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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 먹으라고 ‘밥’ 글자에 밥공기가 이미 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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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3호 김대희⁄ 2012.07.16 15:20:20

우리 음식, 그 중에서도 비빔밥을 주제로 하는 ‘비빔밥 아트’ 전시회가 열렸다. 서로 다른 식재료가 하나가 되어 새로운 맛을 내는 비빔밥에서 대중소비 사회의 획일화를 돌이켜보고, 비빔밥의 정신적 요소인 조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예술로 보여주자는 전시회다. 참여 작가들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미술과 음식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글 중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글자가 바로 ‘밥’이에요. ‘ㅂ’은 밥그릇처럼 생겼는데 이러한 밥그릇이 밥이라는 글자에는 2개나 있기 때문이죠. 또한 각 단어들이 실제 사물과 많이 닮아 있어요. 한 예로 ‘칼’이라는 단어는 왠지 억양부터 날카롭게 들리잖아요? 단어와 사물이 잘 맞아떨어져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한글은 달라집니다.” 캘리그래퍼인 강병인 작가는 서예와 디자인을 접목시킨 캘리그래피를 통해 한글이 가진 글꼴의 예술성과 우리말의 의미와 소리, 쓰임의 매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한글 디자인 영역을 한층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또한 단순히 글씨를 씀에 그치지 않고 한글 글꼴의 ‘의미적 상형성’이라는 자신만의 새로운 해석을 더해 글자 하나하나에 다양한 이야기와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한글 글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참이슬’ ‘산사춘’ ‘춘희’ 등의 제품 로고와 ‘의형제’ ‘대왕세종’ ‘엄마가 뿔났다’ 등의 영화와 드라마 타이틀, ‘동대문구’ ‘중구’ 등의 서울시 지자체 CI 등이 있다.

참이슬, 산사춘의 글씨체가 그의 작품 캘리그래피는 말 그대로 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것을 말한다. 필기체, 필적, 서법 등의 뜻으로 좁게는 서예를 가리키고 넓게는 활자 이외의 서체(書體)를 뜻하는 말이다. 어원은 손으로 그린 그림문자라는 뜻이다. 서양에서는 동양의 서예와는 달리 손으로 문자를 아름답고 고상하며 멋있게 쓰는 것을 말하기에 동양의 서예와는 조금 다르다. “최근 예술이 다양한 장르와의 융합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어요. 글씨도 꼭 평면으로 존재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며 다른 장르와의 만남으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고 있었어요. 그때 때마침 비빔밥을 주제로 작업을 하게 됐죠. 그래서 글씨를 비벼보자고 생각했고 그냥 입체가 아닌 3차원적으로 하기 위해 얇은 쇠로 글자를 만들고 꺾어봤어요. 비빔밥 재료인 글자를 만들고 비벼본 거죠. 평소와 다르게 비틀고 뒤집어 봤는데 그러자 글자들을 위에서, 옆에서, 아래서 볼 수 있어요.” 전시에서 그는 오이숙채 한입비빔밥과 짝을 이뤘다. 때마침 그가 오이채라는 글자를 만들었는데 음식마저 오이로 만들어지는 우연함이 벌어졌다. 음식에서 오이가 재료로 쓰인 반면 그의 작업에선 글자가 재료다.

무엇과 섞여도,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 한글이 딱 비빔밥과도 같다는 그는,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술을 즐겨 마신다고 했다. 술자리에서는 사람들과 섞이고 많은 생각과 다른 문화가 섞이며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라고. 우리 고유의 음식이 좋은데 점점 서구식으로 퓨전화되는 게 아쉽다는 그는 “우리 고유의 맛을 지키며 함께 공존하고 발전시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글 디자인이 다양한 상품으로 발전하도록 고민하고 좋은 작품으로 널리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아직은 한글 상품시장이 열악하다며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재미있고 부드럽게 소통하고자 하는 그는 관람객과 아이들이 한글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주고 싶다며 한글 글꼴의 아름다운 가치를 찾고 글꼴의 다양성, 자유로움, 글의 의미를 잘 담아내기 위한 캘리그래피의 역할을 꾸준히 이어가고 넓혀하기 오늘도 글자를 비빈다.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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