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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민 건강 칼럼]고마운 사람과 닮은 나무 찾기

산림치유 프로그램으로 우울증↘ 삶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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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4호 박현준⁄ 2012.07.23 11:34:16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건강은 인체 내부에 있는 자연과 외부 자연과의 조화로 이루어지며, 질병은 그 반대 상태인 부조화로 생기는 것”이라 했다. 우리는 누구나 자연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진다. 아마도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인류로 진화한 뒤 500만 년의 세월 대부분을 자연 속에서 생활했다는 사실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인간과 자연은 가치관의 기초를 만들어내는 유전자 수준에 따라 선천적으로 동조하므로 자연과 마주친 순간 인간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며 이완된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도심 속 바쁜 일상과 과도한 업무가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자연을 벗어나 인공적인 환경 속에서 피로의 연속과 지친 심신 때문에 여유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자연이 건강에 좋다고 알고는 있지만, 휴일에 근처 공원이나 숲으로 소풍을 나가는 것도 선뜻 나서지지 않는다. 숲은 사람의 오감을 자극하는 수많은 요소들을 갖고 있다. 인위적인 환경에 적응돼 있는 현대인들은 잃어버린 오감을 숲의 햇빛, 향기, 소리, 감촉 등의 요소를 접목한 자연 활동을 통하여 회복할 수 있다. 또한 오감이 회복됨으로써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심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아울러 다양한 생명체가 조화롭게 존재하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자존감 회복이나 친밀감 형성 등 사회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 또한 숲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몸에 이로울 수 있으나, 스트레스가 과하거나 장기화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불안과 초조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 만성피로, 만성두통,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2004년 일본에서 신체가 건강한 남자 대학생 12명을 대상으로 숲과 도시에서의 스트레스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숲 속에서 산책할 때와, 도시의 경관을 바라볼 때 코르티솔의 농도 변화를 측정한 결과, 타액 중 코르티솔의 농도는 도시 경관을 바라보고 있을 때 보다 숲 속에서 경관을 감상할 때 낮게 나타났다.

현재 국내 정부기관 및 연구기관에서는 이러한 산림의 이로운 기능들을 이용한 산림치유 프로그램과 산림치유 효과 규명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의 대상은 장애인, 독거노인, 정신질환자, ADHD 아동, 알코올중독자, 한부모 자녀, 인터넷 중독자, 직장인 등으로 다양하다. 주로 심리적·생리적 문제 개선을 위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삶의 활력, 삶의 만족도, 우울감, 자존감, 스트레스 등의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숲속에서 명상하고 걷고,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의 이름을 적어 숲속에 묻고, 고마웠던 그 사람을 닮은 나무를 찾아 감사를 전달하니… 서울백병원 정신과는 산림치유의 임상학적 효과를 규명하고자 산림청 및 국립산림과학원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백병원 정신과가 우울증 환자에 대해 산림치유 프로그램의 효과를 점검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우울증으로 외래진료 중인 환자 18명에게 서울의 수목원에서 4주 동안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프로그램 전·후의 우울증 정도와 삶의 질을 비교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숲속 명상, 숲속 산책, 자신을 힘들게 했던 일을 나무판에 적어서 숲에 묻기, 자신에게 고마웠던 사람과 닮은 나무를 찾아 고마운 사람이라 생각하고 감사의 마음 전하기 등 숲과 교감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우울증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 결과, 참가자들의 우울증 정도(HRSD, BDI)가 참가 전과 비교했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아졌으며, 삶의 질(SF-36)은 유의하게 높아졌다. 다른 국내 대학이 발표한 불안감과 우울감에 미치는 숲의 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봄철과 가을철에 각각 진행된 2박 3일간의 산림 치유 프로그램이 참여자들의 불안감과 우울감 수준을 매우 큰 폭으로 낮췄다. 숲에서의 활동이 이처럼 우울감과 불안감을 줄여주는 이유는 산림이 가진 환경적 자극 효과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생활 환경과 숲속 환경이 다름으로써 얻어지는 자극의 효과인 것이다. 인간에게 많은 심리적·육체적 위협과 스트레스 자극을 주는 도시 환경과 달리, 숲속 환경은 낮은 인구밀도, 낮은 소음과 움직임 그리고 낮은 변화율을 갖고 있다. 숲의 이런 특징이 불안감과 우울감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숲은 우리의 건강을 유지시키고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일상이 바쁘더라도 가까운 공원이나 숲을 찾아보는 것은 건강과 여유를 찾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임을 알 수 있다. - 우종민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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