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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준희 교수의 메디컬 40년 에세이 - 61]의대 강의실 창밖으로 날아간 통닭은 누구 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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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4-295호 박현준⁄ 2012.10.04 11:05:15

연세대 의예과에 입학해 고등학교 때보다 엄청나게 넓은 학교 캠퍼스와 수많은 학생들이 교정에서 함께 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의예과 학생들은 여전히 고등학교 때처럼 하루 8시간 수업을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연세 의예 고등학교’라고 불렀다. 의예과는 이공대학에 소속돼 있었는데 수학과, 물리학과, 화학과, 생물학과 등에서 배우는 과목들을 모두 배우게 했으니 오죽했겠는가. 그 중에 비교해부학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이는 인체 해부학을 배우기 전에 생물의 해부학을 배우는 게 목적이었다. 개구리, 닭, 개 등 왜 그렇게 다양한 동물들의 해부학을 모두 배워야 했는지는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수의사도 아니고, 생물학과도 아닌데….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의 해부학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생각도 했다. 어쨌든 실물을 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서인지 개구리와 닭의 해부를 주로 실습을 통해서 배운 기억이 난다. 개구리 실습은 우리를 괴롭혔다. 개구리를 잡아서 뼈만 다 연결을 해서 가져 오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의 연희동 근처(당시는 그곳이 개천가로 집은 하나도 없었다)에서 개구리를 여러 마리 잡아 한 친구의 집에서 개구리를 삶았다. 누군가 “개구리탕 한 번 먹어보면 어떨까” 하고 농담도 했었다. 개구리가 푹 익으니 살은 저절로 떨어져 나가고 뼈만 남는데 문제는 뼈를 연결하는 일이었다. 워낙 작아서 실과 바늘 그리고 접착제를 사용했는데 이게 무척 어려웠다. 요사이는 이런 것을 대신 만들어 주는 곳도 있다 하지만 당시엔 없었다. 밤늦게까지 몇 번을 실패하고 다시 만들기를 여러 번 해서 다음날 실습시간에 제출하면 조교는 잘 보지도 않고 한쪽에 우르르 밀어 놓고는 책을 읽으라며 나가 버린다. 허무하기도 하고 약도 올랐다. 밤새 고생했는데…. 다음에 닭으로 실습을 할 때 선배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학생 몇 명당 닭을 한 마리씩 주고 깨끗이 해부를 하라고 시키고는 실습이 끝나면 모두 걷어 가는데, 교수와 조교 집으로 몇 마리 가져가고 남은 것은 그들의 회식에 쓰는데, 학교 근처의 중국집으로 가져가 라조기를 만들어 먹는다는 것이었다(지금은 닭이 매우 싼 축에 들지만 그 당시는 제법 비쌌다). 역시나 닭의 해부학 시간이 끝나가자 조교가 통을 주며 “끝나면 이 통에 닭들을 넣어서 조교실에 제출하라”고 했다. 비교해부학 시간에 교재로 사용된 통닭은 항상 ‘교수님 입으로’. 어느날 의예과생들은 통닭 빼돌리기 작전에 성공해 맛있게 한 잔 했지만…. 나는 친구 두 명을 건물 밖에 대기시키고 실습실에서 창밖으로 닭 몇 마리를 던져서 빼 돌렸다. 나머지는 통에 넣어 조교실로 보내졌는데 얼마 후 닭 몇 마리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는 우리에게 와서 닭을 훔쳐간 학생들은 이번 한 번은 용서해줄 테니까 제 자리에 돌려놓으라면서 만일 반환하지 않으면 실습 점수는 없을 테니 각오하라고 협박하는 것이었다. 나는 밖으로 나가는 조교에게 “선생님, 닭들은 우리 등록금에 포함된 실습비로 구입한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누가 가져갔는지는 모르지만 우리에게 책임을 지울 일이 아니며, 듣자 하니 선생님들이 그 닭을 모두 드신다는데 그런가요?”라고 물었다. 이 질문 때문인지 내 비교해부학 점수는 엉망이었다. 그 다음 후배들 때는 어떻게 했는지 확인을 못해 봤지만 그 닭들, 학생들과 함께 회식 하는데 써야 올바르지 않았을까? 아무튼 릴레이식으로 진행한 닭 빼돌리기 작전에 성공했다는 통쾌함에 그날 저녁 닭을 안주 삼아 신나게 한 잔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남편 성욕 좀 죽여달라”던 친구 와이프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 먹고 마시는 것 다음으로 성을 중요시했던 것 같다. 단순히 자손을 번영시키는 방법 이외에 인생에 즐거움을 주는 한 수단이기도 하다. 요사이 마약이 성보다 더 황홀함을 준다고도 하지만 정상적 인간사에서는 성이 매우 중요해 극히 일부를 제외한다면 성생활의 뒷받침 없이 사랑은 없다고 단언하는 사람도 있다. 정상정인 상태를 벗어난 성, 특히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강간 등 성범죄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특히 어린이에 대한 성범죄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어 모든 사람들을 분노케 한다. 한 20년 전 쯤 미국에서 한국인 조종사가 길을 지나다 6세 정도 어린 여자애가 옆을 지나가자 뺨을 어루만지며 예쁘다고 했다가 이 일로 구속이 됐다. 죄명은 어린이 성추행이었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라고 해명해 겨우 풀려나기는 했지만 미국에서 성 범죄가 얼마나 예민하게 다뤄지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내가 병원에서 본 바에 따르면 성범죄는 한 사람의 일생 속에 남아 있으면서 고통과 괴로움의 나날을 보내게 한다. 미국에는 성 피해자들의 모임이 있어서 그 공포에서 빠져 나오려고 애쓰는데, 그 피해자들의 공통된 무서움은 매일 꿈에 그 당시의 일이 재현되어 나타나면서 대인 기피증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성 문제는 정상적인 부부 관계에서도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내 친구 부인이 나를 찾아 왔다. 부끄러워서 어디 가서 말도 못하는데 그래도 내가 의사라고 조언을 구한다는 것이었다. 이야기인즉 결혼하고 나서 남편이 수시로 성관계를 요구했고, 좀 과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날이 갈수록 심해져 저녁에 퇴근해 옷도 갈아입기 전, 자신이 식사 준비를 하고 있어도 달려들어 방으로 끌고 가 성관계를 요구하는 등 견디기 힘들 정도라는 하소연이었다. “밖에서 바람을 피워도 상관하지 않을 테니 차라리 다른 여자와 관계를 하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치료방법이 없는지 알아봐달라는 부탁이었다. 당시 판사로 있던 친구의 경험담도 있다. 어떤 부부의 이혼 소송을 담당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한 5년쯤 지나면서 남편이 부부 관계를 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술이 취해 들어온 남편이 자신을 껴안고 애무를 하는데 그 중간에 모르는 여자 이름을 불러 대서 남편을 밀쳐 깨우자 자기 부인임을 알고는 획 돌아눕더라는 것이다. 부인은 자신을 다른 여자로 착각하고 성관계를 시도하는 남편이 미워 깨운 것인데 정신이 든 남편은 상대가 부인인 걸 확인하고는 돌아 누워버린 것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성기능이 나빠 고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성기능이 왕성해 걱정인 사람을 지나 성 도착증 환자까지 있다. 하나님이 조금만 공평하게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 설준희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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