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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준희 교수의 메디컬 40년 에세이]한국 성병 40년사

욕망의 분출구로서 공창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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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8호 박현준⁄ 2012.10.29 11:51:59

과거에 윤락가를 단속하는 데 앞장섰던 전직 여성 경찰서장이 공창의 필요성을 주장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확실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요즘 무차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성 폭력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시청 근처에 공창이 아직도 있고, 미국은 원칙적으로 공창을 인정하지 않으나 라스베이거스에 가보면 성 자극을 하는 쪽지를 길에서 나눠 줄 정도로 성행하는 것 같다. 누드 쇼는 미국의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베트남 등 공산주의 국가에서 성 매매는 법적으로 엄하게 다스리지만 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태국에서는 공창이 성행할 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성매매가 행해져 에이즈가 만연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일본은 성 윤리가 가장 없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한국인과 중국인 여성들을 강제로 징집해 군인들의 성 접대를 시킨 위안부 제도를 운영하고도 이제 와서 그 사실 자체를 부인한다고 해서가 아니라 지금도 일본에는 마사지, 터키탕 그리고 실제 섹스 공연, 섹스 빌딩 등이 규제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내에는 성행위 영화만 상영하는 영화관이 수도 없이 많다. 2차 대전 직후에 많은 여성들이 당시 일본에 주둔하던 미군들과 성매매를 한 것이 일본의 경제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글도 읽은 기억이 있다. 어쨌든 세계 각국이 성매매를 음으로 양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성매매를 완전히 근절시키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음성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가 있고, 또 성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분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한 것 때문 아닐까 생각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아이부터 밤길을 다니는 여성 그리고 집안에까지 쳐들어와 범행을 일으키는 성 폭력범 때문에 가정주부까지 공포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내가 전공의를 하던 시절만 해도 성폭력이 지금처럼 문제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보다는 지금은 사라진 성병 즉 매독, 임질 그리고 삼진발이 등이 만연해 사회적 문제가 됐다. 특히 매독의 경우는 평소 증세가 없어서 남편으로부터 부인에게 전염되고 아기를 낳게 되면 그로 인한 기형아가 태어나 그제야 부인이 알고 부부가 갈라서는 일도 적지 않았다. 임질은 소위 만년필이 샌다는 표현이 있었을 정도로 감염 즉시 증세가 나타나는데 소변에 고름이 섞여 나온다. 위의 두 질환은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했지만 삼진발이의 증세는 음부가 매우 가려운 것이 특징인데 특효약이 별로 없어 그곳에 휘발유를 발라야 낫는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다. 당시 성병이 만연했던 것은 낮은 생활수준 그리고 잘못된 성문화에 그 원인이 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에도 국가가 묵인하는 공창이 있었다. 서울 종로 3가에 있었던 종삼, 서울역 근처의 양동, 청량리의 588 그리고 제일 규모가 컸던 미아리 98미터가 있었고 인천에는 옐로우 하우스, 대구의 자갈마당, 부산의 완월동 등이 대표적인 공창이었다. 의정부와 오산에는 미군 부대를 중심으로 술집과 함께 공창 형식의 성매매가 이뤄졌다. 이런 곳들에선 근무자(?)들이 정기적으로 성병 검사를 받아 예방을 했지만 비공식(?)적인 성매매 즉 여관, 모텔 그리고 주로 항구 근처의 술집 등에서의 이뤄지는 문란한 성생활이 성병을 일으키는 주범이 됐다고 한다. 한 곳을 없애면 다른 곳으로 파고들어가니 세월이 흘러가면서 종로, 서울역의 개발로 그 두 곳의 공창이 먼저 없어졌고 이어 미아리가 외국인의 관광 명소(?)로 남았다가 사라지고 그 장소에 아파트촌이 들어섰다. 청량리도 그곳 경찰서장의 용단으로 사라졌지만 새로운 형태로 터키탕이 동대문을 지나 장안평, 새로 발전한 강남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용산역 앞에 소규모나마 공창이 생겼지만 뉴 용산의 건설로 지금은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다. 국가가 공창의 폐지를 강력하게 시행하자 한때 그 종사자들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란 말이냐”고 항의 데모를 한 일도 있었다. 문제는 그 후 여러 가지 변태 영업으로 변질이 됐고 심지어는 주택가에서까지 비밀 매춘이 성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래 전 일인데 세브란스 출신의 한 의사는 몽고에서 성병을 퇴치한 공로로 ‘어의’에 해당하는 대접을 받았다고 한다. 몽고에 성병이 만연한 것은 중국이 몽고인들을 말살하려는 의도에서 퍼트린 것이라 하니 성병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과거의 성병은 없어졌지만 이제는 에이즈가 문제가 되고 있고 그 밖에도 무분별한 성관계로 인하여 퍼져 나가는 질병도 있다. 미래에는 또 성병이 어떤 재앙을 인간에게 주게 될지 걱정도 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성범죄에 대한 근본적 대책 그리고 다시 있을지 모를 성병의 만연 사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 설준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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