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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연말 ‘사회 고발’ 작품들이 뜬다

‘남영동 1985’ ‘비정한 도시’ ‘햄릿 6’ 등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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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1호 김금영⁄ 2012.11.19 11:12:44

요즘 로맨스 영화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 ‘늑대소년’에서는 늑대소년 송중기와 순수한 소녀 박보영의 사랑이 많은 관심을 모으며 관객 300만 명을 돌파했고, 영화 ‘자칼이 온다’에서도 상큼 발랄한 매력을 드러내는 송지효, 김재중 커플의 열연이 돋보인다. 하지만 로맨스를 다룬 작품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말을 앞두고 사회에 대한 냉철한 시각을 드러내는, 일명 사회 고발 작품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내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영화 ‘남영동 1985’는 올해 상반기 잘못된 재판 과정에 대한 항변을 다룬 ‘부러진 화살’을 선보인 정지영 감독의 작품이다. 정 감독은 2012년을 마무리하는 두 번째 문제작으로 ‘남영동 1985’를 내놓았다. ‘남영동 1985’는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자전적 수기 ‘남영동’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 ‘남영동’은 대공분실에서 김근태 자신이 겪은 비인간적 고문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또한 영문도 모른 채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간 김종태가 간첩 활동에 대한 거짓 진술을 토해내는 22일 동안의 고문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정지영 감독은 주인공을 김근태 개인에게 한정시키지 않고 고문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행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김종태’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고문기술자 역시 시대가 만들어 낸 괴물이라는 의미로 실명 대신 ‘이두한’이라는 가명으로 등장한다. ‘남영동 1985’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대변해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사실들을 덤덤하면서도 날카롭게 들이미는 한편, 고문공화국이라 불렸던 대한민국의 한 시기, 그 날 선 과거를 생생하게 재현함으로서 독재정권 하의 고문 실체를 낱낱이 밝히고 있다. 정지영 감독은 “고문에 관한 영화를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고, 묘하게도 고문 가해자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1980년대 후반 이상문학상 임철우의 ‘붉은 방’을 원작으로 당시 장선우 감독이 영화화 하려다 압력에 의해 중단돼서 안타까웠다”며 “시간이 지나 김근태 의원이 돌아가신 뒤 ‘남영동’을 읽고, 이것을 내가 이야기 해야겠다고 정했다. 세계적으로 고문 이야기가 영화로 제대로 묘사된 것이 없었다. 찍기는 어려웠지만 제대로 묘사하고 싶었다”고 영화제작 과정에 대해 밝혔다. 그는 이어 “영화가 무겁고 어둡지만 되도록 많은 국민들이 봐줘야 할 영화라 생각하며 만들었다”며 “많은 국민들이 같이 아파하고, 슬퍼하고 함께 현실과 미래를 걱정하는 그런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11월 22일 개봉. 범죄에 노출된 위험한 도시 고발 ‘비정한 도시’ 영화 ‘비정한 도시’는 충격적인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사회고발영화로, 지난 한 해 발생한 범죄가 약 175만건에 달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현 주소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우연히 발생한 하나의 사건을 시작으로 24시간 동안 연쇄적으로 발생한 범죄 때문에 초래되는 비극을 충격적으로 담아낸다. 또한 누구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각박한 도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팍팍한 삶과 불륜, 장기매매, 악덕 사채, 자살, 집단 따돌림 등 지금 현재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사건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또한 이에 따라 형성되는 팽팽한 긴장감을 여과 없이 담아낸다. 김문흠 감독은 “‘비정한 도시’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슴에 품고 있는 각각의 대환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 비정한 도시 속 펼쳐지는 연쇄 비극은 우리 삶의 이야기다. 그 안의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인생이다”며 “사람들은 서로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치며 살고 있고, 그 사이에는 악연과 필연 그리고 인연이 존재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그는 이어 “‘비정한 도시’에서는 이런 인연에 얽힌 다양한 인생들의 이야기가 극적으로 전개된다”며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라는 도시와 같이 범죄의 위험 속에 갇혀 사는 도심 속 사람들 역시 멸망을 얼마 앞둔 도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고도로 발전된 도시, 그러나 그 안에는 폭력과 범죄로 얼룩진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 정치사회 모순에 통렬한 비판 전하는 연극 ‘햄릿6’ 연극 ‘햄릿6’는 청산되지 않은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기국서 연출이 20여년 만에 무대로 다시 불러내는 햄릿은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가 무자비한 노조탄압작전으로 물고문을 받다 죽어 정신분열이 된 햄릿의 원혼이다. 햄릿을 괴롭히는 망령들은 용산참사의 희생자들, 성폭력 피해자들, 쌍용자동차 파업의 자살자들이다. 그런 햄릿을 위해 몸을 팔면서도 헌신하고 사랑하는 오필리어, 연극 연출가로 그들을 위해 즉흥극을 보여주는 호레이쇼 등 셰익스피어의 원작 ‘햄릿’은 기국서 연출에 의해 ‘햄릿6’로 해체되고 다시 새롭게 태어난다.

‘햄릿6’에 등장하는 햄릿은 줄곧 땀을 흘리고 때로는 유령이 보이는 환각에 시달리며 점점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데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성 징후들이다. 공연 관계자는 “기국서 연출이 보여주는 햄릿은 88만원 세대의 백수청년도 아니고 물질만능주의, 성적지상주의가 길러낸 유약한 엘리트도 아니다”라며 “정직한 노동을 하다가 어느 날 외상 후 스트레스성 증후군에 시달리며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대한민국, 이 땅의 남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불안, 우울과 더불어 햄릿이 겪은 외상이라는 것은 이 시대에 상상하기 힘든 사회적 폭력 또는 억압일 수도 있고, 경쟁과 속도의 시대에서 오는 충격일 수도 있다”며 “이런 스트레스성 징후를 나타나게 하는 가해자가 개인이나 고용주가 아닌 거대 사회, 거대 자본이라는 모순을 바라보는 햄릿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국서가 작/연출을 맡았고, 배우 윤상화, 성홍일, 박노식, 신안진, 서민균, 한동규, 유영욱, 정홍재, 조윤경, 곽은주, 남수진, 임철수, 안창환, 심연화, 이운호가 출연한다. 11월 25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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