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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색깔을 비벼요”

색약이면서 컬러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작가 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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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3호 김대희⁄ 2012.07.16 15:20:44

“하나의 음식을 만들 때 서로 같은 재료를 써서 만들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와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 엉망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죠. 그림도 마찬가지에요. 물론 재료의 차이도 있지만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있는 음식, 멋있는 그림이 나오는 것 같아요.” 작가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산타는 미술이나 음식이나 모두 사람이 만드는 만큼 정성이 담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거리의 예술로 불리는 그래피티를 먼저 시작했지만 컴퓨터 그래픽에도 관심이 많아 이 두 가지를 조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프린트한 토대 위에 덧칠하고 물감을 뿌린다. 컴퓨터 그래픽의 깔끔함과 그래피티의 거친 느낌이 하나 된 작품을 그는 선보였다. 한 가지만 고집하지 않는 그는 다양한 작업은 여러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작가보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서 로고나 웹사이트 디자인도 하고 있어요. 한 가지를 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를 하고자 하는데 이런 경험들이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죠. 정해진 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있어요. 그래서 캔버스를 벗어난 작업을 많이 하고 싶어요. 그림을 그린다면 보통 캔버스를 떠올리지만 사실 어디에도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비빔밥 중에서도 그는 명란젓 한입비빔밥과 매치가 됐다. 명란젓은 명태의 알을 소금에 절인 것으로, 동해안의 명물 젓갈이다. 뇌와 신경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작용도 하고 피로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깊은 맛이 느껴지는 명란젓은 소리 없이 잔잔한 웃음을 주는 산타 작가와 비슷한 면이 있다. 그는 음식 중에서 탕수육을 좋아한다고 했다. 달콤하면서도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는 음식 중 하나라고 했다. “어린 시절 탕수육은 정말 고급 음식이었죠. 지금과 달리 쉽게 먹을 수 없었으니까요. 사람들은 어른이 되면서 어린 시절 기억들을 잊고 살아요. 커가면서 점점 계산적이 되기도 하고요. 탕수육은 어린 시절 순수했던 추억을 떠올려주기도 하는, 그래서 지금도 좋아하는 음식이에요.”

그는 작업을 할 때 원색 계열을 많이 쓴다. 그래서 탁하면서도 밝은 느낌의 색이 주를 이룬다. 이처럼 원색 위주의 색을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사실 그는 ‘적록 색약’이라고 한다. 녹색과 붉은색에 대한 색채 감각이 없단 얘기다. 그런데 어떻게 이처럼 그릴 수 있을까? 그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그래피티를 해왔다. 컴퓨터는 숫자로 색을 구별한다. 그래피티에 쓰이는 스프레이 락커통 또한 숫자로 색을 표시한다. 이처럼 색을 숫자로 구별할 수 있기에 색약임에도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 이면에는 그만큼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의미다. 앞으로 작가 겸 디자이너로 어느 하나에 고집하지 않고 다방면의 작업을 하고 싶다는 그는, 다양한 재료가 섞여 비빔밥이 되고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듯이,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비벼 쏟아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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