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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가 바보라고? 이성적이고픈 당신이 더 바보야”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의 돈키호테들 신춘수, 데이비드, 황정민, 서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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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78호 김금영⁄ 2012.06.11 12:56:14

돈키호테. 자신이 기사 돈키호테라고 믿는 노인 알론조가 하인 산초와 모험을 떠나면서 벌이는 일들을 그린다. 풍차를 괴수 거인이라며 달려들고, 여관을 성이라고 하며 찾아 들어가 못생긴 하녀 알돈자를 “나의 아름다운 여인 둘시네아”라고 부르며 사모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미친 노인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과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400여년이 지난 지금도 꿈과 이상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세르반테스의 명작 ‘돈키호테’를 미국 위스콘신 주 출신의 극작가이자 방송작가인 데일 와써맨은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로 재구성했다. 1965년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안타워싱턴스퀘어씨어터에서 초연됐으며 국내에서는 2005년 초연됐다. 이어 2007, 2008, 2010년 앙코르 공연을 가졌으며 그동안 조승우, 류정한 등이 돈키호테 역으로 열연했다. 그 ‘맨오브라만차’가 올해 다시 돌아온다. 6월 22일부터 10월 7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리는 이번 공연에선 황정민과 서범석, 홍광호가 돈키호테로 나선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로 활동했던 황정민이 3년 만에 무대로 컴백해 눈길을 끈다. 뮤지컬계의 국민배우라 불리는 서범석 또한 주목 대상이다. 인기 작품은 매번 리바이벌되기 마련이지만 그만큼 고민되는 부분도 많다.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또한 그러면서도 원작의 기본 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연을 사랑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이번 공연 소식이 과거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올해 공연의 특징은 무엇인지, 작품에 임하는 각오가 무엇인지를 신춘수 프로듀서, 데이비드 스완 연출, 배우 황정민과 서범석에게 들어봤다. - 올해 작품의 특징은? 신춘수 프로듀서 “2005년부터 4차례 이 작품을 했고 올해 또 올리게 됐습니다. 기본적인 디자인이나 큰 연출의 선은 변화가 없어요. 배우에 따라 캐릭터를 부연하고 표현하는 방법 등을 드라마적인 깊이에 맞춰 다시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 데이비드 연출이 많은 생각을 하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공연은 배우 예술이다 보니 배우들이 표현하는 부분에 대한 생각과 균형을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이 작품은 새로 만든 게 아니라 초연 이후 지금까지 세월이 흐르면서 새 배우들과 진정성을 찾는 작업으로서 완성시키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특히 올해의 공연 기간이 가장 길어요. 작품의 깊이와 드라마적인 부분에서 좀 더 감동을 찾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때 ‘이 작품은 최고다’ ‘기대해달라’는 말을 늘 하는데 이 작품은 ‘행복하다’는 표현을 쓰고 싶네요. 수많은 리허설과 공연을 하면서 작품이 주는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작품보다도 경쟁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공연에서도 관객들이 엄청난 성원을 보냈어요.” -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소감은? 데이비드 스완 연출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자 특별한 공연이에요. 이 작품을 이미 본 관객들로부터 작품을 보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만큼 의미가 깊은 작품이죠. 그러다보니 책임감을 갖게 되더군요. 즐거움을 선사하는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특히 이번에 대단한 배우들을 모아주셨어요(웃음). 감동스럽고 뜨거운 순간들을 볼 수 있었으면 해요. 연출을 하면서 저도 새로 발견하는 부분들도 있어요. 고정 팬들뿐 아니라 새로운 관객들에게도 손을 뻗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 열정과 뜨거움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요즘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고 싶을 정도로 즐겁게 리허설하고 있어요. 물론 배우들도 그럴 거라 의심치 않아요(웃음).”

- 돈키호테 역을 맡은 소감은? 서범석 “전 뮤지컬을 접하기 전에 극 중 등장하는 ‘더 임파서블 드림(The Impossible Dream)’이라는 노래를 먼저 들었는데 완전 빠져버렸어요. 가사가 지닌 힘에 매료돼 무대 위에서 불러보고 싶었죠. 노래 부를 장소만 있으면 계속 그 노래를 불렀어요. 그리고 이 소식이 신춘수 프로듀서 귀에 들어가길 바랐는데 6년이나 걸렸네요(일동 웃음). 그렇게 ‘더 임파서블 드림’을 많이 부른 결과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부를 수 있게 됐는데 눈물이 글썽일 정도로 감동적이었어요(일동 웃음). 인간 서범석에게도 희망을 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정민 “좋은 작품을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하게 돼서 큰 영광이에요. 대사 중에 ‘이성적으로 사는 게 올바른 가치관이라고 말들 하지만 그게 아니다’라는 것이 있어요. 돈키호테의 사상이 제 인생의 멘토가 될 정도로 이 작품은 제게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그런 좋은 정신을 관객에게 더 직접적으로 전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금 아주 재밌고 행복해요(웃음).” - 돈키호테랑 자신과 비슷하다고 여기는 부분은? 황정민 “돈키호테가 갖고 있는 사상이나 행복들을 보고 사람들은 미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죠. 그러나 그 사상과 생각은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큰 꿈과 이상이라고 봐요. 살기 바빠서 꿈과 이상을 포기하게 되고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들이 많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안주하고 살고 있지 않나’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어요. 처음엔 이 메시지가 쉽게 와 닿았는데 다가갈수록 어려워 머리가 숙여지는 아주 큰 작품이에요.” - 돈키호테를 맡은 황정민과 서범석의 매력은? 데이비드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는 세상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서, 세상의 어려운 것과 힘든 것을 다 볼 줄 알고 경험한 사람이에요. 그 와중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보려고 꾸준히 노력하죠. 특히 돈키호테는 세상의 어두운 측면을 이미 알고 있지만 좋은 세상을 꿈꿉니다. 우리 모두 다 어려움을 겪지만 그 어려움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나 선택권이 있어요. 현명한 선택을 하는 데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배우들에게서 이런 점들을 봤어요. 각자 다른 방법으로 세상 경험이 보이고 자신감도 보이더군요. 그래서 이 사람들을 믿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들이 작품에 나오는 문제들을 얘기해줄 때 진솔함을 느끼실 거예요. 관객 각자가 다른 돈키호테를 볼 수 있습니다.”

-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말한다면? 황정민 “영화도 많이 했지만 무대를 사랑해요. 무대에서 연기할 때 세상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워요. 어떤 역할을 맡던 굉장히 행복하고, 배우로서 내가 살아있는 느낌을 느껴요. 여기서 너무 진지하게 말하면 영화 쪽에서 안 부를 텐데…(일동 웃음). 지금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 주연배우 캐스팅 기준은? 신 프로듀서 “전 캐스팅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고 있어요. 기본적인 능력은 있어야 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직관이 있어요. 무대에서 채울 수 있는 배우의 그릇을 보려고 했습니다. 서범석 씨가 그렇게 외쳤던 ‘더 임파서블 드림’은 본 적이 없고요(일동 웃음). 서범석 씨랑 참 오랜 시간을 두고 작업했는데 작품에 대한 열정이 전달됐어요. 10년이란 세월 속에서 이 친구가 이 역할에 적임임을 확신했죠. 황정민 씨는 정말 돈키호테를 멋지게, 새로운 캐릭터로 거듭나게 해줄 수 있는 배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홍광호 씨는 또 다른 돈키호테를 선보일 젊은 배우로 캐스팅 했죠. 연습실에 들어가면 배우들의 기운이 느껴져요. 작품 분석 능력 아주 뛰어납니다. 대단한 공연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해요.” - 같은 역을 맡았는데 서로 매력을 말해준다면? 서범석 “네, 예상했던 질문입니다(일동 웃음). 전 정말 행운인 것 같아요. 이번에 정민이랑 같은 역할 한다는 게 즐거워요. 대학로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죠. 연습실에서 정말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줘요. 특히 대본도 빨리 외우고 모범적인 모습이 굉장히 자극이 됩니다. 전 대본을 늦게 외우는 편인데 지금 열심히 뒤를 쫓아가고 있죠(일동 웃음). 정민이가 가진 연기력과 인간적인 면이 매력적이에요. 감성도 뛰어나고 노력하는 면도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즐겁습니다(웃음).” 황정민 “서범석 씨 감사합니다(웃음). 저와 서범석 씨, 홍광호 씨가 같은 돈키호테 역할을 맡았지만 3명의 돈키호테는 분명 다를 거예요. 전체적으로 보는 시각이나 방향은 똑같지만 각자 살아온 삶이 다르거든요. 범석 씨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굉장히 너그러워요.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너그럽죠. 그건 제가 가질 수 없는 부분이라 정말 부러워요. 그런 부분들이 돈키호테의 캐릭터에 묻어나올 듯해요. 저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고요. 처음 함께 작업하는 친구들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도움이 되고 굉장히 재밌어요. 마치 소풍 온 것 같은 기분이에요(웃음).” - 올해 공연과 관련해 포부를 밝힌다면? 신 프로듀서 “공연과 관련해 소망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멋진 배우들과 함께 세월이 흘러서도 이 작품을 하고 싶고요. 두 번째는 프로듀서로서의 소망인데, 1965년 초연된 이 작품의 리바이벌 공연을 본 고장에서도 보여주고 싶어요. 실행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로 이 작품은 사랑받는 작품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대사 중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수없는 실패와 좌절을 겪어도 꿈과 희망을 안고 극장을 나서길 바랍니다.” 이날 인터뷰에서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한 말은 ‘즐겁다’ ‘재밌다’ ‘자신있다’였다. 돈키호테의 지칠 줄 모르는 영혼이 이미 이들 속으로 들어갔나 보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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