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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준희 교수의 메디컬 40년 에세이]외국출신 국가대표, 탁구 돼도 축구는 안된다?

국적보다 핏줄에 너무 민감한 한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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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6호 박현준⁄ 2012.10.15 11:38:05

1984년 내가 미국에 연수차 가 있을 때 나보다 몇 개월 먼저 근무하던 의사 부부와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우리가 영어를 잘 못한다고 말을 시작했는데 그 의사, “내 부인도 영어를 전혀 못 한다”고 대답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미국에 거주하는 코가 큰 사람들은 모두 영어를 잘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스페인에서 온 이 미국인처럼 생긴 사람이 영어를 못 할 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는가? 인종은 많이 섞여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의 경우 겉모습만으로도 구분이 가능하다. 동북아시아에 안 와본 외국인들은 한국인과 일본인을 잘 구분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일본의 거리를 걸으면서 한국인과 일본인을 대개 구분해낸다. 나 역시 미국에 거주하면서 여행할 때는 그저 다 같은 미국인들로만 보였던 사람들을, 영국계 프랑스계, 이탈리아, 그리스, 아랍, 이스라엘, 북유럽계 등으로 구별할 수 있게 됐다. 그때서야 미국은 세계 모든 민족이 모여서 이룬 나라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인종에 따라 모습, 언어, 생활 습관만 다른 게 아니라 질병의 종류도 많이 다르다. 세계적으로 보기에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정도만이 일정한 민족이라고 부를 만한 뿌리가 없지 않은가 생각된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순수 민족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다. 세계화로 인해 다민족화가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과거에 몽고, 중국 일본인들과 많이 섞였으며 현대에 와서는 동남아인들이 결혼을 통해 한국 국적을 얻고 있다. 과거에 우리가 자랑하던(?) 단일 민족은 이제 더 이상 자랑거리일 수가 없다. 순수 혈통을 주장했던 독일이 지나친 순수혈통 유지 정책으로 유태인을 모두 없애려던 비인간적인 사건은 아직도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미국 시민권자 동포 선수에 감동하는 한국인들 체육계의 경우를 보면. 축구의 경우는 귀화한 외국인이 국내 선수로는 활약할 수 있어도 국가 대표로는 국민 정서상 뛸 수가 없다고 한다. 반대로 농구나 탁구에서는 귀화한 선수들도 우리 국민이 받아들이는 등 종목마다 다른 듯하다, 그런데 요즈음 인기가 치솟고 있는 골프를 보자. 미국 시민권이 있는 선수들을 우리나라 선수로 분류하기도 하고 한국계라면서 매스컴이 특별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는 미국 여자 골프투어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100승을 달성했다고 크게 보도됐는데 그 중에는 미국 시민권자가 여러 명 포함돼 있다. 마침 당시 나는 미국에 있었는데 한 미국인이 나에게 “미국 시민권을 소유한 선수를 한국에서는 왜 한국인이라고 보도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그런 식으로 보면 미국인은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실제로 미국 사람들, 특히 골프장에서 선수들을 응원하는 미국인들은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를 당연히 미국인으로 여긴다. 미국 시민권을 소유한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중요시하는 군 복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매스컴은 왜 그들을 한국인으로 보도할 정도로 관대할까? 아무리 피가 물보다 진하다고 해도 우리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우리 시민권을 획득한 모든 사람은 우리 국민으로 동등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는 명실상부한 한국인이며, 우리 조상의 피를 받았더라도 다른 국가의 시민권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그 나라의 국민이라는 것을! - 설준희 세브란스심혈관병원 심장웰네스센터장 / 운동치료클리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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