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임선하 쇼온컴퍼니 대표, ‘맨땅에 헤딩’해 공연계 대세 된 당찬 그녀

“못하는 일 없어 즐겁다”

  •  

cnbnews 제291호 김금영⁄ 2012.09.12 08:44:20

“하고 싶다는 마음에 무작정 도전했죠. 정말 맨땅에 헤딩이었어요(웃음).” 임선하 쇼온컴퍼니 대표(35)가 인터뷰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내놓은 첫마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음식도 먹어봐야 알고 경험도 해봐야 안다. 누구나 아는 단순한 진리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임 대표는 이 말을 ‘맨땅에 헤딩’ 식으로 몸소 실천해온 장본인이다. 누구보다 공연에 대한 큰 열정을 불태우던 그녀가 2000년 공연계 문을 두드린 지 벌써 어언 10년이 넘었다. 임 대표는 수 십 편의 작품을 기획하고, 마케팅, 홍보, 프로듀서까지 넘나들며 뮤지컬 공연의 최전선을 책임져 왔다. 2007년에는 서울 광진구 시설관리공단의 나루아트센터에서 홍보팀장을 맡으면서 공연계 전반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고, 2009년엔 홍보마케팅 대행사 쇼온컴퍼니를 설립해 다양한 작품에서 활동했다.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밴디트’ ‘코요테어글리’ ‘모차르트 오페라 락’ 등 그녀의 손길을 거쳐 간 작품이 셀 수 없이 많다. 그 후 펜타브리드 문화마케팅 팀장으로 활동한 그녀는 올해 쇼온컴퍼니를 재설립해 현대극단과 손잡고 10월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공연할 뮤지컬 ‘부활-더 골든데이즈’의 총괄 기획을 맡았다. 이외에도 현재 서울 구로 나인스에비뉴에서 진행되는 체험전 ‘키즈팩’을 총괄 기획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숨 쉴 틈이 없겠다 생각되는데 서울 삼성동 소재 서울종합예술학교 강단에도 서서 학생들에게 ‘공연 음악’과 ‘기획서 작성법’을 주제로 강의까지 하고 있단다. 그래도 전혀 힘든 기색이 없다. 이는 그녀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30대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화려하게 도배된 수많은 이력과 견줄 정도로 또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많았던 것이 바로 도전이다. 그 도전의 시작은 대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클래식 작곡을 전공한 임 대표는 일찍부터 사람들이 감동 받을 수 있는 음악극을 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 와중 뮤지컬 ‘명성황후’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고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전공과 다소 동 떨어진 일이기도 했지만 두려움보다는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막연히 공연기획을 전공하고 싶다는 생각에 한 아카데미에 입학했어요. 친구들이 졸업 연주회를 준비할 때 저는 대전과 서울을 오가면서 학업과 공연기획 공부를 병행했죠. 그렇게 다양한 공연작품들을 보던 와중에 2000년 ‘록키호러쇼’란 뮤지컬에 흠뻑 빠졌어요. 그 작품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에 무작정 ‘록키호러쇼’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제 소개와 더불어 관계자 분들을 만나고 싶고, 일도 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기도 해요(웃음).”

그런데 이게 웬 걸, 정말 ‘록키호러쇼’ 측에서 전화가 왔고, 면접을 본 뒤 제작사의 기획 담당 인턴사원이 됐다. 음악을 전공한 덕분에 음향 효과음 작업도 함께 맡아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다소 생소한 그녀의 등장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무거운 음향 기계도 직접 나르고, 공연 현장에서 뛰면서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으로 익숙하게 다가갔다. 처음엔 TV에서 보던 스타가 눈 앞에 있다는 것에 놀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순간 임하는 작품에 매료됐다. 이는 그녀가 짧은 기간에 뮤지컬계에서 자리를 잡은 원동력이기도 하다고. “전 제가 맡은 작품에 대한 애착이 강했어요. 단순히 작품이 아닌 ‘내 자식’ ‘내 식구’라고 생각했죠. 하나의 문화 콘텐츠를 무형의 물건이나 상품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 대했습니다. 다소 엉뚱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 생각이 누구보다 더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고, 책임지고 끝까지 작품을 이끌어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된 것 같아요.” 이렇듯 작품 하나하나를 아꼈기에 모든 작품들이 기억에 남는다. 2004년 기획자로 참여했던 ‘천적지악마’는 기획자로서 아직 서툴 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줬다. 홍보마케팅 업무를 위해 주간지, 월간지 등에 나온 기사를 모조리 스크랩해서 공부하기도 했다. 공연에 대한 애착으로 일을 시작했으나 어설픈 것은 싫었기 때문. 그 뒤로도 꾸준히 공부를 했고 체계화된 기획안과 문서 작성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2006년 프로듀서를 맡았던 뮤지컬 ‘밴디트’ 앙코르 공연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힘들었지만 열정을 불태우게 해줬던 작품”이라고 임 대표는 웃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얗게 불태웠다”고, 20대부터 쉴 틈 없이 달려오기만 했으니 힘들다거나 쉬고 싶다는 투정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런데 임 대표는 또 새롭게 도전할 목표가 생겼다고 눈을 반짝였다. 그 목표를 갖게 해준 이들은 다름 아닌 학생들이다. 현재 서울종합예술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녀는 학생들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신나더니 표정부터 달라진다. “대중음악 공연기획-뮤지컬 기획-연예산업 기획 전공 학생들에게 기획서 작성법에 대해 가르치고 있어요. 3시간 강의인데 첫 강의 전에 굉장히 설레었어요. 제가 현장에서 경험한 실무 경험들을 잘 가르쳐주고 싶었죠. 특히 첫 강의를 다녀와서 받은 문자에 감동 받았어요.” 임 대표는 대뜸 핸드폰을 꺼내 직접 문자를 보여줬다. 그녀의 강의를 받은 학생들이 보낸 문자인데 공통적으로 ‘열정’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젊은 나이에 회사의 대표까지 맡아 자칫하면 나태해질 수 있었던 현 시점에 임 대표에게 또 자극이된 단어였다.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앞으로도 열정적인 강의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문자였는데, 예전에 제가 열정 하나로 ‘록키호러쇼’에 뛰어들었던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제게 좋은 자극을 줬습니다. 다시 한 번 열정을 불태우는 계기가 됐죠. 학생들을 가르칠 뿐 아니라 저 역시 많은 책을 찾아보면서 많은 공부가 되고 있어요. 밤을 새기도 하는데 힘들다기보다 아침에 강의하고 싶다는 생각에 저절로 웃음이 나기도 해요(웃음).” 기본적인 이론 공부는 물론이고 학생들에게도 공연 관람 기회를 제공해 현장을 직접 느끼게 할 계획이다. 실무를 중심으로 한 강의는 많지 않았던 게 한국의 현실이다. 임 대표는 앞으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을 사회에 나가서 실무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학생들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공연을 다양하게, 더 쉽게 전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공연계의 현실에 대해서도 짚어주고 싶다. 임 대표는 “뮤지컬이나 공연 무대의 화려함, 스타급 배우들을 보고 공연계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실을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술 분야이다 보니 일반 직장생활보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을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결코 아니라는 게 그녀의 말이다. “막연히 재미만을 기대하면서 일하려고 한다면 큰 코 다쳐요. 가끔 뮤지컬 기획자나 마케팅 담당자들이 마치 자신이 배우이고 예술인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 게 그러면 안 됩니다. 기획자가 중심을 잘 잡아줘야 공연이 잘 준비되고 진행됩니다. 무대에서 주인공은 배우이지만 기획자가 무조건 배우에게 맞춰주려고 해선 안 돼요. 공연은 배우, 스태프, 기획자 등 모든 관계가 한 명 한 명의 화합과 조화가 중요하거든요. 또한 뮤지컬과 공연계가 상당부분 깨어 있는 자유로운 사고를 필요로 하긴 하지만 책임감, 성실함, 시간 개념 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 공연계에 대한 바람 또한 잊지 않았다. 애정을 많이 쏟았던 분야인 만큼 하고 싶은 말도 많다. 지금은 공연 문화가 많이 대중화됐지만 예전엔 공연계가 너무 상업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됐고, 열정만큼 뒷받침되지 않는 공연계의 상황이 안타깝기도 했다. 앞으로는 우리나라 공연계에서 훌륭한 콘텐츠가 개발되길 바란다고 임 대표는 소신을 밝혔다. “너무 유행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떤 분야든지 유행이란 게 있고 유행을 잘 따라가는 게 성공 비결이기도 하죠. 하지만 뮤지컬은 유행을 따라가지 않아도 하나의 훌륭한 콘텐츠만 있다면 생명력을 얻을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뮤지컬계는 유행에 너무 민감해요. 지나치게 유행을 따르다보면 오히려 생명력이 짧아지거나 깊이가 없어질 수도 있죠. 하나의 콘텐츠, 하나의 색깔을 가진 뮤지컬 제작사 및 극단이 많이 생겨 활발히 활동했으면 합니다.” 청순하고 가녀린 첫인상과 달리 인터뷰를 끝내고 다시 바라본 임 대표의 얼굴은 자신감이 넘쳤고, 도전 의식과 열정이 묻어나 지치지 않는 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은 다르다”며 “절대 못 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임 대표의 모습에서 앞으로도 공연계에서 활약할 그녀의 행보를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김금영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