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두 당은 하나입니다. 서로 경쟁하던 과거를 뛰어넘고 작은 차이를 녹여 더 큰 비전과 목표를 향해 나아갑시다.” 지난 10월 25일 국회 정론관에서는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는 “이제 두 당은 하나다. 서로 경쟁하던 과거를 뛰어넘고 작은 차이를 녹여 더 큰 비전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며 “용광로의 쇠처럼 뜨겁게 결합해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키자”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하나 돼 나라를 위해 헌신한다면 국민은 우리에게 위대한 승리를 안겨 줄 것”이라며 “선진통일당 대표와 국회의원은 기득권을 포기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대표는 또한 “박 후보는 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대통합을 이루려 하고 있다”며 “특정 자연인이 과거의 아픔에 대해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판사 출신으로, 지난 1988년 13대 총선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통일민주당 공천을 받아 정계에 입문한 이인제 대표는 노동부 장관, 경기도지사 등을 지냈다. 1997년에는 신당을 창당해 대선에 출마, 고(故) 박정희 대통령을 닮은 외모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대선 출마를 위한 당 경선에 참여하기도 해 올해 대선에도 출마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 대표는 ‘제3후보론’을 내세워 독자적인 세력화를 꾀했다. 하지만 대선을 두 달 앞두고 그가 택한 것은 새누리당과의 합당이었다. 그는 왜 새누리당과의 합당을 선택했을까? 다음은 10월 29일 가진 이인제 선진통일당 대표와 CNB저널과의 일문일답이다. - 제3후보론 들고 나왔었는데 합당을 선언했다. 이유는? “애초 목표는 우리 당이 제3세력의 중심이 돼서 독자적 후보를 낸다는 거다. 그 때도 그게 안 되면 차선의 길로 다른 세력과 연대한다고 발표했었다. 현실적으로 제3독자세력을 만드는 일이 벽에 부딪쳤고, 차선책으로 우리와 정책성이 큰 틀에서 같은 새누리당과 이번에 합당에 하기로 한 거다. 그래서 대선에서 건강한 정권을 세우는데 힘을 모으고 앞으로 더욱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대중적인 민주정당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뜻에서 합당하게 됐다.” - 그런데 일부 인사는 합당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 분들도 합당이 불가피하고 당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지역에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이 있다. 때문에 그 분들이 정치적 장래나 입지가 불안하다고 생각해 많이 힘들어 하고 또 다른 선택을 한 것 같다. 함께 고생한 동지들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같이 큰 길을 가자고 설득하고 있지만 어떤 결정을 할지는 본인들의 몫이다.”
-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이 보수대연합인가 “우리 사회에서 보수, 진보라는 말은 혼란스러운 개념이다. 쓰는 사람마다 뜻이 다 달라서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다. 지금 새누리당이나 선진통일당이나 대한민국의 정통성, 정체성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점은 똑같다. 대한민국의 헌법을 존중하는 정치 세력이라는 점이 같다. 선진당은 통일을 전향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를 갖고 있는 정당이다. 사회, 경제, 문화, 교육 이런 국민들의 삶의 조건을 결정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민주통합당보다 진취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정당이다. 우리나라에서 진보라고 하면 사회주의적 세계관, 가치 이런 중심으로 해석하는데 우리는 이를 반대한다. 사회주의는 역사의 한 발전과정에서 힘을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사회주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은 우리 사회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 새누리당과 합당한 이후 충청권 판세는 어떻게 변할 것으로 전망하는지 “우리나라는 안보나 경제에서 위기 상황이다. 이것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경험이 많은 지도자와 안정된 세력이 집권해야 한다. 그런 목표를 위해서 힘을 합친 거다. 합당의 충정을 이해해 주시면 충청에서도 폭 넓은 지지를 보낼 주실 거라고 본다.” - 민주당은 합당이 구태대연합이라고 비난했다. “그 분들은 항상 그런 식으로 얘기 하지 않나. 새누리당과는 대선 승리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손을 잡은 거다.” - 야권단일화는 야합이라고 했는데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기성정당과 정치에 대한 불신이다. 그것이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낸 거다. 안 후보는 국민들의 마음에 맞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서 대선에도 나오고 정치를 하는 것이 정도다. 민주당은 현실정치의 한 축 아닌가. 불신의 대상인 축과 대선 승리를 위해 단일화를 하자고 하면서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야합이다. 또 바람직하지 못한 정치행태다. 정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안철수 총리'로 후보단일화가 성립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떻게 될지 결과는 모르겠다. 하지만 흥행몰이를 해서 정권을 잡아보겠다는 발상은 대단히 잘못된 거다. 과거 노무현, 정몽준 후보 단일화 때 국민들이 뼈저리게 경험을 했다. 그 때를 재현해 보겠다고 시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들이 그렇게 흥행몰이식으로 대선을 끌고 가려는 시도를 하는 것을 호락호락 용납하지 않을 거다.” - 13번 당적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대표는 철새인가, 불사조인가 “어떤 언론은 15번이라고 하고, 어디서는 13번이라고 하고 다 다르다. 합당이나, 통합이나, 혹은 그 당에서 전당대회를 해서 당명을 바꾸는 거는 당적 변경과 상관이 없다. 일례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당적을 변경해 본 적 없다. 처음 시작할 때는 민주정의당이었고, 3당이 합당하면서 민자당이 됐고, 나중에 당명을 변경해서 신한국당이 됐고, 다시 당명을 변경해서 한나라당, 새누리당이 됐다. 그럼 당적을 변경했다고 말해야 하나? 이거는 대단히 잘못된 거다. 우리나라는 과거 3김(金)시대가 꽤 오래 갔다. 3김 시대는 영남을 중심으로 한 정당, 호남을 중심으로 한 정당, 충청을 중심으로 한 정당 등 세 개 정당이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했다. 나 같은 경우 이 세 개 정당을 다 섭렵했다. 무소속도 경험 했고. 하지만 이것은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돼서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려다 보니 멀고 험한 길을 돌고 돌아온 거다. 그것을 비난하는 것은 좋지만 당적을 열 몇 번씩 변경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 과거 대선 출마 때 고(故) 박정희 대통령을 닮은 외모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박정희 대통령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유신정변도 있었고. 그런 건 하나의 역사발전 단계에서 고통스럽고 어두운 측면이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 집권 18년은 우리나라가 가난한 농업사회에서 부강한 산업사회의 기틀을 만든 중대한 변화의 시대다. 변화의 시대를 이끈 큰 지도자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한 마디로 근대화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다. 그 분의 어두운 면인 독재 부분은 교훈으로 삼아서 다시는 독재가 없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 분이 이룩한 산업화, 근대화의 성취는 상상을 초월할 기적이고 그 분의 타고난 리더십에 의해서 가능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야당은 박정희 대통령 시대를 들어 박근혜 후보를 겨냥한 과거사 공세를 펴고 있는데 “지금 과거를 정리하기 위해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다.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뽑는 거다. 그런데 야당은 주로 과거사 문제를 갖고 새누리당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 이 자체가 대선 정국을 매우 안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거다. 과거사 문제를 터놓고 얘기 하면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건국, 산업화, 민주화라는 거대한 물결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일들도 많았다. 특히 북한을 만든 사회주의 혁명 세력들이 대한민국의 건국을 방해했고, 그 사람들이 침략 전쟁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극복하고 나라를 세웠다. 산업화도 어려운 여건에서 했고.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은 있었다.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위협도 계속 되고 있었고. 그런 과정에서 있었던 큰 아픔들은 모두가 함께 끌어안고 녹여야 할 문제다. 누가 대통령 되든 외면할 문제는 아니다. 지금은 과거의 아픔을 용서하고 화해하고, 국민을 통합해 미래로 향하는 더 큰 에너지를 모아야 할 때다. 그런데 직접 아무 책임이 없는 박근혜 후보에게 어두운 문제를 떠넘기려고 하는 정치적 시도는 매우 정직하지 못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우선 이 문제에서 우리가 빨리 벗어나 미래를 놓고 창조적인 경쟁과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선택이 올바르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 NLL(북방한계선)을 놓고 여야 간 뜨거운 공방이 오가고 있다. “NLL 문제는 민주당이 정직하게 접근해야 한다. '과거 고(故)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라던가, 'NLL은 북한의 어떤 도발도 용인할 수 없는 지켜야 할 선이다'라던가 이렇게 입장을 얘기하면 된다. 노 정권 때 북한이 NLL을 무시하고 경비정을 격침시키고 한 거 아닌가. 그 때 북한이 NLL의 무력화를 시도할 할 때도 동조한 측면이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노 전 대통령이 뭐라고 했는지 확인은 해봐야한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 대선후보가 그 때 남북정상회담의 실무책임자였다면 분명히 밝혀야한다. 예를 들어 노 대통령은 당시 이렇게 얘기했지만 지금 내 생각은 뭐 어떻다 이런 얘기를 해야지. 이렇게 저렇게 진실을 호도하면서 겉치레로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듯한 발언은 옳지 않다. NLL 논쟁이 불거지니까 만회하려 했는지 민주당에서 처음으로 천안함이 전시돼 있는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를 방문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민주당 후보는 천안함을 폭침해서 무고한 젊은이들 희생시킨 북한의 만행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하고 현 정부의 안보만 비난하다 갔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생명을 지키는 대통령을 하겠다고 한다면 북한의 만행을 규탄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북한은 NLL을 무시하고 들어와 도발을 하고,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왜 효력이 없나? 당연히 남북 간 침범할 수 없는 군사분계선이다. 이는 현재 진행되는 국가안보에 대한 중요한 문제다.” -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이유는? “유력한 대선후보 가운데 박근혜 후보가 현재 우리나라의 위기상황을 타개해 나가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이유는 박 후보는 다른 후보보다 정치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박 후보를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은 매우 안정적이다.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다르다. 대통령은 딱 한 사람이다. 최고 국정책임자이자, 지도자다. 외국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또 군사력을 지휘해서 나라를 지켜야 할 국군통수권자다. 목표와 가치를 함께 하는 세력과 국가경영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한 사람은 정치세력도, 정치경험도 없다. 한 사람은 전직 대통령 비서를 했다. 이 역시 정치 경험이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 그 세력은 불과 5년 전에 국민의 준엄한 심판 받았다. 그 세력이 얼마나 더 진화하고 발전했느냐를 보면 오히려 안 좋은 방향으로 갔다고 생각한다. 지난 총선에서 종북 세력들이 국회에 대거 입성한 것만 봐도 안다. 민주당이 다리를 놔서 입성하게 했는데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 불행한 일이다.” -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