대해 “10년 전부터 준비해온 일”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서는 “역대 선거에서 대세론이 없었던 적은 없다. 그 대세론이 끝까지 간 적도 없다. 대세론은 대안론으로 곧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전 실장은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앞으로 공개적으로 현안에 대해 더 큰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은 지난 27일 여의도에서의 간담회와 29일 서울대 SK관에서 진행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CNB저널과의 일문일답이다. - 10년 전부터 준비해왔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는데?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다. 정치를 바꾸면 대한민국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여야가 상생하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 출마했다.” - 출마선언을 왜 서울대에서 했나? “6일은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10일은 이재오 의원이 출마선언을 하기로 돼 있었다. 그 다음에는 전당대회 때문에 못하는 상황이었다. 언론에는 이미 나왔고 날짜를 최대한 빨리 잡다보니 8일이 됐다. 8일이 화요일인데 때마침 서울대에서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국회에서 하기엔 애매한 시간이었고 학생들에게 지장을 안 주기 위해 서울대에서 오전 9시 30분에 한 거다. 다른 뜻은 없다. 그래서 다음날 국회로 다시 오지 않았나.” - 출마 선언을 하면서 가장 비중 있게 내세운 것은? “기성정치 구도를 바꾸자는 것이다. 기성정치를 바꿔 생활정치를 해야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다. 정치를 바꾸면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내세웠다.” - 현 정권에서 대통령실장을 지냈다. 아직 대통령의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 ‘박근혜 견제를 위해 떠밀린 출마’라는 시각도 있다. “당치도 않다. 정치를 바꾸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나온 거다. 대통령실장 하면서 더욱 절실히 느꼈다.” - 행정고시 합격, 청와대 근무, 3선 국회의원 등 이력을 보면 고생을 모르고 탄탄대로를 달려온 듯하다. “과거 거리에서 민주화투쟁을 했던 분들도 있다. 하지만 난 국익을 위해 공직에 있으면서 투쟁했다. 공직은 결코 탄탄대로가 아니다. 공직은 서릿발 같은 자기 관리가 필요한 자리다. 일주일에 10시간 잠자면서 코피 쏟고 협상하고 했다. 국제무대에서 국익을 위해 일했던 사람이다. 드러나지 않는 고생을 많이 했다.” - 색깔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존재감을 부각시키기에는 약해 보이는 것 아닌가.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 노사 양측의 첨예한 이해관계로 무려 13년간 풀지 못했던 노조법을 해결했다. 만약 내가 어느 한 집단만을 대변하거나, 이념적으로 치우쳤다면 노사 모두 설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강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들도 있지만 강함이 무엇인가? 나라의 절반을 적으로 돌리고 우리 편만 모으면 강한 것인가? 화합을 이루는 데 강한 색채는 갈등과 마찰만 부를 뿐이다.” - 출마 선언을 하면서 ‘박근혜 킹메이커론’ 발언으로 화제가 됐었다. 김문수 지사는 “간 큰 사람”이라고도 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정치라고 생각한다. 싸움의 정치를 그만 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자는 것, 생활정치가 곧 시대정신이다. 박근혜 대표는 현실정치에서 영향력이 큰 정치인이다. 국민이 요구하는 이런 정치혁명에 박 대표의 역할이 최우선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킹메이커 얘기를 계속 하다보면 취지가 자꾸 가려진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닌데 말이다.”

- 올해 대선 화두는 결국 복지와 경제라는 얘기가 많다. “우선은 싸움의 정치를 종식시켜야 한다. 싸움의 정치가 지속되는 한 아무리 좋은 경제나 복지 정책도 국민에게는 와 닿지 않고 정책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 싸움의 정치를 어떻게 종식시키겠다는 건가. “가장 큰 문제는 영호남과 이념 싸움이다. 영호남과 이념의 싸움이 반복될만한 정권이 나오면 계속 싸우게 되니 국민들에게 그렇게 않은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하는 거다. 미국의 양원제 같이 지역과 이념을 뛰어넘는 갈등 조정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 이유야 어떻든 대통령실장을 지냈으니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대선을 앞두고 야권이 본격적으로 심판론을 들고 나올 텐데 어떻게 대응할 건지. “현 정권 중심에서 일했던 사람으로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 무한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 앞으로도 그런 자세로 임할 생각이다.” - 출마선언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언급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들과 제3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는데? “안 교수는 2008년 당 정책위의장을 할 때 만났다. 안 교수는 대기업 중심 체제에 대한 비판의식이 있다. 그 때 공정사회 경쟁부분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안 교수와 많이 토론했다. 정치적인 문제만 없으면 지금도 만날 수 있는 사이다. 다만 나는 정치를 하고 있었고 안 교수는 갑자기 정치적인 인물이 됐으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세균 대표는 합리와 상식에 입각한 정치인이다. 당은 달라도 어떤 문제에 대해 언제든지 대화로 풀 수 있는 상식의 정치인이다. 우리 정치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한 쪽만 변해서는 안 된다. 정치의 여러 부분들이 다 바뀌어야 한다. 국민들의 가장 큰 요구는 기성정치를 바꿔 달라는 것이다. 각자 위치에서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국민의 바람을 실천할 책임이 있다. 그게 정치지도자의 본분이다. 그런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다. 제3의 길은 말도 안 되는 해석이다.” - 안철수 교수는 최근 노무현 정부 때 춘추관장을 지낸 인물을 언론담당으로 영입하는 등 야권과의 접촉을 늘리는 모양새다. ‘안 교수의 사상은 보수’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야권 후보로 대선 출마를 할 거라고 보는지?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와 같은 방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그 부분은 일단 지켜봤으면 한다.” -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어떤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박근혜 대표는 우리 새누리당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대는 새로운 미래를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박 대표도 이에 부응해야 한다. 이것은 박 대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새로운 정치요구는 지역과 이념의 갈등, 대립 구조를 넘어서서 나의 문제, 즉 가정 문제, 직장 문제 등을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지역과 이념 갈등을 어떻게 풀겠다는 건지, 국민에게 정치지도자로서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이 갖고 있는 한계인 수도권과 젊은층에 대한 확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답할 책임이 있다.” - 최근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지지율은 40%를 넘지만 나머지 후보들은 전부 합쳐다 5%도 안 나온다. ‘박근혜 대세론’을 어떻게 보는지. “역대 선거에서 대세론이 없었던 적은 없다. 그 대세론이 끝까지 간 적도 없다. 대세론은 대안론으로 곧 바뀔 것이다.” - 자신에 대한 지지율을 반등 시킬 특단의 조치가 있나. “지지율이 어떤 쇼 또는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통해 영향받는다고 보지 않는다. 정치인이 시대정신을 실천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면 지지율도 움직일 것이라고 본다. 다만 시간은 좀 걸릴 수 있다.” - 야당에서는 전당대회에 앞서 지역별 순회투표를 하고 있고, 흥행에 성공했다. 결국 새누리당도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해서 흥행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오픈프라이머리가 될 거라고 보는지. “야당은 열기를 높여가고 있고, 새누리당은 열기를 식히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이 누굴 선택할지는 뻔한 것 아니냐. 그런 면에서 오픈프라이머리가 되든, 형식이 뭐가 되든 일반 국민의 참여를 확대시키는 개방형 경선을 치러야 한다.” - 오픈프라이머리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대선 경선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경선 규정(룰)을 수정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다. “정치에서 뜻만 맞으면 못할 것이 없다. 경선을 늦추면 된다. 나는 처음부터 경선을 늦추자는 주의다. 게다가 아직 국회 원구성도 안 됐는데 당내 경선에 들어가면 19대 국회 시작부터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거다. 국민들의 관심 없이 조용히 쓱싹 절차를 밟아 가자는 생각이 아니라면 조절해야 한다. 국민관심은 다른 데 가 있는데 쓱싹 처리하면 연말에 선거 이길 수 있나? 안 된다고 본다.” - 대선 주자들이 완전국민경선제 실행이 안 되면 탈당할 거라는 얘기도 있다. “그건 정치적 상상력이다. 정치에서 불가능이란 없지 않나? 그런데 현실성이 있겠나? 거기까지 가서도 안 된다. 현행 규정에서 경선룰 부분을 고칠 수 없다고 밀고 나가면 해보나마나한 경선이 될 것이다. 당이 그런 선택을 하기 어려운 걸로 본다. 해서도 안 된다.” - 야당은 모바일 투표를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지난 선거 때 모바일 경선은 문제점이 많이 드러났다. 모바일 투표는 어떻게 보나. “모바일 여론조사까지는 좋은데 모바일 투표는 확신이 없다. 젊은층의 여론을 반영하자는 것이 내 주장이다. 그러려면 모바일 여론조사를 확대하는 것이 좋다. 젊은층의 여론 반영을 위해서라도 여론조사는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 황우여 대표는 대선주자 대리인은 경선관리위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것 뿐 아니라 캠프에 의원들 끌어들이는 거를 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당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나는 2007년 당시 ‘중심모임’에 속해 있으면서 끝까지 이명박, 박근혜 둘 중 어느 후보도 안 만났다. 누구든 한 사람을 만나면 캠프간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누구는 친이, 누구는 친박, 누구는 양다리구나 이런 식의 말이 나온다. 의원들을 줄세우기 하면 당은 분열된다. 그런데 지금은 분위기가 중심모임 할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중심모임 하면 반대자로 구분되는 것 아닌가? 의원들이 자기 의사 표시하는 것을 너무 조심스러워한다. 이는 박근혜 대표를 위해서도 안 좋다.” - 당 지도부가 친박 위주로 구성된 것이 올해 대선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는지. “하기에 달렸다. 하지만 당에서 지금의 분위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지금처럼 지도부가 당을 끌어가려고 한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 문제 의원을 퇴출시키자는 일명 ‘통진당사태방지법’을 제안했다.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은 ‘부정’이 아니라 ‘부실’이라며 작명 의도가 불순하다는 주장도 있더라. “이미 언론이 통진당방지법이라는 말을 썼다. 그러나 통진당방지법은 심한 것 같아서 통진당사태방지법이라고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거나, 국민공분을 살 정도의 파렴치한 부당 행위를 한 의원은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 되는 것이 대한민국 정체성이다. 국회의원은 헌법을 준수한다는 선언을 하고 들어온다. 국회의원은 그 헌법에 의해 형성된다.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 활동을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원래는 부정경선, 민주적 기본질서 문제로 시작했다. 당장 민주적 기본질서부터 시작해 정체성 부정까지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 자신이 꼭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는 뭔가.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다. 정치를 바꾸면 대한민국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국민들을 잘 살게 할 수도 있다. 동서 화합과 남북 화합을 해야 한다. 동서남북을 화합시켜서 국민이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내 꿈이다. 국민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 최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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