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보장 책임을 명시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법률이나 제도적인 이유로 국민연금 급여를 기금으로 충당할 수 없을 때 국가가 이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이 제출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3년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김 의원은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안ㆍ불신이 있는 만큼 국민연금 지급보장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명문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에 앞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기금운용공사로 상설 독립화하는 것과 국민연금의 투자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의무적으로 행사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그의 법안 제출은 ‘재벌개혁론’으로도 불린다. 김 의원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왜 법안을 발의하게 된 걸까? - 최근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어떤 내용인지? “국민연금에 대한 주위를 환기시키기 위해 세 번에 걸쳐 개정안을 냈다. 첫 번째는 국민연금의 투자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의무화하자는 거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에서 보유하고 있는 상장회사 지분은 굉장히 많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오는 2017년까지 국민연금 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산 배분안을 의결했다. 국민연금 총자산은 350조 원이 넘는다. 하지만 앞으로 점점 줄어들 거다. 국민연금이 시행됐을 때는 돈을 내는 사람은 많고, 국민연금을 받아가는 사람은 적은 구조였다. 그러나 2030년이 넘어가면 국민연금은 줄어들고 2050년이 넘어가면 거의 제로에 가까이 가게 되는 상황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잘 운용해서 수익성과 건전성을 높이고 국민연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350조 원이면 1년 정부 예산 이상이다. 이것을 주식에 투자하면 상장회사의 막대한 지분을 소유할 수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주식을 소유하면서도 ‘재무적 투자자’에 머물러 단순히 주식만 사놓고 권리 행사를 안 한다는 거다. 우리나라의 상장회사는 배당금이 쥐꼬리만큼 적다. 주식을 가진 주주의 권리를 제대로 인정 안 해주는 문제도 있다. 예컨대 상장회사 중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가는 회사들은 오너들이 지주회사 지분만 갖고 있으면 나머지 계열사들에 대해 뭐든 자기들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주회사의 지분만 갖고 있으면 지주회사가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행사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주주 입장에서는 계열사의 주식 가격은 일부 떨어져도 상관이 없다. 국민연금공단은 배당 받는 것도 적고, 주주로서의 권한 행사도 적다.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이 주식을 팔 수가 없다는 거다. 때문에 거대한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손 털고 나오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국민연금은 최소 30년 이상씩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지금처럼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결국 대주주가 멋대로 회사를 운영하다가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일감 몰아주기 같은 것이 그렇다. 말이 좋아 일감 몰아주기지, 회사 가치를 손상시키는 불법 행위다. 예를 들어 복사지를 1만 원에 살 수 있는데 친인척에게 회사를 설립하도록 하고 2만 원에 납품하게 시킨다면 회사의 가치는 손상된다. 이런 부도덕한 행위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다면 이는 회사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국민연금의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자는 거다.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으면 이사 선임권 등 여러 가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직접적인 권한 행사를 통해 재벌의 방만한 경영, 재벌이 주주가치를 침해하는 것에 대해 국민연금이 주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해 달라, 그래야만 국민연금의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법안의 취지다. 두 번째는 그렇게 주주권 행사를 하라고 하니까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같은 기업주 단체에서 ‘국민연금 이사장은 정치권에서 임명하는 것이니까 결국 국민 돈 갖고 정치권에서 기업경영에 참여하려는 것이다. 즉 연금사회주의다’라고 비판을 한다. 지금 상태에서 국민연금공단에서 주주권 행사를 함부로 한다면 그런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를 막으려면 연금의 별도 운용주체, 즉 주식투자를 한다거나 주주권 행사를 하는 관리주체를 연금관리공사 등으로 신설해 권한 행사를 맡기면 된다. 대신 연금관리공사는 완전히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전문가 위주로 구성하는 거다. 연금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법도 있다. 세 번째는 많은 국민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과 관련이 있다. 연금을 내놓고 나중에 못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그래서 이것을 국가가 최종 보증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 놓자는 거다. 국가가 최종 지급 책임을 지도록 했을 때 국민연금이 망했다는 것은 결국 국가가 망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 세 가지 법안을 최근에 내놓았다.” “담합으로 걸린 대기업들이 얼마 있다 또 뻔뻔스럽게 걸린다. 담합 등에 대한 수사권을 공정위에만 맡겨놓지 말고 검찰이 직접 하도록 해 공정경쟁 질서 바로세워야” - 연기금이 주주권을 의무적으로 행사하도록 하자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사실상 재벌개혁론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재벌이든 뭐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주식의 가치를 손상시키는 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기업이나 재벌의 경영권을 부당하게 간섭할 이유가 없다. 그럴 수 있는 인센티브도 없다. 지금처럼 재벌이 방만하게 경영하면서 사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심지어 전술가를 동원해 회사 자금을 몰래 빼내 선물투자 등을 하는 이런 비합리적인 행위만 하지 않으면 된다.” - 국민연금법 외에 전속고발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 대한 설명해준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우리나라 경제 질서를 유지하고 자본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여러 역할을 제대로 하면 괜찮다. 그런데 이번에 보면 4대강 사업 담합행위를 고발도 안하고 과징금도 대폭 깎아줬다. 이렇게 해서 끝내버리면 누가 겁을 내겠나. 그 업체들은 지난번에도 담합했던 곳들이다. 그때 공정위에 적발되고 이번에 또 걸렸다. 겁을 안 낸다는 얘기다. 미국에서는 담합하면 회사 자체를 문 닫게 만든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골목경제까지 침범하는 탐욕을 갖고 있다. 때문에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에 대한 강한 의심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전속고발제를 폐지해야 한다. 담합입찰 행위에 대해선 검찰에서 수사해서 처벌하게 해야지, 공정위가 중간에 가로막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예전 지방에서 검사로 있을 때 4개 업체가 의약품 2억 원 어치 납품과 관련해 담합입찰한 것을 적발한 적이 있다. 전부 구속했는데 이거는 2억 원도 아니고 2천 억, 3천 억 이런 공사를 담합한 거다. 그거를 봐준다면 말이 되나. 법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 담합 이유는 공사 금액을 높이기 위해서다. 경쟁하면 입찰 가격이 떨어지니 경쟁하지 않고 끼리끼리 담합해서 공사 금액을 높이려는 거다. 국가 경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선량한 제3자들에게 손해를 끼치며, 결국 국민세금을 빼 먹는 행동이다. 이런 것들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 -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