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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경제독재’ 해체할 의지·능력 있는 쪽만 경제민주화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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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88호 심원섭⁄ 2012.08.20 12:51:16

여야 각 당과 대선주자들이 너나없이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있어 혼란을 주고 있다. 일반 유권자들이 “모두 비슷비슷한 것 아냐?”라는 혼동할 만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히 할 점이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가 생소하고 그 구체적인 방법론에 들어가면 복잡한 경제적 논의가 많지만, 아주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적을 바로 알면 되고, 경제민주화의 주적(主摘)은 ‘경제독재’라는 점이다. 한국인에게 정치민주화는 익숙하다. ‘타는 목마름으로’ 정치민주화를 추진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정치민주화의 주적은 정치독재였다. 부당한 정치적 절차를 통해 정치적 이권을 특정 세력이 독차지하는 게 정치독재다. 경제민주화도 마찬가지다. 부당한 경제적 절차를 통해 경제적 이권을 특정 세력이 독차지하는 게 경제독재이며, 경제독재를 없애자는 게 경제민주화다. 현재의 한국에서 경제독재를 하고 있는 것은 누구일까.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재벌이다. 그러나 경제독재의 주인공이 재벌만은 아니다. 국민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교묘하게 재벌 또는 외국자본에 유리한 조치를 내림으로써 막대한 이득을 현재 또는 장래에 몰래 취득하는 관료들도 경제독재의 주체다. 부자에 유리한 이론만 제시하는 교수들, 국민의 눈을 가리는 보도만 일삼는 언론도 경제독재의 한 축이다. 이렇게 ‘있는 자’만 경제독재의 주체인 것도 아니다.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에 다니면서 돈과 복지의 단 맛을 독차지하는 공기업 직원들도 경제독재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비정규직 차별을 방관함으로써 상대적 고수익을 실현하는 대기업 노조도 한 당사자다. 이렇게 볼 때 경제독재를 떠받치는 주역들은 모두 ‘이너서클’, 즉 경계선 안쪽의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한국 사회의 특징은 경계선 안쪽의 사람들은 1인당 GNP의 몇 배나 되는 달콤한 과실을 배부르게 맛보는 한편, 경계선 바깥쪽의 99%는 국제경쟁의 칼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경계선 안팎이 이렇게 다르니 경계선 안으로 들어가는 입장권인 ‘명문대 졸업장’을 따기 위한 경쟁이 목숨을 걸고 진행되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경계선을 깨는 게 경제민주화다. 따라서 자신이 경계선 안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경제민주화에 신경 안 써도 된다. 그러나 자신이 경계선 밖에 속한다면 어느 정치 진영이, 어느 후보가 경제독재를 깰 수 있을지를 유심히 봐야 한다. 어려운 말에 속을 필요가 없다. 기득권층을 누가 보호하고, 누가 기득권층에 맞설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는지만 보면 된다. “난 지금은 경계선 밖이지만 내가 또는 내 아들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경계선 안으로 들어갈 거야. 그러니 경계선을 굳이 지금 깰 필요는 없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99%가 고통을 당하면서도 특권층 옹호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이유가 바로 이런 계층 상승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를 하기에는 현재 한국의 상황이 너무 그악스럽다. 지금 경계선을 깨지 않으면 경계선은 영원히 굳어질 수도 있다. 경계선 밖의 사람이 안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0%로 고착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란 용어는 힘들지만 그 답은 간단하다. - 최영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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