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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스한경수 “거제도 소리와 흙이 나의 물감”

현장에서 음악 만들고, 흙으로 그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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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8호 김대희⁄ 2013.01.08 17:52:11

바람소리와 파도소리 그리고 돌이 굴러가는 소리에 잔잔한 기타선율이 함께 울려 퍼진다. 벽에 걸린 작품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흙 내음이 물씬 풍기는 듯 하다. 캔버스나 목판재 위를 덮고 있는 꺼칠꺼칠한 표면은 물감이 아닌 실제 흙이다. “기존에 했던 전시와 같은 맥락이지만 최근 작품의 재료는 모두 흙이에요. 흙을 이용한 작업은 이번에 처음 선보였어요. 물감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죠. 흙이 가진 고유의 색으로 표현했어요. 물감에서는 볼 수 없는 색감이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작품 속으로 옮겼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종로구 부암동 AW컨벤션센터 내 갤러리AW에서 만난 에르도스한경수 작가는 흙을 주재료로 사용하면서 돌에서 흙으로, 흙에서 돌로 순환되는 근원적 이치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동안의 복잡한 주제를 벗어나 간단한 이치와 주제로 편안함과 휴식을 전해준다. 재미있으면서도 흥미로운 발상의 전환이다. 에르도스는 중국 내몽고의 지역명으로 그가 몽고에서 살때 사용한 이름이며 ‘아름다운 초원’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하늘과 땅이 맞닿은 느낌을 회화로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물 끝과 땅이 만나는, 즉 육지 끝에서의 만남을 소재로 했어요. 몽돌이 유명한 거제도 몽돌해수욕장에서 주로 소재를 얻어 작업했는데 바다 끝을 바라보며 바람, 물, 파도소리를 듣고 음악을 만들죠. 이러한 음악적 감성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요. 돌이 구르고 굴러 흙이 되는데 우리 몸도 흙으로 돌아가듯이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면 돼요. 누구나 알 수 있는 흙과 돌에 대한 이야기죠.” 그가 거제도의 흙을 소재로 작업하며 그곳의 몽돌을 이야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경남 거제도 출생으로 6.25 전쟁 때 월남한 부모님과 피난민 촌에서 척박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바닷가에 대한 남다른 기억과 추억을 갖고 있다. 때문에 바닷가 옆에 살며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모래 위에 그림을 그리는 등 흙과 오랜 인연을 가졌다.

또한 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작업을 하기 전에 자신이 느낀 감성으로 곡을 만들고 그 음악을 회화로 나타낸다. 하지만 그는 악보를 쓰지는 못한다고 했다. 따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곡을 종이 위로 옮기지는 못하지만 즉흥적인 연주가 가능해 음악을 연주하면서 그 자리에서 녹음을 하고 이를 들으며 작품을 만들어낸다. 바닷가 그 자리에서 그곳의 흙으로 말이다. 결국 그 바닷가의 소리부터 흙까지 바로 옮겨와 만들어진 작업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연을 그대로 옮겨와 공간만이 변한 것이다. “거제도와 다른 지역을 다니면서 그곳의 자연 그대로 살아 숨 쉬는 흙을 바라보고 채취해요. 그리고 돌을 모아놓고 이미지를 촬영하죠. 그 다음 바다 몽돌의 이미지를 영상화하고 파도와 몽돌 구르는 소리와 함께 직접 곡을 만들어 기타 선율을 녹음해요. 음악을 들으며 채취한 흙을 캔버스에 칠하고 질감을 표현한 후에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돌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옮겨놓게 되죠. 지역마다 흙의 성분이나 색이 달라요. 흙을 섞기도, 그냥 쓰기도, 채로 걸러서 용해시키거나 침전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해요. 흙은 물감과 달리 색의 차이가 크지 않고 아주 세세하게 다르죠. 이 때문에 더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대자연의 현장에서 느끼는 감흥을 우선 노래로 만들어요. 그런 다음 그 노래를 들으면서, 현장에서 가져온 흙으로 그림을 그리죠. 흙으로 표현할 색깔이 너무 많아요.” 그는 2010년 9월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예술과 총체적 사회를 하나의 주제로 표현하고자 ‘순환주의 예술’을 강조하는 전시를 열었다. 전시에는 회화 작품과 3D영상 그리고 오케스트라까지 동원돼 다양한 예술분야의 순환을 이야기했다.

앞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지역도 넓혀가며 흙을 물감으로, 오직 흙으로만 작업하겠다는 그는 자연 속에 인간을 대입시켜 보는 것 같지만 결국 그것이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또한 지금까지의 작업의 맥은 이어가겠지만 그 방식과 재료는 변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흙 같은 자연적인 재료들이 될 테지만…. 여기에는 변화의 시도와 도전 정신을 잃지 않는 그의 예술가적 열정이 한 몫 한다. “예술은 한 곳에 안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흙을 통해 보여줄 게 너무나 많아요. 재미있는 작업이 얼마든지 많이 나올 수 있죠. 내 자신도 이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걸 느껴요. 그동안의 작업들은 철학이며 복잡한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흙 작업은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자연을 바라보듯 편하게 감상하면 됩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소피아아트 정지혜 대표는 “기존 작업과 다른 이번 ‘흙에 비친 바람’ 작품은 작가가 지니고 있는 다양한 예술성의 순환적 표현양식을 띤다. 목재, 아크릴 판재, 캔버스를 사용해 흙 물감을 만들고 돌의 영상 이미지를 출력하고 그리면서 회화와 영상을 융합하는가 하면 동영상과 음악을 재융합해 작가만의 특유한 감성을 표출했다는 데서 순환예술의 시대적 가능성을 천명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스한경수 개인전은 갤러리AW에서 5월 25일부터 8월 25일까지 열린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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