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들의 면모가 느껴지고 화려하면서도 여러 상징성을 다루고 있는 회화의 힘이 한 층 두터운 화면에 담겨있다. 나뭇가지에 앉은 한 쌍의 새와 활짝 핀 매화의 모습은 엄동설한 속에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한 층 더 강하게 드리운다. 우리네 전통회화인 민화에서 엿보던 인간적인 생의 욕망과 간절한 희구를 진솔한 이미지로 그려낸 오명희 작가가 산수화가 상징하는 유토피아와 동일한 맥락에서 작가만의 유일무이한 독특한 화조화를 11월 17일까지 종로구 경운동 장은선갤러리에 펼쳐 놓는다. 화조화는 부부금실과 부귀영화를 의미하는데 그런 삶의 간절한 욕망이 현실계에서 실현되기 어렵다는 현실로 인해 유한한 생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오래살고 변치 않는 사람을 꿈꾸고 늘 부귀영화를 누리며 행복하고자 다짐했던 것이다. 오 작가는 ‘어 리틀 송 오브 라이프’라는 전시 주제를 통해 작품을 바라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노래가 귓가에 울리듯, 행복함을 아름답게 묘사한 작품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오명희는 캔버스에 유채로 나뭇가지와 새, 꽃을 그려낸다. 현대적인 화조화이다. 무한한 자연을 암시하듯 단일한 색채로 마감시킨 배경과 현실적 풍경이 공존한다. 나무와 새, 꽃의 형상이 눈이나 비가 내리듯이 가득하다. 새는 매우 정치하게 묘사했고, 꽃의 형상은 얇은 자개를 오려 화면에 올렸다. 오 작가의 미적 회화 세계는 아름다운 회화의 이미지와 장식이 한데 어우러진 예술세계이다. 화면에 담긴 주요 형상인 새는 매우 정밀하게 묘사됐다. 자개의 모양은 다양하며 약간의 채색을 얹혀서 변화를 주었는데, 빛을 받으면 마치 꽃이 더욱 예쁨을 뽐내 듯 한 화려한 이미지로 변화되어 보인다.
과거 꽃밭이나 들판 위로 항상 스카프가 바람에 날리고 있는 화면을 선보이던 작가는 최근 작업에서 스카프 대신에 온갖 꽃이 가득 피어 있는 곳에 작가의 또 다른 분신으로 새를 등장시키고 있다. 잠시 가벼운 몸을 나뭇가지에 의지해 지저귀다가 '포로롱'하고 느닷없이 날아가 버리는 생의 모습이나 이내 떨어지는 꽃의 자태는 매우 유사하다. 전통적인 채색화와는 재료가 다르지만 여전히 소재와 구성에 있어 매우 유사한 느낌을 주는 한편 조선시대 민화, 자개장 그리고 일본미술에서 엿보는 장식성도 볼 수 있다. 이 작업은 일정한 시간의 경과와 그로인해 겪는 퇴락과 마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전에서 풍기는 것과 동일한 격과 잔해에서 전이되는 미감이 묻어나 우리네 조상들이 쓰던 오래된 자개장의 표면을 현실로 끄집어내고 있다. 무한한 자연을 암시하는 채색, 지난 시간을 추억하게 해 캔버스에 유채로 그려진 나뭇가지와 새, 꽃은 무한한 자연을 암시하듯 단일한 색채로 표현되었고, 배경은 현실적인 풍경을 담고 있다. 특히 옛 건물이나 작가의 일상적인 풍경사진을 다루고 있는데, 이는 아득하게 사라지는 지난 우리들의 시간을 아련하게 추억하게 하는 심리적, 정신적 거리를 상징한다. 마치 봄날 화려하게 핀 꽃들은 며칠이 지나면 이내 저버리고 새 역시 나뭇가지에 잠시 앉아있다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다. 사람들은 그 모습에서 유한한 목숨과 덧없는 생과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가 버리는 극단적인 허무감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 화려함 속에 잠긴 것은 정작 고독과 쓸쓸함으로 다가온다. 따라서 오명희의 근작은 '아쌀(산뜻하고 시원스럽다)'하고 그지없이 함축적인 화려함을 순간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문득 자신의 내면을 물끄러미 마주하고 있다. 동양화화 오명희는 세종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일본 동경 예술대학 일본화과 객원 연구원, 21회의 개인전과 LA아트쇼, 스푼아트페어-포스터 특별전, 아오키화랑 등 70여회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현재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 및 서울미술협회 부이사장, 한국미술협회 이사 등을 맡으며 왕성한 작가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