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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훈 “요리처럼 따끈한 연극 올립니다”

포장마차 주인장 출신 연출 겸 조은컴퍼니 대표의 연극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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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4-295호 김금영⁄ 2012.10.16 11:03:03

현재 공연 시장은 뮤지컬이 대부분 점령하고 있다. 연극이 부흥기인 시절도 있었지만 어렵고 무겁다는 인식 아래 뮤지컬을 선호하는 관객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연극의 입지가 예전보다 줄어든 셈이다. 이런 가운데 김제훈(37) 연출 겸 조은컴퍼니 대표는 “연극이 좋다”는 뚝심 아래 꾸준히 연극 연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김 연출은 “과장되지 않은 삶 자체가 연극인 것 같아서 매력 있다”며 연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무대 위에선 많은 이야기들을 집약시키고 보여주지만 그것을 압축시키지 않고 풀어놓은 것 자체가 삶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요즘 등산을 다니는데 새 한 마리가 도망가지 않고 있더라고요. 또 다람쥐도 봤는데 도망가지 않고 다가오는 모습이 참 귀엽기도 하고, 뭔가 위로를 건네주는 것 같더군요. 이렇게 매 순간순간이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각자에겐 극적인 순간이 되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을 수 있죠. 또 자신의 삶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삶과 연극은 동일선상에 있는 것 아닐까요?” 김 연출은 연출가가 되지 않았을지라도 나름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또 다른 삶의 연출을 이어가지 않았겠느냐며 웃었다. 무대에서 이야기를 꾸려가는 연출가처럼 말이다. 이렇듯 연극과 떨어진 삶은 상상도 못할 것 같은 그이지만 그 이력을 살펴보면 심상치 않다. 장학생으로 호텔경영학과에 입학했고, 종로에서 포장마차 운영도 했으며, 패밀리레스토랑 매니저를 맡기도 했다. 김 연출은 “요리사가 되고 싶기보다는 취미와 특기가 요리였고 또 잘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후에 양식 조리사 자격증도 따는 등 요리 솜씨가 뛰어났다. 그래서 요리가 자신의 길인가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호텔경영학과에 과 수석으로 들어가는 등 그 시작이 희망찼지만 정작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대학 생활과 캠퍼스에 대한 로망이 깨져 자퇴를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군대를 갔다가 제대하고선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패밀리레스토랑에 입사했다. 올림픽대로 전복 사고가 준 눈물 그러다 전환점을 맞는다. “정말 바쁘게 살았어요. 어느 날 매장들을 관리하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니다가 올림픽 대로에서 전복 사고를 당했어요. 정말 위험한 순간이었어요. 그 사고 후 한강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1년 반 동안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면서 살아왔는데 정작 제 삶에 남은 게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왠지는 모르겠지만 문뜩 연기가 생각났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학예발표회에서 박사 역할로 연기를 했었는데 무의식중에 그때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정확한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른다. 하지만 무의식 속 떠오른 연기에 대한 생각이 그를 공연계로 이끌었고 그렇게 2001년 극단 로뎀의 단원으로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그 시작 또한 만만치 않았다. 연기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웠던 적이 없기에 혼나기 일쑤였고 계속되는 질타에 위축이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이런 부분이 어려움으로 다가온다고 그는 털어놨다. 하지만 결코 움츠릴 생각은 없다. 정규 과정을 거치지 못했지만 실전에서 직접 부딪히면서 쌓아올린 작업들이 있고, 방송영상학과를 들어가 다시 공부하면서 부족한 이론 지식들을 보충했다. 그리고 공부를 하다가 연출 작업에도 눈을 떴다. “배우로 활동할 때는 연기 못한다는 소리를 듣다가 연출을 맡으니 배우 할 때보다 괜찮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저절로 흥미가 생겼어요. 그런데 아마 제가 연기할 때 누군가 ‘괜찮아, 제훈아’라고 격려해줬으면 아마 삶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당시엔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뛰라는 식으로 많은 질타를 받다보니 스스로 위축된 점이 있었거든요. 만약 ‘할 수 있어’라고 누군가 어깨를 토닥여줬으면 지금 배우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웃음).” “연극 하고 싶다”는 일념을 도와준 포장마차 그래도 배우냐, 연출이냐를 떠나서 연극 자체가 좋고, 무대가 좋았다. 김 연출은 연극을 하고 싶은 마음에 포장마차 운영도 했다. 연극을 만들 자본을 모으기 위해 장사에 한동안 전념을 했고 2009년 조은컴퍼니를 차렸다. 조은컴퍼니는 연극을 만드는 극단으로, 대학로에 ‘키작은 소나무’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 연출은 조은컴퍼니 대표로서 근 3년간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연극 ‘클럽헤드헤즈’, ‘그냥 청춘’, ‘중랑천 이야기’, ‘겨울 선인장’, ‘청춘 전쟁이다’, ‘아시안 스위트’ 등을 선보였고, 최근엔 ‘이웃집 발명가’와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본다’ 무대를 끝마쳤다. 그런데 김 연출이 선보인 연극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따뜻한 인간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이웃집 발명가’에서는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를 던졌고, 일본판 ‘사랑과 영혼’으로 불리는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본다’에서는 시공간을 초월한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김 연출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며 “작품 연출을 맡을 때 내가 그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내게 주는 따뜻한 느낌에 이끌려 작업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따뜻한 정서가 느껴지는 작품이라면 해외 작품이라도 상관없다. 그래서 조은컴퍼니는 일본 연극을 국내에 소개하는 ‘한일문화교류전’을 진행하고 있다.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본다’도 그 일환이었다. 이렇듯 근 3년간 정신없이 달려온 김 연출은 앞으로 달려갈 길이 멀다. 특히 대학로 공연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는 공연계에 대한 바람도 밝혔다. “대학로에 가면 ‘이 공연 보세요’ 하면서 공연 소개하는 아르바이트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런 풍토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좋은 공연들을 추천하는 것이지만 관객의 선택 폭을 제한한다고 봐요. 그리고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 서로가 마음이 안 다쳤으면 좋겠어요. 공연계를 떠나는 이유가 돈 때문이 아니라 사람한테 상처를 받아서라는 말이 있어요. 그게 안타까워요. 경쟁이 없을 수는 없지만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다’는 식으로 헐뜯지 말고 서로 격려해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저부터 열심히 해야겠죠?(웃음)” 장애인에 따뜻한 시선 전하는 연극 등 준비 중 수많은 길을 거쳐 왔지만 역시 마지막 도착지이자 목적지는 연극이다. 요리를 하거나 장사를 했던 경험들이 결코 허무한 시간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김 연출은 “요리는 연극을 위한 수단을 마련해줬고 포장마차도 그렇다”며 “목표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상황들이 결국 연극에 다 도움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연극을 위해 수많은 일들을 병행해 나갈 김 연출은 마당이 있고 연습실이 있는 곳에서 꾸준히 연극을 만들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관객이 하하 신나게 웃다가 또 울다가 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고 싶어요. 음악극에도 관심이 있는데 지금은 연극 작업에 매진하고 싶어요. ‘일상 속 흔히 존재하지만 흔히 느낄 수 없었던 일상 속의 웃음과 감동을 고스란히 버무려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 드라마를 고집한다’는 게 조은컴퍼니의 슬로건이에요. 이 슬로건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웃음).” 내년에 김 연출은 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가방 들어주는 아이’와 신작 ‘가을 반딧불’로 돌아올 예정이다. 그동안 프로듀서와 배우, 연출까지 다양한 작업을 해온 그는 ‘가을 반딧불’로 연출가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내년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올 그를 기다려본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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