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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준희 교수의 메디컬 40년 에세이]세살 버릇 여든 간다니 여든 꼭 넘겨보자

자장면 곱빼기 한 입에 해치우는 내 버릇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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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7호 박현준⁄ 2012.08.13 11:55:53

옛날부터 밥은 오래 씹어서 먹어야 건강에 좋다는 말이 있다. 30~4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식사문화는 ‘많이 드세요, 천천히’였다. 그런데 우리 집안은 성미가 매우 급하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급한 걸로 따지면 1, 2위를 다툴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어머니가 처음 시집을 오셔서 식사를 하시는데 밥상을 드리고 물 한 그릇을 가지러 갖다 오시면 아버지가 벌써 수저를 놓을 정도여서 어머니는 항상 혼자서 따로 식사를 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당신도 함께 빨라져 갔다고 하시며 웃으신다. 문제는 40대부터 소화 장애가 심해져 한 달에 4~5일씩 주기적으로 복통, 구토에 시달리신 데는 그런 연유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머니는 상당히 소식을 하셨다. 매일 소화가 안 되기 때문인데 밥은 한 숟가락 정도에 김치 조금…. 어떻게 살아가실까 걱정될 정도였고 실제로 아버지나 주위 분들은 어머니가 얼마 못사실 것이라고 걱정을 했다. 그러나 지금 그렇게 걱정하시던 분들이 모두 이승을 하직하셨는데도 어머니는 90세로 정정하신 것을 보면 소식하는 사람이 장수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 집에 손님이 오면 식사를 제대로 다하지 못한다. 주인들이 2~3분 만에 뚝딱 해치우기 때문에 손님이 오래 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캐나다에 가 있는 내 고등학교 동기가 우리 집에서 몇 달을 지낸 일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 식구들의 식사 속도에 맞추다 보니 한 달이 지나고 심한 소화 불량에 걸렸다. 그는 그 후 따로 식사를 했는데 밥알을 세면서 씹어 먹어 겨우 소화 불량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우리 가족 중에서도 특히 내 식사 속도는 단연 발군이다. 어린 시절 대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으면 가운데 먹을 만한 반찬을 번개같이 입에다 넣어버리는데 매일 아침 듣는 소리가 “야, 안 뺏으니 좀 천천히 먹어라”였다. 나는 중학교 시절 농구를 했는데 그 당시는 이상하게도 운동 중에 물을 마시면 땀이 많이 나서 안 되고 식사를 하면 몸이 늘어져서 안 된다고 했다. 그러니 연습을 할 때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배가 고파졌다. 쉬는 시간은 5분 정도였는데, 그 사이에 학교 담을 넘어 자장면 집에서 자장면 곱빼기를 20초 사이에 뚝딱하고 돌아와 소금으로 입을 닦아 냄새제거를 하고 운동을 했던 시절도 있었다. 내가 식사를 더욱 빨리 하게 된 요소다. 성질 급한 우리 집에 시집온 어머니, 묵으러 온 내 친구가 모두 ‘초급속 식사’에 맞추려다 심각한 소화불량에 걸렸으니… 요즈음은 다소 느려진 것 같지만 역시 빠르다. 집에서는 그렇게 빨리 먹어도 소화가 되냐고 하는데 나는 그때마다 “빨리 먹으니까 먹은 것이 전부 소화가 되지 않아 쓸데없는 살이 찌지 않는 거야”라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나이가 들면서 당뇨가 생겼고 이 때문에 식사의 양을 줄였다. 과거에는 밥을 한 번에 최소한 한 그릇 반 정도는 먹어야 만족했었는데 이제는 반 공기 정도만 먹는다. 식사량을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의 위가 평소에 식사량을 기억하고 있어 적게 먹으면 부족하다는 신호로 배고픔 증세를 보인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 위는 적게 먹는 것을 인식(많이 먹을 때보다 실제로 위가 줄어든다고도 한다)해 만족한 상태로 있게 된다. 식사의 속도도 천천히 해야 하는데 이게 좀처럼 시행되지를 않는다. 집사람이 좀 천천히 들라고 하면 나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내가 씹지도 않고 삼키니까 음식이 모두 흡수되지 않아서 당뇨가 있는 내게 더욱 좋은 것이다”라고. 이게 핑계가 되나?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어릴 때 버릇은 여든까지 간다고 하니 내가 이 버릇을 고치려면 여든 살 넘어까지 살아야 할 것 같다. 비코파 방에서 쏟아져나온 코파 “난 코 안 골아”를 믿을 수 없는 이유 한 20년 쯤 전으로 기억된다. 한 TV 방송국에서 방영된 ‘코파 비코파’라는 제목의 스토리가 있었다. 얘기는 회사 직원들이 단체로 온천장에 가는 데서 시작된다. 방은 2개 뿐. 그래서 서로 편히 잠을 자기 위해 코를 고는 사람들과 안 고는 사람들로 파를 나눠 따로 잔다. 한밤중이 되자 비코파(코를 안 고는 사람들) 방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코를 안 곤다는 사람들의 방에서 코 고는 소리가 진동을 하니…. 자신은 코를 안 곤다고 생각해도 대부분이 코를 골고, 코를 안 골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코를 골게 된다는 얘기였다. 내가 조교수 때 교수님 세 분과 일본 소아심장학회에 참석했던 적이 있다. 한 방을 두 사람씩 사용했는데 하루가 지난 뒤 다른 방 교수님이 “설 선생, 나 어제 한 잠도 못 잤는데…. 옆에 이 교수가 코를 무지하게 골아” 하신다. 그런데 학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 방에서 함께 주무신 이 교수님은 내게 “옆에서 자는 교수가 이를 갈아 뜬 눈으로 밤을 샜다”고 한탄하신다. 나는 함께 저녁 먹는 자리에서 “한 분은 코 고시는 것 때문에, 다른 한 분은 이 가시는 것 때문에 한잠도 못 주무셨다는데 이게 가능합니까?” 하고 물어 웃고 넘긴 일이 있다. 코를 심하게 골다가 무호흡 증세가 와서 사망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다. 이 경우는 코를 골기 시작한 뒤 “큭, 큭” 하면서 차차 소리가 커지고 마지막에 “큭!” 하면서 최대의 잡음을 낸 뒤 소리가 없어지고 무호흡 상태가 된다. 따라서 수술을 해 코고는 정도를 약화시키는 경우도 매우 많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 선배가 코를 골면, 주위 사람에 따르면 방문이 덜덜덜 울린다고 했다. 의사인 부인이 함께 자기 힘들어 옆방에서 자곤 했는데 가끔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나지 않아 들어가 보면 한참 숨을 안 쉬는 경우를 종종 봐 두 차례나 수술을 했는데도 여전하단다. 이 선배, 하루는 한국에서 온 친구와 한 방에서 자게 됐는데 새벽에 눈을 떠보니 그 친구가 불을 켜놓고 책을 읽고 있더라나…. 코고는 소리에 잠이 오지 않아 밤새도록 신문, 잡지 등을 들척였다는 소리. 사람들은 숨을 입과 코로 함께 쉬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호흡은 어떠한 경우에도 코로만 해야 한다. 코로 숨을 쉬어야 하는 이유는 ①코로 숨을 쉬어야 큰 호흡(복식호흡)이 되며 ②코로 들어가는 공기가 차면 약간 덥혀 줘 충격을 줄이고, 더군다나 공기에 섞인 잡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를 고는 사람을 보면 모두 입을 크게 벌리고 잔다. 이 경우 입을 막아주면 대부분 코고는 것을 멈추게 된다. 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코로만 숨을 쉬는 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입을 벌리고 콧소리를 내며 자는 어린아이의 입을 특수 테이프로 막아주는데 이를 계속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코를 고는 것은 옆 사람의 수면만 방해하는 게 아니고 코고는 사람 자신도 깊은 잠을 못 자게 만든다. 입을 벌리고 잠자기 때문에 입속이 마르게 되는 것이다. 코로 바르게 호흡하는 연습을 지속하면 코고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복식 호흡이 가능해 호흡에 관여하는 횡경막과 호흡 보조근육을 강화시켜 주는 이점이 있다. 걷기, 달리기 등 운동을 할 때도 규칙적인 복식 호흡은 운동의 효과를 배가시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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