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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광해와 칠푼 광해…누가 더 좋아?

가을 문화계에 ‘독특 사극’ 열풍…광해·아랑사또·이순신·삼국유사 등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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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1호 김금영⁄ 2012.09.10 11:23:40

뜨거운 여름 한국 문화계는 공포와 스릴러가 장악했다, 영화 ‘미확인 동영상: 절대 클릭 금지’ ‘두개의 달’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잭더리퍼’ 연극 ‘두 여자’ 등이 줄을 이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이번에는 사극 열풍이 불 차례다. 과거 드라마 ‘대장금’처럼 사극이 전국을 휩쓸었던 적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독특한’ 사극, 장르 결합형 사극이 주제다. MBC 드라마 ‘아랑사또전’은 아랑 전설을 모티브로 한다. 자신의 억울한 죽음에 가려진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천방지축 기억실조증 처녀귀신 아랑과, 귀신 보는 능력을 갖고 있는 까칠하기 이를 데 없는 사또가 만나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톡톡 튀는 귀신과 인간의 사랑 얘기 귀여워 극 중 배경은 조선시대. 하지만 근엄한 분위기는 아니다. 귀신과 인간이 만나는 환상적인 판타지, 이들 사이에 시작되는 분홍빛 로맨스를 그려 특히 젊은 층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전설을 새롭게 각색한 점도 흥미롭지만, 어려운 사극 말투가 아니라 현대식 톡톡 튀는 대화도 극 속으로 끌어당기는 요인이다. 아랑 역의 신민아와 사또 은오 역의 이준기는 뛰어난 비주얼과 안정된 연기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7회 방송 중엔 동굴 속에 현대식 철제 사다리가 화면에 잡히는 등 편집 실수로 의도치 않은 ‘현대와의 만남’도 이뤄지고 있다. ‘아랑사또전’은 현재 동 시간대 프로 중 ‘각시탈’에 밀려 줄곧 시청률 2위에 머물렀지만 ‘각시탈’이 종영된 현 시점에서 뒷심 발휘가 관심을 모은다. 공포의 광해군이 어느날 칠푼이가 된다면? ‘아랑사또전’이 발랄한 분위기의 사극이라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정통 사극의 느낌이 강하다. 이 영화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를 대신해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 왕의 대역을 맡으면서 벌어지는, 역사에서 사라진 15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광해군을 대신해 왕의 대역을 맡은 하선은 저잣거리의 한낱 만담꾼에서 하루아침에 조선의 왕이 된다. 하선은 광해군을 모시는 허균의 지시 하에 말투부터 걸음걸이, 국정을 다스리는 법까지, 함부로 입을 놀려서도 들켜서도 안 되는 위험천만한 왕 노릇을 시작한다. 예민하고 난폭했던 광해와는 달리 따뜻함과 인간미가 느껴지는 달라진 왕의 모습에 궁정이 조금씩 술렁이고, 점점 왕의 대역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하선의 모습에 허균도 당황하기 시작한다. 이병헌이 처음 도전한 사극으로도 주목 받는 이 작품에서, 이병헌은 극 중 1인 2역으로 열연했다. 진짜 광해의 독선적인 위엄과 왕의 대역을 맡는 천민 하선의 인간미 넘치는 소탈함이라는 극과 극의 두 연기를 선보인다. 류승룡과 한효주도 함께 호흡을 맞춘다. 추창민 감독의 작품으로 9월 20일 개봉된다. 욕쟁이 이순신, 상상이나 해봤어? 공연계에도 사극 열풍이 거세다.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는 임진왜란 당시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중 찢겨져 사라진 7월 29~31일 3일 동안의 미스터리한 시간대를 상상으로 풀어낸 공연이다. 역사적 사실에 보태진 상상력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이순신 장군 캐릭터가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이순신 장군하면 영웅 이미지 일색이지만 ‘영웅을 기다리며’에선 거침없이 망가진다. 걸쭉한 욕에 툭하면 삐치는 극 중 이순신의 모습에 “이런 망발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우스꽝스런 모습 속 진중함을 담아 극 말미엔 감동을 전해준다. 이순신을 연기하는 손광업과 조휘는 “이순신 장군을 잘못 표현하면 폄하했다고 욕먹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그런데 난중일기 역사 자료를 보다 보니 이순신 장군이 사람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서는 점들도 있었다”며 “코믹한 모습뿐 아니라 백성을 사랑하는 애틋함과 적마저 품을 수 있는 인간적인 면모까지 보여주고자 한다”고 전했다. ‘영웅을 기다리며’는 서울 PMC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10월 31일까지 공연된다. ‘삼국유사’에 이런 내용이 있다니… 연극에서는 최근 막을 올린 국립극단의 ‘삼국유사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삼국유사 프로젝트’는 1000년 전의 역사, 불교, 샤머니즘, 판타지의 세계가 담긴 ‘삼국유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삼국유사 프로젝트’는 <꿈> <꽃이다> <나의처용은밤이면양들을사러마켓에간다> <멸_滅> <로맨티스트 죽이기> 등 5개 공연을 선보인다. 삼국유사 속 이야기를 현대로 보내 재해석하는 이번 공연들은, 원전의 인물들과 그들의 철학, 세계관을 분석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이런 목적을 위해 시대와 인물이 교차되고, 인물의 해석이 달라지고, 유기적으로 장르를 결합하는 등 다양한 형식적 실험도 시도된다. 또한 더 나아가 1000년 전의 고서와 현대인이 소통하는 자리를 만든다. 손진책 예술감독은 “한국 연극계에 의미 있는 작품을 남기려던 시기에 삼국유사를 동시대 작품으로 탄생시키자는 뜻을 모았다”며 “삼국유사는 자각과 반성에서 시작된 책이다. 서구 사람들보다 더 서구적으로 생각하며 점차 정체성을 잃어가는 현 시점에서 삼국유사는 마치 보물찾기를 시작하듯 우리 문화의 정신을 찾게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국유사 프로젝트’는 백성희장민호 극장에서 12월 9일까지 진행된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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