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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준희 교수의 메디컬 40년 에세이]왕진 가방은 마음까지 치료해줬는데…

아무리 아파도 직접 병원 오게 하는 현재 시스템은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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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8호 박현준⁄ 2012.08.20 12:47:44

지금은 의사가 환자를 방문해 치료한다(왕진)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지만 내가 어렸던 시절만 해도 동네에 몸이 몹시 아파서 움직이기 힘들다는 환자가 있으면 의사들은 왕진 가방에 필요한 기구, 약품을 챙겨서 환자를 찾던 시절이 있었다. 나와 친형님이나 다름없는 사이인 김동건 아나운서가 10살 정도 때 6.25 전쟁이 일어나 부모님 그리고 동생과 함께 대구까지 피난을 갔다고 한다. 당시 피난민 행렬이 이어지던 대구에서 가까스로 집을 얻어 생활을 시작했는데 형님의 아버님께서는 생계를 위해 매일 일을 나가시곤 하셨다고 한다. 마침 아버님이 계시지 않는 사이에 갑자기 어머님이 심하게 병을 앓는 일이 생겼는데 어린 마음이지만 걱정된 형님은 동생에게 어머님을 돌보게 하고 병원을 찾아 헤매게 된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인 데다 전쟁 중에 병원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동안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 길을 다니다 눈에 띈 병원! 얼마나 반가웠는지 눈물이 절로 났다고 한다. 어느덧 해가 져가고 문이 닫힌 병원 문을 두드리자 나이가 지긋한 분이 문을 열고 나와 사연을 듣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왕진 가방을 챙겨 나오시며 앞장서라고 하는데, 정신없이 이 길 저 길 헤맨 뒤라서 집이 어느 방향인지조차 구별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를 눈치 챈 의사 분은 집 근처에 있는 건물, 상점 등의 특징을 물으시고는 그 근처를 아신다며 집 근처까지 와 겨우 집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어머니를 진찰하시고 약을 주신 뒤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가시려는 의사에게 조금만 더 계셔 주실 것을 부탁하자 그 의사 분은 몇 시간을 더 지켜보신 뒤 아무 일 없을 터이니 걱정 말고 무슨 일이 있으면 다시 오라고 약도까지 그려주면서 늦은 밤에 길을 나섰다는 것이다. 형님은 그때 의사분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형님도 커서 의사가 돼야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인생은 마음대로 되지 않아 방송인의 길을 가게 됐다고 하면서 몇 십 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을 했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형님의 목소리에서 나는 그 당시의 감동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김동건 아나운서가 겪은 ‘감동의 대구 의사’ 언제부턴가 의사가 환자를 찾아 진료를 해주는 일은 우리나라 대도시에서는 없어졌다. 더구나 환자가 의사를 찾아서 진료를 받는 것조차도 힘들어진 듯한 느낌이다. 의사는 환자 신체의 이상을 치료하는 동시에 마음도 함께 치료해줘야 한다. 어떤 의사들은 과학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면 되지, 어떻게 그들의 마음까지도 치료할 수 있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육체적인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의사는 절대적 존재로 보이며 그 의사의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야 한다. “정말 괜찮겠습니까?” “아무 일도 없을까요?” 라고 누누이 되묻는 환자들에게 의사의 한마디는 하나님의 목소리 이상으로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현실은 몸이 몹시 아파 생명이 위급한 사람도 어떤 방법으로든 병원을 스스로 찾아와야 한다. 종합병원 의사들은 왕진을 갈 수 있는 시스템이 돼 있지를 않기 때문이다. 주사와 약 등을 외부로 가져갈 수도 없고 의료보험도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의료보험을 시행하고 있는 정부나, 의사로서의 임무를 다해야 하는 의사들이나 모두가 무엇이 환자들을 진정으로 위한 길인가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의학을 과학으로만 여기는 의술만이 존재하는 안타까운 실정 속에서 왕진 가방과 함께 했던 인술이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토킹을 스토킹으로 갚은 의사 규정대로 불끄고 여자를 검사했는데 여자는… 길가에서, 지하철에서, 학교 교실에서 때와 장소, 연령을 가리지 않고 성추행 문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는 여성이 거짓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내가 미국에 가 있을 때 당시 산부인과 의사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여성을 진찰하기 위해 내진을 했는데 집으로 돌아간 여성이 의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를 해 의사가 패소하고 벌금을 낸 일이 있다고 한다. 그 일이 있는 뒤 의사들은 여성 환자를 볼 때 반드시 간호사를 입회시키고 진찰을 하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 요사이 남자들이 여성들에게 당하는 일도 많다. ‘꽃뱀’이 등장해 남성을 꼬셔 술집으로 데리고 간 뒤 술값을 바가지 씌우는 일도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하철 등에서 일부러 자극적인 자세를 취한 뒤 흥분한 남자가 이에 화답(?)을 하면 갑자기 돌변해 성추행을 했다고 항의해 당황하는 남성에게서 금품을 갈취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느 심리학자가 “남성들은 여성을 본능적으로 좋아한다. 어느 누구도 여성이 싫다, 나는 아니다는 말을 하는 것은 진심이 아니다. 다만 지성으로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하나님은 인간의 뇌를 음, 양이 합쳐지는 것을 기본으로 창조하신 듯하다. 심장내과에서 있었던 일이다. 심장초음파를 할 때는 불을 끄고 커튼을 친 뒤 젊은 여성 환자에게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그 여성이 돌아가서 초음파를 시행한 의사에게 전화를 해 “왜 그때 커튼을 치셨어요?” “왜 불을 끄셨어요?”라는 내용의 전화를 매일 했다고 한다. 이 담당의는 정신과 의사와 상의했는데 정신과 의사는 “매일 공중전화에서 그 여성에게 전화를 하고 받으면 바로 끊으라”는 권유를 했다는 것이다. 이 의사, 매일 여성에게 전화를 했는데 며칠이 지나자 소리 지르며 “누구냐, 왜 나를 괴롭히느냐”며 고통을 호소하더란다. 그 후부터는 담당 의사에게 오던 그 여성의 전화가 없어졌다고 한다. 아마도 그 여성도 매일 전화를 받고 스토킹을 당하는 괴로움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했다는데 참 믿기 힘든 씁쓸한 이야기다. -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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