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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울지마’인데 정말 많이 울려”

뮤지컬 ‘울지마 톤즈’의 방성창, 박성환, 전재홍, 크리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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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0호 김금영⁄ 2012.06.25 11:02:13

최근 중국에서 비 맞는 노인에게 우산을 씌워주다가 근무태만을 이유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해고당한 소녀의 사연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이 일에 대해선 ‘확실히 근무태만이다’ ‘정이 넘치는 아이다’ ‘부당해고다’ 등 의견들이 다양했다. 그런 다양한 의견들에도 불구하고 삭막한 현실에 씁쓸함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거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사람을 보고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기사 또한 씁쓸함을 더했다. 남을 도와주면 손해를 본다는 의식이 팽배한 이 사회에 따뜻함을 전하는 공연이 있다. 뮤지컬 ‘울지마 톤즈’는 아프리카 수단에 있는 마을 톤즈에서 선교 활동을 한 이태석 신부가 아이들을 위해 직접 노래를 만든 실화를 담은 공연이다. 2010년 TV 다큐멘터리 ‘KBS스페셜 - 수단의 슈바이처’와 휴먼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울지마 톤즈’에서 이태석 신부는 손해나 이익을 따지지 않고 톤즈의 사람들을 돕는다. 동정이나 연민으로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고 동등한 입장에서 모든 일을 함께 한다. 힘을 합해 병원과 학교를 꾸리고 즐겁게 수업을 하고 때로는 뛰어놀기도 한다. 밝은 표정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이들의 모습은 차가운 현실을 잊도록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다른 사람의 손을 잡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이태석 신부 역으로는 배우 박성환, 전재홍, 크리스조가 열연한다. 연출은 방성창이 맡았다. 이들이 보여주고 들려주려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어떤 마음으로 공연을 이어가는지 들어봤다. - 이태석 신부를 연기하는 소감은? 전재홍 “어릴 적부터 위인전 읽기를 정말 좋아했는데 존경받는 인물을 무대 위에서 연기하니 기뻤다. 또 천주교 신자다보니 더 와 닿는 것 같다. 연습 기간 두 달 동안 이태석 신부의 고통을 느낄 정도로 다른 배우들과 같이 힘들어하고 울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가슴이 벅차다. 더 열심히 하고 싶다.” 박성환 “작품 준비 과정에서 ‘울지마 톤즈’라는 다섯 글자만으로도 마음속으로 전율이 일어났다. 이태석 신부라는 큰 분을 연기한다는 게 하늘의 축복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임했다. 앞으로도 해내야할 숙제가 많지만 제일 적합한 방향으로 해내 이태석 신부가 하늘에서 이 공연을 지켜보게끔 하고 싶다.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하고 잘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분석하고 있다.” 크리스조 “제목은 ‘울지마 톤즈’인데 배우들과 많이 울기도 웃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울지 말라고 하지만 울지 않을 수 없는 감동적인 스토리다. 참여할 수 있게 된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 앞으로 좋은 뮤지컬, 감동적인 뮤지컬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드리고 감동을 드리고 싶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따뜻해지고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뮤지컬이 됐으면 한다.”

- 자극적인 소재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공연이 다소 지루하지는 않을까? 방성창 연출 “요즘 자극적인 뮤지컬이 많다. 그런데 ‘울지마 톤즈’에도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많다. 한 사람과 인류에 대한 이야기이자, 인류가 겪어 나가야 하고 발전해 나가야 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태석이라는 한 사람에 의해 세상은 변하지 못했으나 그의 선행으로 세상이 자꾸 변하고 있고, 공연을 하면서도 변하고 있다고 믿는다. 굉장히 따뜻하고 인간적인 부분이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 요즘 자극적이고 독하게 어필을 하기도 하지만 한국 뮤지컬에서도 인간성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부분에 중점을 뒀다. 관객들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고 싶었다.” - 뮤지컬이지만 연극적인 화법이 풍부하다. 이전에 참여했던 작품들과 다른 점은? 박성환 “노래를 많이 하는 뮤지컬을 하다보면 연기를 하고 싶고, 반대로 연기를 많이 하면 노래를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뮤지컬이든 연기든 공통적으로 연기적인 요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적인 부분을 핵으로 가지고 있어야 노래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드라마적인 부분이 너무 많으면 관객들이 살짝 지루할 수도 있는데 말을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이번 작품은 노래와 드라마가 적당히 조화를 이룬 것 같다. 훌륭한 한국 창작 뮤지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작품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크리스조 “뮤지컬을 보는 사람은 뮤지컬만 보고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은 연극만 보게 된다. 그런데 ‘울지마 톤즈’는 독특한 뮤지컬이다. 이 작품을 사랑하게 된 이유가 뮤지컬이지만 연극적인 부분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뮤지컬을 보러 온 사람들이 연극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 한 가지를 가지고 두 가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작품이다. 배우들이 연기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관객에게 어필하면서 음악과 연기로 감동을 줄 수 있는 공연이다.” 전재홍 “예전에 선배들이 ‘노래 가사는 대사와 같다’고 했다. 노래를 부르는 것도 연기를 하는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뮤지컬을 해왔다. 연극과 뮤지컬을 구분 짓는 건 올바르지 않은 것 같다. 이 작품엔 드라마와 노래가 굉장히 많다. 여태까지 했던 작품들 중 노래를 가장 많이 부른다. 하지만 많다거나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초점을 둬야 할 곳은 사람들이 이태석 신부를 보러 온다는 것이다. 이 공연을 보고 이태석 신부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지인이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이런 점에서 공연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 실화와 공연은 어떻게 다른가? 방 연출 “실화는 다들 아시듯 이태석 신부가 봉사활동을 하고 학교를 만들고 음악을 만드는 부분이다. 다른 점은 이태석 신부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고자 했다. 사람들이 떠나고 빈 방에서 혼자 괴로워하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고뇌하는 모습을 통해 성직자도 여느 인간처럼 힘들어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종교적인 부분을 많이 배제하고 인간 이태석, 아들 이태석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다큐멘터리와 다르다. 이태석 신부에게 부끄럽게 되지 않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다. 또 오프닝에서 아프리카의 싱싱함을 보여주고자 배우들이 역동적으로 춤을 추며 등장한다. 가난하고 병든 이미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싱싱하고 살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박성환 “극 중 로다가 총에 맞아 사망한 다음에 기도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 부분이 짜릿하다. 이 신부가 작사, 작곡한 노래인 만큼 그가 하늘에서 이 노래를 편안히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과 같이 노래를 부를 때도 하나가 되는 느낌이라 참 좋아한다.” 크리스조 “이태석 신부가 직접 만든 곡 ‘묵상’은 단순히 노래로만 부르는 게 아니라 연기도 필요로 한다. 마음으로 노래하고 연기하기에 스스로가 먼저 감동을 받는다. 그 장면만큼은 이태석 신부의 마음으로 임하려고 하고 있다.” 전재홍 “‘묵상’은 ‘울지마 톤즈’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이태석 신부가 만든 ‘둥근해’는 편곡이 많이 됐다. 아프리카 느낌도 많이 들어갔다. 극에 등장하는 산티노의 실존 인물이 리허설을 보더니 ‘실제 이태석 신부와 나무 아래 모여서 기도했던 일이 생각났다’는 했다. 그간의 고생이 싹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 뮤지컬 주요 관람층이 20~30대 여성인데 어떻게 공략하려는가? 방 연출 “충분히 보완과 수정을 할 것이다. 1막에서 이태석 신부는 굉장히 밝고 코믹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표현됐으면 한다. 2막에서 본인은 아프지만 그래도 굉장히 행복하고 밝은 느낌을 전해주는 모습으로 바꾸고 싶다. ‘울지마 톤즈’는 아이들부터 중장년까지 관객층이 풍부하다고 생각한다. 쇼적인 화려함은 없지만 따뜻함과 감동이 있기에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다. 또 주역 3인방의 외모가 수려하다. 나름 비주얼 캐스팅 아닌가.” - 무대 장치가 단순하고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는데…. 방 연출 “무대에 내내 등장하는 망고나무는 이태석 신부가 톤즈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심은 나무의 상징이다. 그 안에 희망과 슬픔이 담겨 있다. 2막에선 나무 기둥이 사라지기도 하고 조명도 들어오는 등 많이 변화한다. 무대 활용을 할 수 있는 공간선이 많지 않아 입체적이진 않지만 단면 무대에서 연극적인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꼭 화려한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배우와 관객의 호흡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들을 고민했다.” -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방 연출 “기술적인 부분보다 인류애적인 메시지를 봐줬으면 한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급하게 살다보니 그런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어린 아이부터 70, 80대 어르신까지 함께할 수 있는 공연이 됐으면 한다.” 전재홍 “다큐멘터리와 영화에서 사람들이 이태석 신부를 찾는 애절함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면 뮤지컬에서는 이 신부의 삶을 볼 수 있다. 이 신부를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다면 어떤 식으로 살았는지 조금은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박성환 “이태석 신부가 훌륭한 성직자이자 의사, 건축가, 음악가였기에 한 가지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색깔을 가지고 연기할 수 있어서 좋다.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안 봤더라도 충분히 교훈을 줄 수 있는 작품이다.” 크리스조 “사랑과 평화, 나눔엔 종교가 필요 없다. 따뜻한 마음과 사랑으로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다. 연기를 하면서 정말 눈물 흘릴 수밖에 없는 감동의 순간들이 많았다. 그런 감동을 함께 하고 싶다.” 제목이 ‘울지마 톤즈’이지만 누구보다 많이 울었다는 이들의 감동적인 스토리는 서울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에서 7월 15일까지 펼쳐진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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