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는 우리의 몸을 지키는 생체방어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기능을 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코가 막히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고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다른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코와 관련된 다양한 질환을 알아보자. 비중격 만곡증 좌우 코를 가르는 콧속 중앙부의 반듯한 벽인 비중격이 휘어진 것을 비중격 만곡증이라 한다. 외상이나 장기간의 후천적인 변형, 선천성 변형 등으로 생길 수 있다. 대개 어느 정도의 만곡은 갖고 있기 때문에 증상이 없거나 일상생활이 불편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비중격 만곡증은 심한 정도에 따라서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주된 증상은 코막힘이며, 두통이나 편두통, 비출혈, 두중감(머리가 무거움), 수면장애, 기억력 감퇴, 주의산만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비중격 만곡증이 있더라도 불편한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다. 그러나 여러 증상이 있어 불편함을 느끼거나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비점막 혈관 수축제 같은 약물치료 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로는 비중격 교정술을 시행하게 되는데 휘어 있는 비중격의 뼈와 연골을 바르게 펴주는 방법이다. 이비인후과에서 시행하는 수술 중 비교적 간단한 수술에 속하며 대부분 콧구멍을 통해 수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외부적으로 흉터가 남지 않는다. 비후성 비염이 동반된 경우가 많으며 이럴 때 비후성 비염의 수술을 병행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비출혈(코피) 코피는 비강의 혈류량이 풍부하므로 다양한 자극으로 발생할 수 있다. 코피는 비출혈이라고 부르며 대개 콧구멍의 좌우를 나누는 비중격의 전방 부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비강에서 가장 좁은 부위로 숨을 들이쉴 때 공기가 소용돌이치는 와류를 형성해 점막 자극이 많고 비중격의 점막이 매우 약한데다가 많은 혈관이 교차해 혈류량이 풍부한 부위이기 때문이다. 이 부위를 흔히 키젤바흐 부위(Kiesselbachs Area)라고 부르며 특히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후비다가 자극하기 아주 쉬운 곳에 있다. 비출혈의 원인은 크게 국소적 원인과 전신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국소적 원인으로는 기계적 외상, 비중격 만곡증, 염증, 저온 또는 건조한 환경 등이 있고 전신적 원인으로는 노화에 따른 혈관 벽의 변화, 고혈압, 혈액 응고장애, 약물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인 치료로는 콧방울 양쪽의 말랑말랑한 부위를 엄지와 검지로 잡고 10분 정도 꽉 누르는 것이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이다. 일반적인 치료로 해결되지 않거나 자주 반복되는 코피는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코골이는 수면 중 호흡 기류가 여러 원인으로 좁아진 인두 기도를 통과하면서 생긴 기압차 때문에 이완된 연구개와 목젖, 주위 구조물들이 진동해 생기는 호흡 잡음을 말한다. 비만이 중요한 원인이지만 그 외에도 비염, 비중격 만곡증, 아데노이드 비대증, 편도 비대증, 늘어진 연구개와 목젖, 좁아진 하인두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생길 수 있다. 단순히 코를 고는 것 자체는 심각한 질환이 아니지만, 심하게 코를 골다가 갑자기 숨을 쉬지 않는 수면 무호흡증이 있다면 심각할 수 있다. 길게는 수십 초씩 숨을 멈추는 때도 있고 그 결과 체내에 산소가 부족한 저산소증이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각종 심혈관계 부작용과 기관 손상을 가져올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수명을 단축하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 요즘에는 집에서 스스로 수면검사를 할 수 있는 장비가 개발돼 있어 간단하게 수면 무호흡증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치료는 보존적 치료, 약물치료를 통한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다. 비수술적 치료에는 체중 감소를 위한 규칙적인 운동, 수면 시 자세의 변화, 약물치료, 지속성 비강기도양압술, 구강 내 장치 등이 있다. 수술적 치료는 보존적 치료법으로 호전되지 않거나 기도 폐쇄 등의 해부학적인 문제가 있으면 고려할 수 있으며 비강과 인두부의 이상을 교정하는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계절에 증상이 심해지는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과 연중 증상이 지속되는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꽃가루나 곰팡이 항원 등과 같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이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이다. 집먼지 진드기, 동물의 털, 바퀴벌레 같은 실내 항원은 통년성 알레르기 비염의 원인이 된다. 알레르기 비염은 다양한 증상들을 유발할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코막힘, 재채기, 수양성 비루(맑은 콧물), 가려움증의 4대 증상을 보인다. 재채기와 수양성 비루는 보통 아침에 심했다가 오후에 감소하며 가려움증은 코뿐만 아니라 눈, 목, 귀 등에도 발생하기도 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가족력, 주거 환경에 대한 자세한 문진, 비강의 내시경 검사와 피부반응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는 치료에는 환경 요법, 약물 요법, 면역 요법, 수술 요법 등이 있다. 가장 쉽게 시행할 수 있는 것은 환경 요법으로 증상 발생의 원인이 되는 알레르기 항원을 차단해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검사를 통해 본인의 알레르기 항원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두는 것이 좋다. 약물 치료의 대표로는 항히스타민제가 있다. 눈의 가려움증이 심한 경우 안용액을 눈에 넣어주기도 한다. 수술적 치료 방법으로는 레이저나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해 비강 점막을 응고시켜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는 방법이 있으며 주로 코막힘 증상에 대한 효과가 우수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의 재발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적절한 예방이나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비용과 부비동염(축농증) 비강 내에 생기는 물혹을 일컬어 비용이라도 한다. 이렇게 비강 내에 물혹이 생기면 물혹과 그 때문인 만성적인 축농증으로 불편감을 호소할 수 있다. 비용은 코 안에서 발견되는 부종성 조직으로 크기가 작은 경우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크면 비 폐색, 후비루, 두통, 코골이 등의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또 비용이 부비동의 환기를 막으면 축농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코 주위의 얼굴 뼛속에 있는 공간인 부비동은 작은 구멍(자연공)을 통해 콧속과 연결돼 있고, 이를 통해 부비동 내의 공기의 환기 및 분비물의 배설이 이뤄진다. 다발성 비용을 동반한 만성 부비동염 또는 약물 용법이 듣지 않는 비용에는 수술적 치료가 가장 좋다. 비용의 악성화 가능성도 있으므로 수술을 통한 조직검사가 필요한 때도 있다. 부비동염(축농증)이란 자연공이 막혀서 부비동이 제대로 환기 및 배설되지 않아 이차적으로 부비도에 염증이 발생하고, 농성 분비물이 고이면서 염증이 심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질병의 기간이 4주 미만일 경우에는 급성 부비동염,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만성 부비동염으로 정의한다. 급성 부비동염은 대개 감기의 후기 합병증으로 발생한다. 만성 부비동염은 급성 부비동염이 적절히 치료되지 않거나 급성 염증이 반복되면 생긴다. 구조적 또는 생리적인 이상이 생겨 부비동 분비물이 잘 배설되지 않으면 세균 감염 및 염증이 발생해 점막이 붓고, 이는 부비동의 자연공을 더욱 폐쇄해 증상의 악순환을 가져온다. 부비동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급성 부비동염 증상이 있다면 적절한 치료를 통해 만성으로 이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김현직·김경수 중앙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