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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준희 교수의 메디컬 40년 에세이]TV 보면서 운동하면 좋다는 헛소리

머리로 근육 생각하며 해야 효과 최고…TV보며 하면 하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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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7호 박현준⁄ 2012.10.22 11:44:07

운동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동은 근육을 중심으로 한 신체의 기능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운동의 효과는 뇌가 함께 작용해야 발전이 가능하다. 미국에서 한 팔로 무거운 아령을 들어 올리는 이두박근 강화 운동 실험을 했는데 대상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은 TV를 보면서 운동을 했고, 두 번째 그룹은 이두박근이 움직이는 상태를 확인하며 운동을 했고, 세 번째 그룹은 여럿이 함께 운동하도록 했다. 3개월 후 보니 두 번째 그룹의 운동효과가 가장 좋았다. 더구나 이들에게선 운동을 하지 않은 다른 쪽 팔에도 이두박근이 잘 발달된 사실이 확인됐다. 두 번째는 여럿이 함께 운동한 세 번째 그룹이었다. 제일 운동효과가 없었던 것은 TV를 보며 건성으로 운동을 한 첫 째 그룹이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뇌와 함께 운동해야, 즉 자신의 근육 운동을 눈으로 확인하며 운동을 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다른 사람의 운동하는 모습이라도 보면서 운동해야지, TV 보며 하는 운동은 효과가 극히 적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휘트니스 센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달리는 러닝머신에는 거의 100% TV 모니터가 달려 있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라지만 운동을 하라는 곳에서 운동효과를 떨어뜨리는 설치를 해놨으니…. 이처럼 운동에 집중하지 않고 TV 등을 보면서 걷거나 뛰면 효과는 반감하게 된다. 1시간을 운동해도 20분 정도 운동한 효과밖에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걷기나 달리기 운동을 할 때도 무릎의 움직임, 팔의 움직임, 호흡과 운동의 조화를 생각하면서 운동을 해야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내가 연세대학교 농구부장을 할 때 느낀 일인데 대부분의 선수들은 막연히 슛을 한다. 링을 보면서 공이 링 속으로 쏙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하고 슛을 해야 확률이 높아지는데 대충 던지는 것이다. 야구의 경우도 훌륭한 투수는 포수의 미트를 끝까지 보면서 투구를 해야 하고, 타자의 경우는 공을 끝까지 보고 스윙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동열 선수가 한참 전성기 시절 의외의 선수가 3점 홈런을 쳤는데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눈 딱 감고 휘둘렀는데 어쩌다 맞았다고 해서 좌중을 웃긴 일이 있다. 공을 끝까지 보고 스윙을 해야 하는 골프도 아마추어들에게 물어보면 공을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고 말들을 한다. 눈먼 사람이 공을 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뇌가 함께 움직여야 근육이 쑥쑥 우리의 뇌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지 못 한다. 샷을 하면서 골프 스윙 방법을 생각하거나, 스윙이 너무 빠르면 공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운동에서 “머리를 쓰라”거나 “집중을 하라”는 것은 뇌와 근육이 함께 움직이게 하라는 의미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골프를 칠 때 ‘지난번에 이 홀에서 슬라이스가 났었다’ ‘정신없이 연습 스윙을 하다가 공을 치는데 제대로 나가는 일이 없다’ 등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 이래서는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공부를 하면서 음악을 들으면 효과가 없다는 사실도 이미 여러 실험으로 판명된 바 있다. 질병은 어떤가? 영화나 소설에서 보면 “너는 좋아질 수 있다. 정신을 차려라. 의지가 있으면 나을 수 있다”는 대사를 많이 듣는데 이는 긍정적인 생각이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가 그렇다. 현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질병에 대한 공포심을 갖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너무 자주 검진을 하고 조금만 이상해도 병원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오히려 이로 인해 또 다른 마음의 병을 얻는 사람들을 간간히 본다. 운동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사회생활을 할 때 뇌가 함께 하면서 긍정적 사고와 집중력을 발휘해야 바람직한 생을 살아갈 수가 있다는 조언을 하고 싶다. - 설준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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