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려면, 역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려면, 현실에 절망한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려면 무엇보다 먼저 정치가 바뀌어야 합니다.” 인구 30만 명의 경제자족도시 동해·삼척을 꿈꾼다는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 이 의원은 지난해 저서 ‘백두대간의 아들 이이재의 희망세상’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공직생활을 하다 정치인의 길로 뛰어들었다. 주변에서는 “왜 싸움질하고 욕만 먹는 정치판에 뛰어들었냐”며 말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정작 가족과 친구들은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미래와 꿈이 있는 희망세상을 만드는 길에 삶의 모든 것을 바치며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알기 때문이란다. 이이재 의원은 지난 1999년 한나라당에서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할 때 남경필 의원의 권유로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미래연대)’에 합류했다. 미래연대는 창립준비 취지문에서 기성정치가 외면해온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전하는 세대 간의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다짐했었다. 그는 저서에서 당시 윤여준 의원의 추천으로 TV시사토론 사회자로 잘 알려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운동권 출신으로 학력고사와 사법고시를 모두 수석으로 합격한 원희룡 전 최고위원, 국무총리실에서 이회창 총리를 보좌했던 정두언 전 최고위원 등이 합류했다고 밝혔다. 2000년 4월에 치러진 16대 총선에서 미래연대 소속 회원 중 27명이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출마해서 14명이 당선됐다. 남경필(경기 수원 팔달), 김부겸(경기 군포), 김영춘(서울 광진갑), 심재철(경기 안양 동안), 안영근(인천 남구), 오세훈(서울 강남을), 원희룡(서울 양천갑), 임태희(경기 분당을), 정병국(경기 가평·양평) 의원 등이다. 미래연대 회원들은 ‘2030위원회’ 핵심구성원이 됐고, 이들은 젊은 세대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다양한 선거 기획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현장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결국 대선에서 패배했다. 이이재 의원은 대선 패배 후 고향으로 내려갔고, 미래연대 소속이었던 김영춘, 김부겸, 안영근 전 의원과 이부영, 이우재 전 의원 등 소위 ‘독수리 5형제’는 2003년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이 의원은 저서에서 당시 이들로부터 합류 제안을 받았지만 그냥 고향에 머물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미래연대는 2004년 총선을 전후해 발전적 해체를 선언한 뒤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채 사라졌다. 19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이이재 의원은 미래연대에서 함께 활동한 남경필 의원이 대표로 있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미래연대 때도 그랬듯 지금도 당내 개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미래연대의 또 다른 부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실모는 최근 ‘경제민주화 법안’ 1호로 ‘재벌 총수의 경제범죄 처벌 강화’를 내놓은 데 이어 2호 ‘재벌의 사익 편취 원천 차단’, 3호 ‘순환출자 의결권 100% 제한’ 등 재벌개혁을 위한 파격적인 법안을 연달아 내놓았다. 한편, 이이재 의원은 9월10일, 금융회사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4개 금융관계법(보험업법, 상호저축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음은 8월28일 가진 이이재 새누리당 의원과 CNB저널과의 일문일답. - 정치권과의 인연을 소개한다면? “정치 쪽에는 오래 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유학을 왔다. 알다시피 우리 지역(동해 삼척)은 낙후돼 있다. 촌에서 서울로 유학 와 생활하면서 중앙과 지방의 생활격차를 느꼈다. 계층 간 격차에 대한 문제의식을 많이 느끼면서 정치활동만이 문제해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치적인 꿈을 일찍이 가졌다. 본격적으로 정치권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대학교 졸업 후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면서부터다. 정치적인 활동과 전혀 무관한 활동을 한 것이 아니었다. 주로 사회공익적인 일을 하던 차에 1998년 김진선 선배가 강원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면서 그 일을 돕게 됐다. 김진선 선배는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나와 당과 인연을 맺게 됐고, 이회창 총재 시절에 한나라당이 젊은 인재들을 영입하는 창구역할을 한 미래연대 창립멤버로 갔다. 그러면서 소위 여의도 정치판에 깊숙이 들어오게 됐다.” -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에서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지금 새누리당에서 경제모임을 이끌고 있는 대표가 남경필 의원이다. 나와는 미래연대 활동을 함께 했던 동지다. 다시 말해서 미래연대는 새누리당 쇄신파의 뿌리다.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19대 국회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뭐냐, 경제민주화가 화두인데 우리가 한번 당내에서 해결해 보자고 해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만들어졌다. 경제민주화 논의는 그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국회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한 문제를 이번에는 실천해보자는 뜻에서 모임이 만들어졌고, 거기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 모임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최근 ‘대주주 자격심사 강화 방안’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떤 법안인가? “경실모 회의를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하고 있다. 경제민주화가 지금은 재벌개혁에 집중하고 있지만 다음 주제는 조세정의, 조세개혁, 노동개혁 등과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그 다음 단계가 지역 균형 발전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들 주제를 모두 경제민주화 범주 안에 넣고 논의하고 있다. 현재는 첫 출발이 재벌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벌개혁에서 내가 법안 발의를 준비하는 것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관련이다. 대기업이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등 비은행 금융회사를 설립한 이후에도 대주주의 자격유지 의무를 두고 주기적으로 심사를 하는 방안이다. 이는 보험사, 카드사, 증권사 등에 대한 규제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것은 ‘전속고발권’ 관련 법안이다. 공정거래법상 공정거래위원회는 어떤 담합행위라던가 기업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제재를 가하고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전속고발을 하는데 오히려 재벌 봐주기를 한다는 비판이 있다.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발을 미온적으로 한다든가 하는 폐단이 누차 지적돼 왔다. 그래서 전속고발권의 요건을 좀 더 명확하게 하려 한다.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위법행위를 의도적으로 하면 정해진 기준에 따라 반드시 고발하게끔 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 경실모가 ‘야당과도 법안을 합의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당내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기도 하다. “경실모에서는 다수의 동의를 얻어서 법안을 발의하는 거다. 물론 당론화를 위해 노력할 거다. 당론화하는 데 있어 견해가 엇갈리는 상황이 생길 때는 국민여론에 따라 결정하면 된다. 견해가 엇갈리는 것을 갈등구조로 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여러 견해를 놓고 토론 과정을 거쳐서 시행착오를 없앨 수 있다. 정치 행위에서 견해가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조정 과정을 거쳐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정상적인 정치행위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같은 경우는 현재 금융업을 하는 대주주들한테는 예민한 사항이다. 국민들이 쉽게 듣도록 말하자면 부도덕한 자본가는 금융업에 손대지 말라는 거다. 부도덕의 기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해 많이 토론해야 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 경제민주화라면 흔히 재벌개혁을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재벌의 문제점은?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한 역사를 보면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에 의해 산업화와 근대화의 첫걸음을 뗐다. 그때 대한민국 산업화의 초기 자본을 어떻게 만들었나 하면 서독에 광부와 간호사를 보내서 눈물로 돈을 빌렸다. 어느 정도 우리가 해 낼 수 있다는 성과를 보이니까 외국에서 차관(借款)이 들어왔다. 산업화 초기에는 관치경제였다. 정부가 경제개발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해결 과제들을 위해 특정기업한테 자본을 몰아주고 사업의 기회를 독점적으로 주면서 초기 경제 개발을 성공시켜 나간 거다. 어떻게 보면 경제력 집중을 통해서 대한민국 산업화 초기를 이끌어 왔다. 그래서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고도성장에 성공했다. ‘한강의 기적’과 관련해 재벌의 역할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1980년대를 거치면서 그렇게 성장한 재벌, 대기업 집단들이 긍정적 효과보다는 폐단을 더 많이 보였다. 경제 집중으로 인한 재벌들의 독점현상, 다시 말해서 재벌이 아닌 중소기업들은 거기에 항상 종속되고 갑과 을의 관계에서 별 말 못하는 문제가 생겨 경제계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됐다. 그것이 경제계 안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정치권 특히 법조계와 언론도 재벌이 좌지우지한다. 학계까지도 재벌의 영향력이 커지자 사회문제가 됐고, 그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 경제민주화의 첫 걸음은 재벌 문제, 다음은 세금-비정규직, 그리고 세 번째는 지역균형 발전이다” -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1987년 이후 헌법에 경제민주화 근거조항이 삽입된 이후 20여년이 넘게 흘렀다. 그 동안 얼마나 개선됐느냐가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설치되고, 금감위가 설치되고 여러 가지 조치가 따랐지만 여전히 경제력 집중은 심화돼 왔다. 한국경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력 집중이 필요한 측면이 있었다. 세계 경제를 보면 자본주의가 경제력 집중과 도덕적 해이에 의한 위기 요인들을 더 심화시키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더 이상 한국경제가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목표를 방치한다면 경제 전체의 체질이 약화되면서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본다. 경제력이 한 쪽에 집중되는 양극화문제가 건전한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수준에 와 있다. 이걸 해소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4만불, 5만불 가는 것도 쉽지 않고 사회 체제 자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19대 국회에서만큼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이는 시대적 사명이다. 국민 누구나 인정하는 시대정신이라고 해도 좋다. 19대 국회에서 경제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어떻게 보나? “박근혜 후보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다. 둘째가 복지, 셋째가 일자리라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도 경제민주화라는 과제만큼은 우리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고 본다.” - 최근 북극항로 개발과 강원도 대응방안 국제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는데 지역구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앞으로 지역구 활동을 어떻게 해 나갈 생각인가? “우리 지역은 변방으로 낙후돼 있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서 경제 발전에 전환점을 이뤄낼 것인가를 고민 중이다. 곧 북극항로 개발시대가 온다. 세미나도 했지만 우리 지역이 거점 항만 역할을 해서 새로운 해운 물류업계의 블루오션이라고 하는 강원도로 만들겠다. 우리 지역이 선제적으로 담당해서 동해안 제1의 국제 무역 도시로 발돋움시켜 내겠다. 거기에는 동해안권 경제 자유지역 지정이 맞물려서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동해안 경제 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외국 자본도 들어오게 되고 국내 기업들도 들어올 거라고 본다. 그러면 새로운 산업과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아시아와 유럽 간에 10일 이상 운송기간이 단축돼 아시아와 유럽 간 해상 컨테이너 화물의 70%가 이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북아 북극항로의 전초기지를 강원도 동해안 항만으로 개발해야 함은 시대적 소명이자 사명이다. 북극항로에 대한 강원지역 항만의 경쟁력 비교우위를 보면 강원 동해안 지역은 양양국제공항과 원주-강릉 복선전철, 서울-양양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 등 육상교통망이 대폭 확충됐다. 또 예비지정이 확실시 되는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과 동계올림픽 개최 등으로 환동해권 항만물류의 거점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속초항과 동해항을 모항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본 사카이미나토, 쓰루가, 시모노세키 그리고 중국 훈춘 등의 국제항로를 운항하고 있거나 계획 중에 있어 강원 동해안 항만이야말로 환동해권 해양시대의 사통팔달이자 해로의 요충지로 거듭나고 있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주요 화물들은 가스, 석탄, 철광석 등의 에너지 및 광물 자원들이 많다. 그런 자원들은 벌크선이라고 해서 주로 러시아 시베리아 북단에서 많이 개발되고 있다. 그곳에서 북극항로로 오게 되면 거리상 가장 가깝고 입지적으로 유리한 항구가 우리 지역이다. 지경학적으로 강원도가 북극항로 거점지역으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 자유구역으로, 국제 무역도시로서, 에너지 사업 거점 지역으로 인구 30만 명의 경제 자급 도시의 꿈을 이뤄가는 기반을 우리 지역에 조성해야 한다. 지역 발전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임기 안에 확실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 19대 국회 전반기에 맡은 상임위로 국토해양위를 맡았다. 상임위 현안과 활동계획을 알려 달라. “요즘 복지, 복지 하는데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야말로 중요한 복지적 성격을 갖고 있다. 교통 같은 경우 어느 지역 사람은 KTX를 타고 편안하게 다니는데 어느 지역 사람은 그런 혜택을 못 받는다는 것은 불공평하다. 교통망 확충에 더 힘쓸 예정이다. SOC 사업 예산을 근래 들어서 많이 확보하지 못해 지역균형 발전에 필요한 예산들이 적정하게 분배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위원으로서 SOC사업에 있어 국가예산이 충분히 확보되게 하고 확보된 예산은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제대로 적절하게 분배되는지도 지켜보겠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칭찬은 못 받더라도 욕은 안 먹는 국회의원이 되겠다. 그러려면 진정성 있는 정치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고 국가적 해결과제를 위해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온몸을 던지는 희생정신, 봉사정신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거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갖는 불신을 해소하는 데 모범을 보이겠다.” -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