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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영 연출 “개그우먼들 드립이 이리 잘 맞네”

안영미, 강유미, 정경미, 김경아 4인방과 ‘드립걸즈’ 만든 오미영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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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3호 김금영⁄ 2012.09.24 11:19:15

아이돌들이 공연계에 진출하는 것은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런데 개그우먼들이 코미디와 뮤지컬을 합친 ‘코믹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공연계에 떡하니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9년 KBS ‘개그콘서트’에서 유행어 “니들이 고생이 많다”와 골룸 등 기상천외한 분장으로 화제가 됐던 코너 ‘분장실 강선생님’에서 활약했던 대세 개그우먼 안영미, 강유미, 정경미, 김경아가 모였다. 이 4인방으로도 시끌벅적한데 창작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로 알려진 오미영 연출까지 합세해 대학로 컬처스페이스 엔유에서 10월 28일까지 공연되는 ‘드립걸즈’에서 연일 웃음 폭탄을 터뜨리고 있다. “워낙 4사람의 팬이었기에 팬심으로 ‘재밌겠다’ 생각하고 연출을 맡게 됐어요.” 오미영 연출은 개그우먼 4인방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회상한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유명한 개그우먼들이지만 이들과 함께 공연하는 것을 결정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선보여 왔던 연극이나 뮤지컬과는 전혀 다른 획기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공연이다. ‘코미디 빅리그’나 ‘개그콘서트’ 같이 세분화된 코너가 이어지는데, 개그 버라이어티쇼에 가까운 느낌이다. 뮤지컬 연출을 주로 맡아왔던 오 연출에게도 모험이었을 터. “개그우먼들이랑 작업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제가 해왔던 작업 방식과 달리 거의 그들은 코너를 짤 때 자기가 연출도 하고 각본도 쓰면서 독자적으로 일을 해왔었거든요. 그래서 그 합일점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전체적인 큰 틀을 세우고 그 안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많이 가졌죠. 전 원래 배우들, 스태프들과 같이 의견을 펼쳐놓고 좋은 아이디어를 선택하는 작업 방식을 좋아해서 큰 무리는 없었어요. 아마 연출 혼자서 모든 것을 집도하고 이에 배우들을 밀어 넣는 방식이라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웃음).” 줄거리만 잡고 세부 대사는 “드립의 향연” 그 결과 개그우먼들의 캐릭터와 이 캐릭터를 살리는 코너들이 만들어졌다. 안영미는 19금 개그를 펼치는 ‘색드립’, 양악 수술로 유명한 강유미는 성형 관련 개그를 하는 ‘성형드립’, 개그맨 윤형빈과 7년 동안 연애를 해온 정경미는 밀당의 고수로서 ‘연애드립’, 유일한 유부녀인 김경아는 ‘육아드립’을 펼친다. ‘드립’은 상황과 맞지 않거나 어이없는 황당한 말을 할 때 쓰는 신조어로 개그우먼 4인방이 모여 ‘드립걸즈’가 만들어졌다.

‘코미디 빅리그’에서 인기를 끌었던 ‘김꽃두레’를 볼 수 있는 ‘김꽃두레 월드’,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희극 여배우들’을 패러디한 ‘여배우들’, ‘불후의 명곡’을 패러디한 코너와 이들이 처음 모였던 ‘분장실 강선생님’까지 포복절도 코너들이 이어진다. 여기에 개그우먼들의 애드리브가 쉴 새 없이 이어져 관객들은 숨을 돌릴 틈이 없다. “개그우먼들이 자신들이 신나지 않으면 공연 자체도 재미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공연들처럼 몸에 익숙해져 있으면 감이 떨어진다고 해서 대사를 달달 외우는 방식으로 진행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처음 공연 올라가기 전엔 어떨까 걱정했는데 막상 첫 무대를 딱 올리고 나니 개그우먼들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타이밍과 호흡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안영미, 강유미, 정경미, 김경아 씨가 ‘드립걸즈’라는 공연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재밌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매일 공연이 다를 정도로 신선하고 재밌는 호흡을 보여주고 있어요. 애드리브가 정말 많은데 ‘드립걸즈’는 그것이 허용되는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들도 그런 애드리브를 즐거워하고 전혀 불편해하지 않아요. 어느 정도의 틀은 있지만 그 안에서 배우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다만 수위(?)가 너무 높을 때도 있긴 해요(웃음).” 이렇게 대학로에서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방식이 도입되다 보니 관객들의 반응도 극과 극이다. 연이어 웃음이 터지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는 관객들도 있다. 오 연출은 “아무 생각 없이 무장해제하고 공연을 보면 즐겁게 볼 수 있다”며 “‘드립걸즈’는 어렵고 무거운 공연이 아니다. 연예인들이 얼마나 하는지 두고보자는 마음으로 팔짱을 끼고 오면 공연을 즐기기 힘들다. 마음을 내려놓고 오시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을 건넸다. “타이밍 뛰어난 개그우먼들, 공연계 대환영” 오 연출은 개그맨들의 공연 진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개그맨들의 유연하고 센스 있고 관객의 호흡을 잡아채는 타이밍을 높이 샀다. ‘드립걸즈’처럼 개그쇼 방식으로 꾸릴 수도 있지만 워낙 가지고 있는 재주들이 많아서 뮤지컬 배우로 섭외하고 싶다든가 아예 그냥 배우로 활동해도 좋을 것 같은 개그맨들이 많다고. 오 연출은 “이번 ‘드립걸즈’ 경험을 바탕으로 나중엔 개인적으로는 노래도, 연기도 정말 잘하는 신보라 씨를 캐스팅해보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지금 가장 애정을 쏟고 있는 이들은 ‘드립걸즈’의 4인방이다. 함께 고된 작업을 이어온 만큼 그녀들과 가까이 지낸 오 연출은 각자가 지니고 있는 특색을 밝혔다. “정경미 씨는 네 사람 중 가장 언니로, 자기 코너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전체 공연을 컨트롤하는 리더십이 있어요. 굉장히 똑똑하죠. 김경아 씨는 유부녀인데 마음도 외모도 정말 예뻐요. 나이는 어리지만 아기가 있어서 그런지 엄마 같은 따뜻한 느낌이 있어요. 강유미 씨는 4차원이에요(웃음). 그동안 거칠고 망가지는 역할을 많이 해왔는데 정말 여성스럽고 내성적이고 조용하기도 해요. 안영미 씨는 그냥 보이는 그 자체에요. 꿍꿍이가 있거나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성격이 아닌 그야말로 투명한 사람이에요. 굉장히 피곤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무대에서 신나게 노는 이들을 보고 ‘이런 게 프로구나’ 생각했어요.” ‘드립걸즈’는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자 만들어진 공연이다. 이와 같이 오 연출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공연들을 많이 선보여 왔다.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으로도 손꼽히는 ‘식구를 찾아서’에서도 이런 감성들을 볼 수 있다. ‘식구를 찾아서’는 할머니와 개, 고양이, 닭의 기묘한 동거를 통해 식구의 의미를 되새기는 공연이다.

현재 대학로에서 ‘드립걸즈’와 ‘식구를 찾아서’를 함께 병행하고 있는 오 연출은 “‘드립걸즈’가 사람들을 많이 웃게 해서 힐링을 해준다면, 많이 웃고 또 울면서 힐링을 시켜주는 것이 ‘식구를 찾아서’다”라고 설명했다. 공연을 보는 2시간 가량의 시간만큼은 바깥의 일들을 잊고 많이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힐링 공연’을 만들고 있다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연기도 하고 싶은, 꿈꾸는 연출가 “저도 ‘드립걸즈’를 보러 오는 직장인들처럼 회사를 다닌 적이 있어요. 일어를 전공하고 직장을 다녔는데 사회생활에서는 부당하거나 어처구니없고 화가 나는 일들이 많잖아요? 하루에도 12번씩 사장의 멱살을 잡고 싶었어요(웃음). 그렇게 괴롭게 지내다가 제 인생이 너무 불쌍하다고 느꼈죠. 제가 뭘 할 때 가장 행복했는지 생각해보니 대학교 때 일본어 연극 동아리를 했던 게 떠오르더라고요. 연극 작업을 밤새 했을 땐 하나도 안 피곤하고 즐거웠거든요. 다시 연극을 해볼까 하는 마음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시 진학해서 연출을 공부했어요. 글을 쓰기도 했는데 세상에 하고 싶은 따뜻한 이야기들을 쓰는 것이 즐거웠어요. 앞으로도 ‘힐링’ 감성을 담은 공연들을 선보이고 싶어요.” 막상 꿈꾸던 일이 직업이 되니 피곤한(?) 점들도 따라오게 됐지만 그래도 오 연출은 꾸준히 다음 작품에 대한 꿈을 펼쳐놓았다. 끊임없이 자신의 방향을 찾기 위해 채찍질을 가해야 꾸준히 공연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 오 연출은 “다들 연극하면 굶어죽고 배고프다고 하는데 진짜 그런 걱정이 들 때도 있긴 하죠. 처음 공연을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했지만 재미는 곧 사라져요”라며 “하지만 재미 이외에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그 재미를 잃지 않기 위해서 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계속 살아 있고 뜨거워지려면 자기 것을 찾아야 하는 거죠”라며 소신을 뚜렷하게 밝혔다. 공연계에 대해서도 바라는 점을 밝혔다. 대형 라이선스 공연들이 공연계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시점에서 관객들이 작품을 편식하는 것처럼 가려서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것에 앞서서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보다 높은 퀄리티를 지닌 다양한 공연을 내놓아 공연계를 풍부하게 만들었으면 한다. 관객들도 공연계도 서로 윈윈하는 그런 환경에 자신도 일조하고 싶다는 것이 오 연출의 마음이다. 지금 무엇보다 공연을 보고 있는 관객들의 등을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 즐겁다는 오 연출은 앞으로 계속 연극쟁이로 살다가 죽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기회가 닿으면 연기도 하고 싶어요. 작가를 잘 아는 배우이고 싶고, 배우를 잘 아는 연출이고도 싶어요. 일단은 새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낯선 카페에서 노트북을 펴고 작품을 써보고 싶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공연 만들겠습니다(웃음).”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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